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1000만 영화의 착시

이원 기자 2024. 6. 3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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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너무 잘 되는 거 아냐?" 최근 지인들에게서 자주 듣는 소리다.

아마 지난해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부터 올해 2월, 4월 선보인 '파묘', '범죄도시4'까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잇따라 화제를 모으면서 한국 영화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영화관통합전산망(6월 29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중 '파묘'와 '범죄도시4'를 빼면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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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너무 잘 되는 거 아냐?” 최근 지인들에게서 자주 듣는 소리다. 아마 지난해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부터 올해 2월, 4월 선보인 ‘파묘’, ‘범죄도시4’까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잇따라 화제를 모으면서 한국 영화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초대박 ‘1000만 영화’는 착시일 뿐 현재 한국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다. 통계가 이를 말해주고 있고, 영화계가 절감하는 일이다.


영화관통합전산망(6월 29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중 ‘파묘’와 ‘범죄도시4’를 빼면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다. 손익분기점은커녕 200만 명 이상을 모은 영화도 없다. 그나마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파묘’, ‘범죄도시4’ 외에 ‘시민덕희’(171만 명), ‘외계+인 2부’(143만 명), ‘그녀가 죽었다’(123만 명) 등 세 편뿐이다. 올여름 시즌의 포문을 여는 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설계자’는 52만 명, ‘원더랜드’ 62만 명, ‘하이재킹’ 95만 명(상영 중)으로 기대치를 밑돌아도 한참 밑돈다. 초대박 아니면 쪽박이 되는 분위기라면 7, 8월 출격을 앞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파일럿’, ‘리볼버’, ‘행복의 나라’ 등 기대작들도 안심할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한국 영화 제작비는 크게 올랐다. 일반 상업영화 평균제작비가 60억 원에서 80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여기에 홍보 마케팅 비용, 즉 P&A(Print & Advertisement) 비용을 더하면 100억 원을 훌쩍 웃돈다.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200만 명은 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영상 콘텐츠 홍수를 겪으며 극장에서 볼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 눈높이는 더욱 높아져 200만 명이 쉽지 않다. 코로나19사태 이전인 2019년 대비 2023년 관객수가 55.2%(영화진흥위원회 ‘2023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불과했던 이유다.

제작비 상승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유튜브와의 경쟁 속에서 결국 영화 흥행의 답은 극장에서 볼만한 영화를 얼마나 만들어 내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투자사들은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한다. 흥행 부진으로 돈의 흐름이 끊겨서 흥행이 확실한 소수의 영화만 제작에 들어가고, 한국 영화의 자양분을 넓힐 다수의 중·저 예산 영화는 묻히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제작비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서 ‘1000만 영화 한 편보다 서너 편의 300만~400만 영화가 더 소중하다’고 말한다. 제작-흥행-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려면 ‘중박’ 영화들이 절실한 한국 영화계다.

이원 서울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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