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참나물에 이름을 빼앗긴 ‘파드득나물’

기자 2024. 6. 3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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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중에는 독성을 지닌 것들이 많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독소를 만들거나 가시를 발달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자기를 보호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일반적인 이론이다. 이러한 독성은 약성이 되기도 한다. 이를 잘 아는 인류는 독초를 약초로 이용해 왔다.

특히 우리 민족은 독성 있는 식물을 약용뿐 아니라 식용으로도 활용했다. 채취 후 삶아 말리거나, 독성이 축적되기 전 어린잎만 채취하는 등 각종 방법으로 독성을 제거해 밥상에 올린다. ‘나물’이다.

나물 중에는 무더운 여름에 보다 쉽게 얻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들 ‘여름나물’에서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더욱 빛난다. 고춧잎처럼 어쩌면 버려지는 것이 당연한, 채소의 일부분까지 나물이 된다. 쌈으로 많이 먹는 깻잎과 호박잎을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이 밖에 고구마순이나 머위 등 여름나물의 가짓수가 봄나물에 뒤지지 않는다.

요즘 ‘참나물’이란 이름으로 만나는 ‘파드득나물’도 무더위에 달아난 입맛을 살리는 데 딱 좋다. 참나물과 파드득나물은 생김새가 흡사하다. 특별한 차이라면 참나물은 연녹색 줄기에 자줏빛이 도는 부분이 있지만, 파드득나물은 줄기 전체가 연녹색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참나물은 재배가 쉽지 않은 반면 파드득나물은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재배법이 발전해 왔다. 이 때문에 우리 농가에서도 파드득나물을 많이 재배하고 있다.

그런데 대중에게 참나물의 이미지가 좋고 둘의 생김새가 흡사하다 보니 낯선 이름의 파드득나물이 참나물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 나물을 삶을 때 ‘파드득’ 소리가 나서, 또는 이 나물의 맛과 향이 뛰어나 식욕이 ‘파드득’ 살아난다는 의미에서 이름이 지어졌다는 파드득나물은 다른 말로 ‘반디나물’이라고도 한다.

‘비름나물’도 여름에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요즘도 도심을 벗어나면 논둑이나 길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름나물은 ‘비린내가 나는 풀’이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이를 ‘비듬나물’로도 부르는데, 국립국어원은 ‘비듬나물’을 강원도 사투리로 다루고 있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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