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준 따라잡은 한국 해양 탐사 기술…‘탐해 3호’에 거는 기대[해저자원 향한 새로운 도전]
한국 바다 아래 땅속에 묻힌 물체를 과학적으로 탐사한 것은 1963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전신이었던 국립지질조사소가 처음이었다. 당시 소연평도 부근에서 철광 덩어리의 분포를 조사했다. 빌린 배에 육상에서 사용하는 ‘자력계’를 싣고 탐사를 진행했다. 최초의 해저자원 탐사 기록이었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해저의 광체와 골재 자원 수요가 증가했고, 해양 탐사의 빈도도 늘어났다. 하지만 당시에는 해양조사를 위한 변변한 선박이 없어 민간 어선을 빌려 해저 광물을 조사했다. 매번 임차한 선박으로 탐사해 오다가 1971년 미군 함정을 빌려 개조해서 ‘탐양호(探洋號)’라는 이름을 붙이고 해양 탐사 전용 선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후된 배라 유지 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1977년에야 정부가 1억6000만원을 투입해 탐사 전용 선박인 ‘탐해호(探海號)’를 건조했다.
한국 최초의 지구물리 탐사선인 탐해호는 해저 땅속 지형을 알 수 있는 탄성파 장비를 탑재해 연근해 지질조사, 골재 자원 탐사, 지질도 작성 등 이른바 현대적인 과학조사를 가능하게 해줬다. 이후 1990년대 들어서면서 대륙붕 석유개발 활성화 필요성이 커졌다. 1997년 2000t급 탄성파 탐사 전용 연구선인 ‘탐해 2호’가 건조되면서 비로소 국제 규격을 만족하는 해저자원 탐사가 가능하게 됐다.
탐해 2호는 2차원 탄성파 탐사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3차원 탐사도 가능했다. 이를 통해 한국 대륙붕의 자원조사 외에도 해저 단층 같은 지질재해 원인 분석, 원전과 방폐장 후보 부지 조사,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 확보를 위한 탐사 등 굵직한 국책사업에 많은 기여를 했다.
특히 2007년에는 미래 청정 에너지로 각광받으며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불리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탐사하고, 시추를 통해 실물을 확인하는 성과도 올렸다. 미국, 일본,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 발견이었다. 수많은 성과를 올린 탐해 2호는 지난해 퇴역할 때까지 무려 70만㎞를 항해하며 한국과 동남아 해역에 대한 탐사를 수행했다. 지구를 무려 17바퀴 도는 거리에 해당한다.
지난 5월30일 취항한 6000t급 ‘탐해 3호’는 한국 해양 탐사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시작점이었다. 탐해 3호는 여의도 1.5배에 달하는 면적으로 ‘수진 장비’를 배열해 해저를 탐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해저 하부 10㎞까지 지질 영상자료를 얻을 수 있다. 수백m 깊이의 얕은 땅속은 초고해상도로 들여다볼 수 있다.
탐해 3호로는 한국 해역의 지질과 자원을 탐사하는 기본 임무를 넘어서 대양과 극지에서 자원을 탐사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탐해 3호는 내년부터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를 찾기 위해 태평양으로 향한다. 한국에 부여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소를 찾아내고,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인 수소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에도 투입될 계획이다.
해양은 우주만큼이나 미지의 세계다. 한국을 미래 강국으로 만들 ‘12대 국가전략기술’에도 우주항공과 함께 해양 탐사가 포함돼 있다. 한국 해양 탐사를 고도화하는 여정에서 탐해 3호가 특별하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병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지질에너지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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