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보의 진짜 위협은? [세계의 창]

한겨레 2024. 6. 3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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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석좌교수

중국 안보당국은 최근 정보를 훔치려는 ‘외국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며 여러 사례를 발표했다. 외국 정보기관이 중국 전문가의 출국 상황을 주시한 뒤 국가 기밀을 훔치기 위해 그를 위협한다거나, 일부 해외 비정부기구가 중국에서 ‘생태 보호’를 명목으로 생태·생물 데이터 등을 수집해 중국의 생태 안전에 해를 끼치는 사건 등이다. 최근에는 짧은 영화 ‘위챗 함정’을 통해 외국 스파이가 위챗의 ‘친구 추가’를 통해 어떻게 주요 시설 등의 사진을 촬영하도록 요구하는지 보여준다. 이렇게 ‘국가 안보’가 보편화되면서 ‘과잉 안보’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 집권 직후인 2013년 말 중국은 총체적 국가안보관을 내세워 당 산하에 중앙국가안전위원회를 설치했고, 이 기구는 중국 국가안보의 최상위 기구가 됐다. 시진핑이 3연임을 확정한 2022년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정치보고에서는 ‘안보’라는 단어가 전례 없이 91차례 등장했고 ‘국가 안보와 사회 안정의 결연한 수호’를 별도의 장으로 발표했다. 또 국가보안법, 국가정보법, 데이터 보안법, 방첩법, 국가기밀보호법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많은 법률이 통과됐다.

중국이 안보에 대한 선전을 강화하는 이유는 개혁개방 이후 이른바 ‘외세’가 내부에 들어왔다고 당국이 경계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점진적인 다원화와 빈부 격차의 확대도 당국이 사회 안정을 걱정하게 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시작과 코로나19의 발생은 중국공산당을 더욱 놀라게 했고, 당국은 어떤 일이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과도한 반응은 물론 중국공산당의 통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안보 지상주의 사고방식은 고위 조직이나 법률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이나 해외 여행객 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국가안전부는 최근 해외 입국자에 대한 법 집행관의 휴대전화 및 기타 전자기기 조사 권한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귀국하는 본토인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필요한 경우 본인의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기기를 검사받는 데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규정상 ‘긴급한 상황’에 법 집행관이 검사할 수 있지만, 긴급 상황이나 조사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결국 법 집행관이 양심에 따라 판단하도록 했다. 이전에도 법 집행관이 여행자의 짐이나 전자기기를 임의로 검사하거나 여행자를 구금한 사례가 보도된 바 있으며, 이번 규정을 통해 행정 및 법 집행 절차를 합법화했다.

또 중국 교육부는 최근 ‘기초교육 규범 관리의 해’를 제정해 12가지 금지 행위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 마지노선’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특히 학교 관계자들이 ‘정치안보 의식이 낮고 부적절한 행동이 나타난다’며 12가지 금지 목록의 첫 항목에 ‘반당, 반사회주의, 역사 왜곡, 침략 미화 등의 잘못된 언행이 나타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근 몇년 동안 중국은 ‘경제 발전과 안보를 통합해, 둘을 동등하게 중시한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안보가 경제 발전보다 앞선다. 이는 시진핑이 “중국 개방의 문은 닫히지 않고 점점 더 넓게 열릴 것”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국제사회가 신뢰하지 않는 이유다. 또 현재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를 줄이고 중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 이전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 안보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분위기 속에서 중국 국민도 레드라인을 넘을까 걱정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레드라인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를 거듭 강조하고 여론 통제를 강화해왔지만, 국민에게 가장 큰 안보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정부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짜놓은 사회 통제의 그물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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