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표팀 사령탑 1순위 홍명보 “협회, 그동안 얼마나 학습했나” 쓴소리…감독 제안 사실상 거절

박효재 기자 2024. 6. 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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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울산 HD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 HD의 홍명보 감독이 차기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1순위로 거론되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시스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대표팀 감독직 제안을 거절했다.

홍 감독은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2024시즌 20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런 입장을 밝혔다.

홍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의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보면 대한축구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며 협회의 의사결정 과정과 학습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홍 감독은 “정해성 위원장이 이렇게 일을 하는 데 뒤에서 누가 얼마나 지원해줬는지 생각해보면, 누구도 해주지 않은 것 같다”며 협회 내부의 소통 부재와 지원 체계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이 시점에서 그 일을 담당하는 위원장이 사퇴한다는 건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해 협회 내부의 갈등이나 문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홍 감독은 과거 축구협회 전무이사로 일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당시 김판곤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던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내가 전무이사로 일할 때 김판곤 위원장이 계셨고, 김 위원장은 책임과 권한을 다 가지고 있었다”며 “그래서 한국 축구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을 뽑을 수 있었고, 그렇게 선임된 게 벤투 감독”이라고 회상했다.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행정 시스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 그는 협회 행정 직원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축구협회 내부를 보면 위원장 자리는 전문성 있는 분들이 한다. 상벌위원장은 법조인, 의무위원장은 의료인이 하는데, 이분들을 도와줘야 하는 게 협회 행정 직원들”이라며 “고위급 행정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일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일도 만약 협회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행동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빨리 다른 선택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며 자성을 촉구했다.

홍 감독은 자신이 대표팀 감독 1순위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내가 (대표팀 감독) 1순위 후보로 올라갔다고 언론을 통해 들었다. 그렇다면 대표팀 감독의 ‘경계’가 정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협회에서 나보다 더 경험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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