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수술 없는 성별 정정,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영표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전 부산가정법원장 2024. 6. 3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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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표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전 부산가정법원장

21대 국회가 10일 가량 남은 시점에 성전환 수술 없이도 성별 정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현 대법원 예규상으로는 외부 성기 성형 수술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술도 없이 당사자가 원하면 바로 남자의 성기를 유지한 채 여성으로, 또는 여성의 성기를 유지한 채 남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가정법원장 세미나에서도 단골로 오르내리는 주제 중 하나로, 과연 어느 정도 요건(?)을 갖추어야 성별 정정을 해 줄 것인가 하는 논의가 진행된다. 일부 법원장은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현재 외과적 수술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성별 정정을 해 주자는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재판을 하다 보면 개개인의 딱한 사정은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안이어서 더욱 더 고민하다보니 판결이 늦어지기도 하는데, 수술 없는 성별 정정도 그 하나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딱한 사정이 있는 것은 이해는 가는데, 만일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이 가능하다고 하면 우리 사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수술까지 마친 이들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2020년 성전환 수술을 해 여성으로 성별 정정을 받은 학생이 숙명여대에 진학하고자 했으나 반대 움직임에 입학을 철회한 일이 있었다. 또 2021년 군 복무 중 성 전환 수술을 하고 여군으로 복무하고자 한 군인에 대해 강제전역 조치가 내려졌고 이후 그 군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한 논객은 ‘군대나 여대 모두 성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의 성 전환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루어지는 현 실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오늘날 여자 스포츠 분야에서 나타나는 성전환자의 독보적 활약을 어떻게 볼 것인지 하는 고민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여진다. 최근 캐나다에서 열린 여자 대학 배구 경기에서 A대학은 3명이, B 대학은 2명이 트랜스젠더로서 이들은 교체조차 하지 않고 풀타임으로 뛰며 압도적인 파워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으나 여성 선수들은 활약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켜야 했다는 것이다. 이 경기는 A대학의 승리로 끝났는데, 일부 언론은 “A대학에 남자 선수가 더 많았으니 당연한 결과”라 꼬집었다고 한다. 선수 중 한명은 1년 전에는 남자 배구팀에 소속되었던 선수인데, 1년도 지나지 않아 성전환를 했다며 여자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러한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진출 및 우승 사례는 수영이나 골프 등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수술을 마친 성전환자의 활동에 대하여도 우리 사회가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고, 또 이들에 대해 사회적 보호가 미흡한 부분도 많은 실정인데, 수술조차 하지 않은 남자의 몸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여성으로 인정하는 것이 혼란이 없을지 하는 의문이다. 당장 남자의 몸을 가지고 이들이 여자 목욕탕에 출입하는 것을 받아들일 것인지, 남자의 몸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군대 갈 나이가 되자 여자로 정정했다가 나중에 남자로 정정하는 것도 감수할 것인지, 교도소 등 교정당국에 대해 여자라고 주장하며 여성 감옥에 수감시켜 달라면 받아들일 것인지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만약 사회적 합의나 고민 없이 입법을 추진한다면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잣대, 이른바 PC주의로 인해 역차별과 사회적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힘든 수술까지 마친 성전환자들마저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만약 수술비가 없다면 이를 지원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성 정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법원에서도 법관 개개인의 가치관에 맡겨 둘 사안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 어느 한 판사가 이를 허용하는 판결을 할 경우 전국의 많은 희망자가 ‘법관 쇼핑’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원에서도 통일적 결정을 내리기 위한 법원 차원의 기준이 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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