거짓말과 실수로 채운 토론…진행자 반박도, 취재 허용도 안한 CNN

김예리 기자 2024. 6. 3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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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 동향] 진행자들 정해진 질문만, 토론뒤 심야 '팩트체크' 방송
풀 기자 현장에 불허, 1~2분 간격두고 중계…백악관 취재진 비판 성명도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CNN 미국 대선 토론 유튜브 화면 갈무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TV 토론이 두 후보의 반복된 거짓말과 말실수로 채워지면서, 미 정치권과 언론계에선 CNN의 토론 진행과 방송 형식에 비판이 나왔다. 사회자들이 실시간으로 사실과 다른 발언을 바로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CNN은 앞서 현장에 타 언론 취재진 접근을 불허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7일(현지시간) TV 토론은 사회자의 준비된 질문과 후보들의 발언과 재반박만으로 90분간 진행됐다. CNN 진행자인 제이크 태퍼와 데이나 배시는 사실을 바로잡거나 허위 발언을 제지하는 역할은 하지 않고, 정해진 질문만 던진 뒤 발언 순서와 시간을 지키도록 안내했다.

토론은 CNN 외 언론 취재진이나 청중 없이 진행됐다. 후보들의 토론 중 캠프 스태프와 소통도 허용되지 않았다. CNN은 생중계 현장에서 방송 송출까지 1~2분 간의 시간 지연을 둔다고 공지했다.

▲CNN 미국 대선 토론 유튜브 화면 갈무리

CNN의 자체 토론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중 30건 넘는 허위 주장을 했고, 바이든은 최소 9건의 허위 주장이나 왜곡된 주장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복해 거짓말할 것이 예견된 데다, 바이든 대통령도 맞지 않는 발언을 하거나 예상 밖의 실수를 거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나 임신중단 관련 정책을 맹비난하면서 허위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일부 주에서 출생 후 아기를 살해하는 것을 허용한다 △모든 법학자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기를 원한다 △자신의 대통령 임기 중 테러 공격이 없었다 △파리기후협약이 미국에는 1조 달러를 지불하게 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인도는 아무런 비용을 치르지 않는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가 부정행위로 바뀌었다 등 주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미군이 사망한 적이 없다 △인슐린 주사 가격을 한 대당 400달러에서 15달러로 낮췄다 등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 트럼프의 주장에 맞서 임신중단 정책을 옹호하는 과정에서 젊은 여성이 자신의 형제와 자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다며 이치에 안 맞는 주장도 했다. 토론 중 문장을 정확히 구사하지 못하거나, “우리가 메디케어를 물리쳤다(We beat Medicare)”고 풀이가 어려운 말실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토론 직후 외신들은 두 후보의 발언을 바로잡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CNN은 토론이 끝난 뒤에 밤 11시45분께 '팩트체킹' 방송을 내보냈다.

▲CNN 팩트체크 보도 갈무리. 홈페이지

언론계에선 CNN 진행자들이 후보들의 사실과 다른 발언을 곧바로 바로잡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카렌 아티아는 트위터(X)에서 “CNN의 중립적 결정은 우리 직업의 신뢰성을 훼손한다”며 “사실 확인도, 반발도, 후속 조치도 없는 CNN의 형식은 실수였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도 “CNN 진행자가 팩트체크를 더 많이 해서 명백한 거짓말을 할 때에는 이를 시청자에게 알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민주당 소속의 대니얼 골드먼 하원의원은 이튿날 CNN에 출연해 “진행자들이 트럼프의 거짓말에 실제로 반박을 하는 토론을 하자”며 “(트럼프는) 하고 싶은 거짓말을 뭐든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에 독립언론 제테오를 운영하는 메디 하산이 “골드먼에 반대하지 않는다. CNN은 트럼프의 거짓말들에 반격해야 했다”며 “또 누가 트럼프의 거짓말에 반격을 했어야 하는지 아나? 그의 후보인 바이든”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CNN 대변인은 28일 관련 보도를 한 버라이어티에 보낸 입장문에서 “사회자의 역할은 미국 유권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후보자에게 제시하고 토론을 촉진해 후보자가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에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CNN은 TV와 디지털 플랫폼으로 토론 뒤 분석에서 활발하게 팩트체크 보도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CNN에 출연한 민주당소속의 대니얼 골드먼 하원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짓말에 현장 반박을 하지 않은 토론 형식을 지적했다. CNN 보도 갈무리

CNN은 타 언론사 취재진이 토론 현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한 상황에서 CNN에 대한 지적은 더 커졌다.

로이터, 버라이어티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특파원 협회(WHCA)는 CNN 측에 백악관 풀 기자(소수의 기자가 여러 기자들을 대표해 현장 취재하고 내용을 공유하는 취재 방식) 취재를 1명이라도 허용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CNN 측이 거부했다. 협회가 27일(현지시간) 낸 성명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캠프가 풀 기자 참여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CNN은 사진기자의 촬영만 허용했다.

백악관 특파원 협회는 성명에서 “CNN이 스튜디오에 백악관 풀 기자를 참여시켜달라는 반복된 요청을 거부한 데에 깊이 우려한다”며 “풀 기자는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만약의 상황을 위해 존재한다. 풀 기자는 텔레비전 방송제작을 위한 렌즈가 아니라 직접 관찰을 통해 맥락과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풀 기자는 마이크가 꺼지고 후보들이 카메라로 보이지 않지만 말하거나 움직이거나 뭔가를 할 때, 무엇이 말해지고 행해지는지 관찰하기 위해 그곳에 있다”고 강조한 뒤 “협회는 이 보도 원칙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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