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보도, 담당 팀 넘어 뉴스룸국 차원 리더십 있어야

이종규 기자 2024. 6. 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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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총평과 제언
12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가 지난 6월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열린편집위원장인 제정임 세명대 교수(가운데) 등 위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12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가 지난 24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열린편집위원회는 한겨레신문사가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기 위해 2013년부터 운영해온 제도다.

열린편집위원장은 제정임 세명대 교수(저널리즘대학원장)가 11기에 이어 맡는다.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지금은 대학원에서 예비 언론인 교육에 힘쓰고 있는 제 교수는 앞으로 1년간 시민편집인을 겸하며 열린편집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열린편집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8명으로 구성된다. 권오성 기후솔루션 미디어팀장, 김지현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손종욱 아주대 학생(전 학보사 편집장), 송지현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 진선미 언론인권센터 이사(노무사), 한겨레 주주·독자 온라인 커뮤니티 <한겨레:온>의 형광석 편집위원 등이 함께한다. 연령대별로는 60대 2명, 40~50대 3명, 20~30대 3명이며, 성별로는 여성 5명, 남성 3명이다.

이날 첫 회의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이주현 뉴스룸국 뉴스총괄, 전정윤 뉴스룸국 인사교육부국장이 참석했다.

제정임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주신 것 같다. 회의를 진행하면서 저도 많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오늘은 첫 회의이니, 특정한 주제를 정하지 않고 한겨레 콘텐츠와 뉴스서비스 전반에 대한 총평과 제언을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했으면 한다.

손종욱 평일 한겨레 지면과 관련해서는 다른 분들이 말씀을 많이 해주실 것 같아서 저는 토요판과 뉴스레터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다. 토요판의 경우, 한겨레를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읽지 않을 때에도 편의점에서 사서 보곤 했다. 신선한 느낌의 글이 정기적으로 연재된다는 점이 좋았다. 타블로이드 형태여서 한손으로 들고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신문이면서 신문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문이라는 미디어 자체가 좀 올드하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런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H:730’ 뉴스레터는 오리지널 콘텐츠 없이 자사 기사를 유통시키는 통로로만 활용되는 것 같다. 슬로우뉴스가 운영하는 ‘컨텍스트 레터’처럼 뉴스의 맥락을 좀 짚어줬으면 좋겠다. ‘휘클리’의 경우, 젊은층에게 통하는 뉴스레터를 만들려고 한 것 같은데, 실제로 젊은층을 겨냥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이러면 좀 젊어 보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형광석 요즘 전기 문제에 대해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임전공업단지’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싶다. 전기가 생산되는 곳에 공장을 짓자는 거다. 지금 우리나라 송배전에 엄청나게 문제가 많지 않나. 우리나라 산천을 보면 송전탑밖에 안 보인다. 임전공업단지라는 개념이 확산된다면 지역을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겨레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그리고 ‘오농’과 관련된 보도를 늘려줬으면 좋겠다. 오농은 농민, 농촌, 농업, 농토, 농협을 말한다. 예컨대, 농협은 지역에서 상당히 권력화됐다. 조합장 선거에서도 대부분 지역 정치인들이 당선된다. 기회가 된다면 농협 조합장들의 전직을 전수조사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농토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것은 식량자급과도 관련된 문제다.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보도해달라.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제 인구가 계속 줄어 축소재생산 사회가 될 것 같은데, 우리 정책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빈 건물이 계속 늘어날 텐데, 지금처럼 토건 위주의 정책을 펴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달라.

권오성 얼마 전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 다녀왔는데, 발제자 한 분이 언론학과 언론이 같은 목표를 갖고 나아가야 한다며, 뉴욕타임스의 미션(우리는 진실을 추구하며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을 언급하셨던 게 인상 깊었다. 그래서 회의에 오기 전에 한겨레의 미션에 대해 생각해봤다. 홈페이지에 한겨레의 미션을 명확하게 서술해 놓지는 않았지만, 민주, 민족, 민중이라는 창간정신이 여전히 한겨레가 추구하는 가치인 것 같다. 셋 다 매우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서로 상충하는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민중은 지배와 피지배 개념을 내포하는 개념인데, 지금은 예전과 달리 그 경계가 복잡해졌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인간이 다른 종을 착취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또 기후위기에 맞서려면 민족을 넘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달라진 상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제정임 권 위원께서 한겨레 기자 출신답게 한겨레가 30~40년 전에 내세웠던 지향점이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주신 것 같다.

장지연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공유된 인식이 있어야 우리가 잘 대처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한겨레가 기후위기나 인공지능, 이주민, 급변하는 국제정세 등의 현안들을 깊이 있게 잘 다뤄주고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콜센터 덮친 인공지능’ 기획기사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잘 보여준 기사였다. 김 가격 인상이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는 기사나 주식 투자 스팸문자가 폭증한 이유를 짚은 기사와 같은 생활 밀착형 기사는 매우 유익했다. 그런 기사들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겨레TV 유튜브 채널은 누구를 타깃으로 삼은 걸까, 그리고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겨레에 대해 제가 갖고 있던 이미지가 있는데, 유튜브를 열어보고 좀 갭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 적어도 나처럼 나이가 조금 있는 여성이 메인 타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한겨레 내부의 판단이 있겠지만, 이게 멀리 보고 가는 전략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송지현 이번에 열린편집위에 참여하면서 한겨레가 뉴스레터, 유튜브, 에스엔에스, 매거진 등 다양한 채널과 매체를 운영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은 좀 문제인 것 같다. 뉴스레터의 경우, H:730과 휘클리로 이원화해서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냥 하나로 통합해서 주중에는 H:730 형태로, 주말에는 휘클리 형태로 보내면 더 많은 독자 풀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한겨레TV에는 시사평론 프로그램이 많은데, 다른 유튜브 채널과 그다지 차별성이 없는 것 같다. 출연하는 패널들도 비슷하고. 한겨레만의 차별화 지점을 꼭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정치 뉴스가 너무 과잉 생산되고 과잉 소비된다고 생각한다. 정치 뉴스는 이미 온라인으로 다 소비가 되니까 지면에서라도 정치 뉴스의 비중을 줄여보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끝으로 한겨레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이 전문가 코멘트를 받아서 논조 구성에 활용하는데, 전문가 코멘트만큼이나 당사자들의 얘기도 균형 있게 다뤄주면 훨씬 좋은 기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진선미 4년간 한국방송(KBS) 시청자위원을 하면서 언론의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다. 독립성이 유지되느냐에 따라 보도 내용이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걸 경험했다. 한겨레는 독립성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언론의 역할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와 기업 등 권력을 감시하는 것인데, 한겨레가 그 역할을 충실하게 잘 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특히 노동 기사들을 주의 깊게 봤는데, 여러 이슈에 대해 심층적으로 보도가 잘 이뤄지고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겨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들어가봤는데, 굉장히 결이 다르더라. 같은 매체가 운영하는 채널이 맞나 싶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좀 젊고 참신한 느낌이 들었다. 반면 유튜브는 다른 채널과 그다지 다르지 않고, 내 니즈에 딱 맞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매일 2~3분이라도 그날 뉴스를 정기적으로 업로드해주면 어떨까 싶다. 그래서 한겨레 유튜브가 독자들이 매일 들러야 하는 매체가 됐으면 좋겠다.

제정임 먼저 최근 인상 깊게 읽은 기사 몇 개 말씀드리겠다. ‘헌법재판관도 궁금해한 기후소송 쟁점’ 연재는 기후소송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친절한 기사였다. 코스트코 노동자 사망사고 1년을 맞아 쓴 ‘폭염 산재’ 기사와 본격 장마철을 앞두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쓴 ‘서울 반지하 물막이판 설치’ 기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좋은 기사였다. 모범적인 ‘아젠다 키핑’(지속적인 문제 제기) 사례라 할 수 있다. 아쉬웠던 점도 있다. 한겨레가 타사에 비해 기후위기 관련 보도를 잘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기후위기의 엄중함이나 긴급성 이런 거에 비춰보면 충분하지는 않다고 본다. 예컨대, 동해 유전 개발과 관련해, 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를 파내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한겨레가 정곡을 찌르는 보도를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가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고 땅속에 묻힌 화석연료는 더 이상 파내지 말아야 한다는 게 세계적인 합의 아닌가. 기후위기 보도를 제대로 하려면 기후변화팀만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 정치부, 경제산업부 등 뉴스룸국 모든 부서 기자들이 자기가 다뤄야 할 문제로 여겨야 한다. 그러려면 뉴스룸국 차원의 기후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 한겨레 뉴스룸국 간부들이 기후위기에 대해 엄중한 문제의식을 갖기 바란다.

이주현 위원장님이 동해 석유 시추와 관련해 한겨레에 쓴 칼럼을 보고 반성을 했다. 기후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 명심하겠다. 칭찬해 주신 폭염 산재와 같은 기사들에는 위원님들이 그동안 해주신 지적들이 많은 참고가 됐다. 앞으로도 열린편집위에서 나온 의견 소중하게 듣고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전정윤 영상 쪽은 뉴스룸국과 별도의 조직에서 담당하는데, 위원님들께서 제안을 해주신다면 영상 콘텐츠 책임자를 회의 자리에 모셔서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열린편집위원들이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열린편집위원들은 6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39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장보기 난민’과 ‘우리 안의 세계화, 이주민’ 기획이었다.

1. 이동 슈퍼 올 날만 손꼽는 ‘장보기 난민’ 사회부 김채운 기자

한줄평: “지방 소멸과 고령화 현상의 단면을 생생하게 포착” “생생한 사례와 통계, 대안까지 잘 버무려진 기사”

2. 창간기획 ‘우리 안의 세계화, 이주민’ 사회부 이지혜 윤연정 고나린 기자, 전국부 이준희 최예린 기자, 정치부 신형철 기자, 경제산업부 정유경 기자

한줄평: “다문화 시대, 포용과 공존의 과제를 호소력 있게 전달”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지점들을 잘 짚은 기획”

3. 뉴스분석 ‘대통령실발 상속세 완화론’ 경제산업부 최하얀 박수지 기자

한줄평: “상속세 감세론의 허점과 모순을 증거에 기반해 분석”

4. ‘의료개혁, 공공성 개혁부터’ 시리즈 사회정책부 천호성 임재희 손지민 김윤주 기자

한줄평: “의사 증원을 두고 ‘네 탓’ 공방과 숫자놀음만 이어지는 가운데 생생한 사례로 사안의 본질을 짚어낸 기사”

5. 노동자 ‘폭염 산재’ 무방비…달라진 게 없다 사회부 이지혜 윤연정 기자

한줄평: “코스트코 사망사고 1년을 맞아 고온 노동현장을 점검한 의미 있는 보도”

6. 어제 ‘인구국가비상사태’ 보셨나요…‘진짜 비상사태’ 3가지 빠졌던데 스페셜콘텐츠부 오세진 기자

“정부 저출생 대책의 한계를 다각도에서 고찰한 기사”

7. 토요판 커버스토리 ‘북에서 끌려온 아들 그리고 아버지’ 토요판부 조일준 기자

한줄평: “상세한 이야기, 안타깝고 독특한 사연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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