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성=시세조종' 낙인···"원활한 거래 막아 가격왜곡 우려"
["가상자산 MM도 시세조종행위"]
매매호가 간극 메꿔주는 순기능
금지 땐 유동성 적을수록 급등락
[법규제 글로벌 스탠더드 못미쳐]
'김치 프리미엄' 더 심화될수도
합법적 라이선스 자격 등 부여해
해외로 이탈하는 투자자 막아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7월 19일부터 시행된다. 국내 최초의 가상자산업과 관련된 법으로 규제의 틀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춰 시장 생태계 육성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전한 시장조성행위(MM·Market Making)마저 시세조종 행위로 분류해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가상자산공개(ICO) 등을 법적 근거 없이 금지하는 ‘그림자 규제’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법을 시행하면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신속히 개선하고 산업 육성을 위한 2단계 입법 작업에 하루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법에 건전한 MM마저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투자자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M을 시세조작과 뭉뚱그려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제한 까닭에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법 규제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못 미치다 보니 법 시행 이후 ‘김치 프리미엄’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법이 시행되는 7월 19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MM이 전면 금지된다.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 MM도 시세조종 행위에 포함돼 가상자산법에 명시된 가상자산을 활용한 불공정거래 행위에 포함된다고 못 박았다. 가상자산 시장을 어지럽혔던 시세조작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MM은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호가를 제시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 가격을 촘촘하게 형성하는 행위다. 매매를 원활하게 하고 거래 비용을 절감해주는 역할이다. 증권시장에서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격을 갖춘 9개 증권사들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M은 매도자와 매도자 간 상품 판매·매입 가격 호가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며 “상품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증권시장에서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세조작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서 MM을 금지하면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 코인 1개를 1000원에 매수하고 싶어도 호가창에 매도 주문이 적거나 없다면 원하는 가격에 매수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실제 가치보다 100원 더 높은 가격에 매수가 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가격 왜곡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유동성이 적은 자산일수록 원하는 가격과 시점에 매매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아져 사소한 계기로도 가격이 급등락할 위험이 생긴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팀장은 “글로벌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적절한 시장 조성 장치가 없다면 비합리적 가격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시장과 다른 방식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 가격이 형성되면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심화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고질병을 더 키울 수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글로벌 시장과 국내시장의 가상자산 가격 괴리를 뜻한다. 여기에 MM 금지로 인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유동성 급감까지 더해지면 이용자 보호라는 취지에도 어긋나는 셈이다. 김민승 코빗리서치센터장은 “가상자산은 종목과 거래소에 따라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유동성이 적어 가격이 급등락하면 선량한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와 경쟁하고 있는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의 거래량은 전 세계 5위권이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메이저 가상자산의 업비트 내 거래량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반면 아카시네트워크(56.96%), 리스크(57.14%) 등의 알트코인 거래량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M이 금지되면 국내 거래소의 알트코인 거래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거래 체결이 불편해지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할 유인이 사라져 해외로 이탈하는 사용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과거 가상자산 시장을 어지럽혔던 시세조작은 엄격히 처벌하되 정상적 MM은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업비트·빗썸 등 주요 거래소는 이상거래 탐지 인력을 보강하고 역량을 강화해왔다. 과거처럼 불법 MM 업체가 활보하기 힘들어졌다는 의미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이미 가상자산 MM이 제도화되는 추세다. 미국 1위 거래소의 경우 유동성 부족에 따른 이용자 보호를 위해 MM 업체인 GSR마켓에 MM을 맡겨왔다. 아시아의 가상자산 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경우 싱가포르통화청(MAS)이 올 4월 GSR마켓에 주요결제관(MPI) 자격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GSR마켓은 MAS 감독하에 MM 및 가상자산 현물 장외거래(OTC)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오태완 INF 크립토랩 대표는 “MM을 시장 조작(Market Manipulate)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관련 규제가 없어 과거 불법 업체가 성행했기 때문”이라며 “규제 샌드박스처럼 자격을 갖춘 기업에 합법적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MM 활동 범위 등을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상자산법 시행 앞두고 코인마켓 거래소 줄폐업 위기…지닥도 서비스 종료
- 가상자산보험 법 시행 전 나올까…코리안리, 요율 개발 착수
- 국내외 가상자산 전문가들 '비트코인, 단순 투자자산 이상'[비트코인 서울 2024]
- 코인 스치기만 해도 안 돼…가상자산 보유 금지령 내린 금융위
-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韓, 가상자산 시장 선점 승산 있어…사업자 세분화부터'[디센터 인터뷰
- 국내도 가상자산 ETF 요구 확산…'증시자금 뺏길라' 고민 커진 당국
- 홍콩 당국·업계 수년간 머리맞대…수탁·OTC 등 '가상자산 인프라' 결실
- 도쿄·싱가포르 머뭇댄 사이…'가상자산 허브' 선점한 홍콩
- 가상자산 시총 43.6조…반년 만에 53%↑
- '10대 소녀 십자가에 묶고 수천 번 몹쓸짓'…변태 살인마에 러시아 '발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