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연금, 부작용 없는 완벽한 근본적 대책은 없다
국민연금 개혁은 어렵다. 두 가지 모순된 과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을 보면 연금 지급금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세대 간 불평등 해결에는 지급액은 고정하고 납입금을 높여야 한다. 특히, 이 모순된 과제를 저출생 환경에서 구현해내야 한다. 완벽한 해결책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원래 모든 정책은 모순된 가치 속에서 부작용을 감내하면서 타협하는 것이다. 세금을 걷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그러나 국가지출도 필요하다. 대화와 타협으로 부작용을 감내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동안 국민연금 전문가는 소득보장 강화파(1안·더 내고 더 받기 안)와 재정 안정론파(2안·더 내고 그대로 받기 안)로 나뉘어 치열하게 논쟁해왔다. 그런데 이범 교육평론가는 지난 5월28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1안, 2안을 모두 부정하며 제3안과 제4안을 제시했다.
제3안은 GDP의 1% 돈을 지금부터 국민연금에 넣고 연금 수익률 6%를 달성하는 방안이다. 선제적 재정 투입으로 기금 규모를 키우고, 기금 운용 수익금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재정 투입으로 기금 규모를 2000조원으로 늘리면, 6% 수익률은 120조원이다. 이 돈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영원히 지속된다고 한다. 이렇게 쉬운 해결 방안이 왜 이제야 나왔나 싶다.
그런데 국민연금에 넣는 돈은 어디서 나올까? 그만큼 국가부채가 발생한다. 영일만에서 나오는 석유 이익금이 아닌 이상 우리 후손은 기금 이익금만큼 국가부채 이자 비용도 동시에 부담하게 된다.
제3안은 국가부채 이자 비용보다 연금 수익금이 크다고 주장한다. 즉, 국가부채 이자는 4%인데, 국민연금에서 6% 수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이 맞다면 공무원연금·건강보험 문제뿐 아니라 모든 재정 문제는 해결된다. 아예 4% 이자로 국가부채를 1경원 발행한다고 치자. 1경원의 6% 수익인 600조원으로 우리나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기금 수익금은 그 돈의 기회비용에 불과하다. 국가부채 발행으로 이자율이 상승하고 소비가 저하된다. 그래서 국가부채를 통한 기금 적립금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제3안에 따른 국민연금 적립금 규모는 GDP의 약 190%까지 치솟는다. 현 국민연금 기금 규모 1000조원은 우리나라 GDP의 약 50%에 육박한다. ‘연못 속의 고래’라고 불린다. 이를 190%까지 늘리면 ‘연못 속의 고질라’가 된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GDP의 190%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하고 그 기금 수익을 통해 국가재정을 해결하지 않는다.
제4안인 KDI 안은 더 황당하다. KDI는 아직 실증보고서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실증보고서가 없으니 이범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현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를 단 600조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KDI 주장을 검증할 수조차 없다. 지성과 반지성의 차이는 검증 가능성이다. 상온초전도체의 존재 검증 없이 믿음으로 극복해서는 안 된다.
이미 수많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시민숙의단은 제1안(50%)을 선택했다. 일정 부분의 부작용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 부작용을 줄이고자 49%, 48%로 낮추는 추가 논의는 가능하다. 그러나 근본적 개혁 방안을 찾느라 점진적 개혁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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