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 최초 육성선수 SK렌터카 조예은, “이제 월급도 받아요…성적 내서 월세에서 전세가는게 목표”

이충진 기자 2024. 6. 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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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프로당구협회(PBA 제공)



지난 2022년 6월, 국내 프로당구 최초의 ‘육성선수’가 등장했다.

육성선수 제도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로, 신인 지명은 되지 않았지만 충분한 실력과 함께 가능성을 보이는 선수들을 각 구단이 직접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프로당구협회(PBA) SK렌터카는 전년도인 2021년 LPBA 트라이아웃에 등장해 전승을 거둔 신예 조예은에 대한 육성선수 계약을 발표, 화제를 모았다. 당시 21살로, 당구 애호가였던 아버지의 조언으로 당구에 입문한 지 불과 2년 째였던 조예은은 3일간 70여 명의 유망주가 참가하는 트라이아웃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1위까지 올랐다.

이를 지켜본 SK렌터카는 곧 조예은을 발탁, 육성선수 계약을 하며 개인 훈련과 연습 등 지원에 나섰다. 총 9개 구단이 참가하고 있는 국내 프로당구에서 최초의 육성선수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지난 25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강차 당구연구소 아카데미’에서 조예은을 만났다.

강동궁(SK렌터카)와 훈련 중인 조예은. /이충진 기자



“부산에서 살 때였는데, 고1이었어요. 아버지께서 ‘당구를 쳐 보지 않겠냐’고 물으셨는데, 꽤 재미가 있는 거예요. 아버지께서 곧 코치님을 구해 주셨고, 그때 부터 본격적으로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죠.”

당시 아버지가 구해 준 코치의 연습장은 대구. 졸지에 부산에서 대구로 ‘당구 유학’을 떠나게 된 조예은이었지만, 이후에도 한 번의 후회 없이 당구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있다고 했다.

“당구를 칠 때는 재미도 있지만, 생각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아요. 그 모든 순간에 집중하며 이뤄내는 결과를 볼 때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자주 하거든요. 그때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25일 경기도 화성시 ‘강차 당구 연구소’에 걸린 자신의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조예은. /이충진 기자



SK렌터카는 지난 5월 ‘24/25시즌 PBA 팀리그 드래프트’를 통해 조예은을 SK렌터카 소속 정식 선수로 합류시켰다.

PBA 팀리그는 15일 1라운드 개막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5개 라운드를 거쳐 포스트시즌에 돌입, 최고의 팀을 가리게 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당구 팀 리그 전으로, 각 구단의 이름을 건 단체전인 만큼 팬들은 물론 업계의 기대와 응원이 가장 집중되는 대회다.

“이제, 정말 가족이 생긴 것 같아요. 선배들이 정말 따뜻하게 챙겨주시는 건 당연하고요, 저 또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우리 팀은 실력과 인성 모두 최고거든요. 다만 한 가지 빠져있던 ‘활력소’를 제가 맡으려고요. (웃음)”

조예은(왼쪽)과 강동궁. /이충진 기자



조예은 특유의 발랄함에 현장에 있던 국내 당구 1위, 강동궁(SK렌터카) 역시 거들었다.

“예은이를 포함해 실력이 출중한 다양한 후배들이 있지만, 예은이는 특히 주변을 밝게 해 주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목소리 스펙트럼도 한 4옥타브는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밝은 성격의 조예은이지만 프로선수라면 하나씩 갖고 있을 ‘루틴’에 있어 조금 다른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회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제 루틴이에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어요. 그때그때 유행하는 음악들이요. 저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은 후배니까, 조금은 더 차분하게 대회를 준비하려는 노력입니다.”

조예은. 프로당구협회(PBA) 제공



하루 24시간 중 10시간 이상을 연습장에 머물며 맹훈련을 이어가고 있다는 조예은. 조예은의 올 시즌 목표는 바로 ‘1위’다. 그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여느 신인들과는 다른, 단답형 대답이었다.

“회사(SK렌터카)가 해 주시는 것들이 많아요. 각각의 선수들이 필요한 요소들을 정말 세심하게 챙겨주시거든요. 그만큼 보답을 해야죠. 이번 팀 리그, 제가 돕겠습니다!”

이어 22살의 조예은은 ‘대기업’의 직원이 된 것 같은 으쓱함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이제, 월급도 받거든요. 좋은 성적내면서 돈도 많이 모아서, 지금 사는 ‘월세’집을 ‘전세’집으로 옮기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조예은은 이어 별도로 개인전에 대한 야심도 드러냈다.

“같이 연습하던 또래 선수들이 ‘8강’에 오르는 것을 봤어요. 그래서 저도 일단은 개인전 ‘8강’에 오를 생각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1등을 해야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도 조예은은 ‘당구를 잘 치는 당구 선수가 되는 것’이라는 속 깊은 답을 내놨다.

“당구는 70대가 20대를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 중 하나라고 들었어요. 저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는 선수가 돼서 정말 당구를 잘 치는 당구 선수로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25일 경기도 화성시 강차 당구 연구소에서 만난 조예은. 조예은은 ‘당구를 잘 치는 당구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다. /이충진 기자



인터뷰를 마치며 조예은은 “소속팀에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면서 꼭 기사에 넣어달라는 부탁을 더했다.

“제 소속팀이 바로 ‘SK렌터카’잖아요. 제가 올 시즌 개인전에서 우승하면 좋은 차를 한 대 렌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차에 ‘SK렌터카’ 스티커로 도배를 해도 좋아요.”

조예은의 제안 이유는 바로 ‘아버지’였다.

“쉬는 날 아버지와 가끔 당구를 치기도 하는데, ‘5만원 내기’를 해요. 물론 제가 드리는 것은 아니고, 제가 이기면 아버지가 5만원을, 제가 지면 아버지 어깨를 5분간 주물러 드리는 건데 아버지 덩치가 엄청 크시거든요. 정말 녹초가 되요 (웃음). 제 차가 생기면, 바로 부산까지 운전해서 갈 거예요. 제가 상으로 받아왔다고, 제가 진짜 프로 선수가 됐다고…,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조예은(왼쪽)과 강동궁. /이충진 기자



■ SK렌터카 당구단은?

국내에서 프로당구가 첫 출범한 2019년부터 SK렌터카는 다양한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 내며 프로당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1988년 사업 개시 이래 30여 년 동안 이어온 업력으로 대한민국에 렌터카 사업을 뿌리 내리며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주도해 온 SK렌터카가 프로당구 분야에서도 혁신의 DNA를 이어가고 있는 것. 지난 2022년 프로당구 최초로 유망주 들을 발굴해 키우는 ‘육성선수’ 프로그램은 물론, 프로당구에는 없던 감독·멘털코치 제도 등을 운영하며 프로당구의 시스템을 정립했고, 프로골프에서 주로 운영되던 ‘프로암’ 대회를 도입하며 당구 저변확대에 앞장서왔다.



SK렌터카는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프로당구에서는 최초로 연 2회 이상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 종목으로만 여겨졌던 당구가 팀 플레이가 공존하는 스포츠로 자리잡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단합과 친밀감이 중요한 팀리그를 위한 것으로, 서로간의 기량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뜻 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SK렌터카는 설명했다.

특히 2023년부터는 황일문 SK렌터카 대표이사와 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장봉걸 SK렌터카 지속경영실장이 직접 참여해 수도권 일대 광교산, 청계산, 불곡산, 호명산 등을 오르는 워크숍을 지속 추진해 오고 있다.

2020년에는 프로당구 최초로 ‘멘털 코치’를 도입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고 경기 수도 많은 민감한 프로당구에서 상대 팀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자신만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력’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SK렌터카는 멘털 코치를 도입하고 선수와 1:1 코칭, 팀 코칭 등을 정기적으로 시도했고, 그 해 SK렌터카는 팀 리그 정규시즌 종합 2위라는 실적을 거뒀다.

팀 리그 2년차였던 2021년에는 프로당구 최초로 ‘감독제’를 도입하며 전 국가대표 당구 감독 출신인 이장희 SK렌터카 프로당구팀 감독을 선임했고, 이전까지 선수들이 직접 운영해야만 했던 팀 리그에서 선수들이 본연의 역할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

강동궁·레펀스 등 SK렌터카 선수들이 지난 해 팀리그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관중석에서 응원하며 함께 기뻐하는 조예은(오른쪽 두번째)이 보인다. 프로당구협회(PBA) 제공



‘SK렌터카 당구 프로암’은 SK렌터카가 당구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골프에만 있던 프로암을 프로당구는 물론 세계 최초로 당구에 접목해 기획한 행사로, 프로선수와 아마추어가 함께 소통하는 당구계 대표 팬 이벤트로 성장했다.

프로암에 참가하려는 아마추어 팬들의 최종 경쟁률은 40:1이나 된다. 강동궁, 에디 레펜스 등 SK렌터카 소속 선수부터 조재호, 김가영, 이미래, 서현민, 엄상필, 최혜미 등 타 구단 대표 선수들까지 총 14명의 PBA 스타 플레이어들이 참가해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이벤트다.

SK렌터카는 지난 2020년 이래 세계 최초의 폐막전이자 왕중왕전인 ‘월드챔피언십’ 타이틀 후원사를 맡고 있다.

‘스리쿠션’ 부분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인 월드챔피언십은 한 시즌의 모든 정규투어를 마친 후 정규투어로 누적된 상금랭킹 32위 이내에 속한 선수들만 출전 가능하다. 5억원을 초과하는 총상금과 2억원이 넘는 우승 상금 규모로 정규투어 대비 2배 이상의 대회 규모를 자랑하며 프로당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로 인정받고 있다.

‘24/25 시즌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은 내년 3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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