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우리가 없는 이튿날에

기자 2024. 6. 3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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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안개가 끼고 서늘하겠습니다.
서쪽에서 비구름이 몰려와
시야가 흐려지겠습니다.
도로는 미끄럽겠습니다.

한낮에는
북쪽에서 다가오는 고기압의 영향으로
곳에 따라 점차 날씨가 개는 곳도 있겠습니다.

한밤중에는
전국에 걸쳐 화창한 날씨를 보이겠습니다만,
남동부 지방에서는
곳에 따라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기온은 급격히 떨어지고,
기압은 오르겠습니다.

내일은
대체로 날씨가 맑겠습니다만,
여전히 살아 계신 분들에겐
우산이 유용하겠으니
외출 시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폴란드 시인 쉼보르스카의 열한 번째 시집 <콜론>(2005)에 수록된 이 시는 기상 캐스터의 날씨 예보를 패러디하고 있다. 내일의 날씨를 아침, 한낮, 한밤중으로 나누어서 쓰고 있다. “아침에는 안개가 끼고 서늘”하여 당신의 눈빛이 흐려질 수도 있다. “한낮에는” 날씨가 점차 맑아질 수도 있고, “한밤중”엔 “곳에 따라 비가” 내릴 수도 있어 당신은 많이 젖거나 바람에 몸이 휘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의 마지막 연은, 우리를 곧장 모든 것이 사라진 “내일”로 데려간다. 그 “내일”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거나, 기후 위기로 멸망하여 “우리가 없는 이튿날”이기도 하다. 기상 캐스터만이 겨우 살아남았거나, 아니면 이미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 계신 분들”에게 “우산이 유용하겠으니” 꼭 챙겨가시라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오늘 하루가 인생의 모든 날이라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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