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화학·바이오 ‘군살’ 줄이고 AI·반도체 ‘근력’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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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한 에스케이(SK)그룹의 수뇌부가 꺼낸 사업 재편 방향의 키워드다.
에스케이그룹은 6월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 간 경기도 이천 에스케이엠에스(SKMS) 연구소에서 그룹 수뇌부 20여명이 모여 사업 재편 방향에 대해 논의를 마친 뒤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30일 밝혔다.
에스케이그룹은 최근 이차전지 등 사업 규모를 크게 늘려오다 고금리 국면을 맞으며 재무 구조가 악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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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선택·집중·내실 경영”
‘질적 성장’과 ‘다시 기본으로’(Back to the basic)
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한 에스케이(SK)그룹의 수뇌부가 꺼낸 사업 재편 방향의 키워드다. 차입에 기대 몸집을 불리거나 ‘테마’에 올라타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조직과 사업 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무게를 싣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계열사간 통폐합과 매각 등 사업 조정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그룹은 6월28일부터 29일까지 이틀 간 경기도 이천 에스케이엠에스(SKMS) 연구소에서 그룹 수뇌부 20여명이 모여 사업 재편 방향에 대해 논의를 마친 뒤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30일 밝혔다. 미국 출장 중인 총수 최태원 회장과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사촌동생인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에스케이바이오팜 부사장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최창원 의장은 “우리에겐 질적 성장 등 선명한 목표가 있다. 각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사업 재조정 과정에서 준법 등 기본과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이해관계자와의 진정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다한 차입 경영을 중단하고 기본기에 충실한 경영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다. 에스케이그룹은 최근 이차전지 등 사업 규모를 크게 늘려오다 고금리 국면을 맞으며 재무 구조가 악화한 상태다.
‘군살 덜어내기’ 작업은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해당 사업 부문을 콕 짚으며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업 부문은 최근 5~7년 새 외형 성장이 높았으나 고금리 국면에서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스케이 에너지계열사의 한 임원은 한겨레에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접으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분야에는 그룹 자원을 좀더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에이아이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에이아이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에스케이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103조원을 투자하고, 이 중 82조원을 에이치비엠(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인공지능 관련 사업 분야에 투자하기로 했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도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 동안 3조4천억원을 투입한다. 같은 맥락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하고 곽노정 에스케이하이닉스 사장에게 위원장직을 맡겼다.
에스케이그룹은 이런 두 방향의 전략 속에 3년 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기로 했다. 에스케이그룹 고위 임원은 “현재 그룹 부채비율이 자체 기준으로 140% 정도 된다. 이를 3년 내 40%포인트 정도 줄이겠다는 뜻”이라며 “특히 과다 부채 보유 계열사들의 부채 감축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과 원칙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 계열사간 통폐합, 사업 매각 등의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그룹은 그 중 하나로 에스케이이엔에스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합병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런 재편 과정에서 기존 주주와의 이해관계 조정과 고금리 장기화라는 거시 경제 환경이 복병으로 작용할 공산이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그룹 위기설이 점화할 당시 거시 환경 변화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란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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