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의 ‘이익균점권’ [열린편집위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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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일 서울 도봉고등학교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문제는 선택을 강요한다.
'누구를 위하여'는 어떠한가? 그 문제는 '누구에게 분배하느냐'이다.
우리 겨레는 축소재생산사회로 들어가는 대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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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석 | 한겨레:온 편집위원·전 목포과학대 교수
지난 3월1일 서울 도봉고등학교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서울특별시 소재 공립 일반고등학교의 폐교라니.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지난해 대한민국의 출생아는 23만명(합계출산율 0.72)이다. 한 세대 전인 1993년 출생아 71만6천명(합계출산율 1.65)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제는 출생아 절대 숫자를 주시해야 한다. 가임여성인구로 새로 들어오는 15살 여성보다 그 인구에서 빠져나가는 50살 여성이 훨씬 많아지면서 가임여성인구(15~49살)는 큰 폭으로 감소해왔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가임 여성 1명당 0.72명)가 유지된다고 해도 올해 출생아가 23만명보다 적을 확률은 낮지 않다. 장차 출생아가 10만명대로 낮아질 개연성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
30년 뒤인 2053년에 30살 이하 인구는 몇명 정도일까? 앞으로 30년간 매년 20만명이 태어나 모두 생존한다고 가정하면, 30살 이하 인구는 600만명이다. 2024년 현재 9살 이하, 10대, 20대 인구의 합은 1400만명이 넘는다.(통계청, 2024년 6월24일 검색)
어쩌다 대한민국 소멸 위기의 징후가 점점 짙어졌을까? 국제사회가 주시한다고 하지 않는가. 어쩌다 삶의 생태계가, 결혼·임신·출산·양육을 둘러싼 생태계가 망가졌을까?
경제원론 교과서에서 본 3대 기본 경제 문제를 떠올려본다. 무엇(What)을 얼마나, 어떻게(How), 누구를 위하여(For Whom) 생산할 것인가. 그 문제는 선택을 강요한다. 선택은 그 무엇에 대한 포기다.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무엇’과 ‘어떻게’는 여러 도전 상황에 국민의 피와 땀을 집중하여 그런대로 잘 응전해왔다. 적지 않은 나라가 본보기로 삼을 만큼 성공했다고 자부해도 잘못은 아니리라. 국제사회의 평판 중 압권은 바로 2021년 7월2일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대한민국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한 것이다.
‘누구를 위하여’는 어떠한가? 그 문제는 ‘누구에게 분배하느냐'이다. 이자, 임금, 지대, 이윤 등의 형태로 당사자에게 적절히 귀속되어왔다고 보기 어렵게 하는 상황의 표징이 ‘저출산 심화·강화’가 아닐까. 그게 ‘무엇’과 ‘어떻게’를 성취해낸 무지막지한 기회비용이 아닐까.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의 상황은 어떠한가. 노동자 집단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정규직(정)과 비정규직(비). 서로 견제하는 관계로 역진하였다. 사용자(사)가 바라는 구도이리라. 한국의 노사 관계는 이렇게 ‘정비사’ 관계로 바뀌었다. 단결권, 즉 ‘노조 할 권리’를 잘 실현할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흐름 속에서 노동자가 과실을 확보할 동력(협상력과 행동역량)이 커졌다고 보기 어렵다.
일언이폐지하건대, 제22대 국회는 환기해주시라. 대한민국 제헌헌법 제18조 이익균점권!
“근로자의 단결,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서는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
이익균점권의 취지를 실현할 입법, 제도, 정책 등을 만들고 곧장 시행하도록 한다면, 제22대 국회는 ‘저출산 심화·강화’를 극복할 초석을 놓았다고 찬사받으리라.
감히 말한다. 우리 겨레는 축소재생산사회로 들어가는 대문 앞에 섰다. 한겨레신문의 창간 주주이자 독자로서 당부한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가 ‘이익균점권’을 ‘의제로 설정’(agenda setting)하고 저출산 심화·강화 극복 관점에서 ‘꾸준히 보도’(agenda keeping)하되, 적어도 매년 7월에 이익균점권에 관한 기획보도를 해달라.
※‘열린편집위원의 눈’은 열린편집위원 7명이 번갈아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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