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문구점이 '온라인 교구社'로…교육 사업 도전장

원종환 2024. 6. 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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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승계기업을 가다
(6) 문구·교구 개발회사 빅드림
분당서 문구유통 가게로 출발
대형마트에 납품하며 외형 키워
2006년 월마트 철수하며 '휘청'
2세 여상훈 실장, 구원투수 등판
온라인 채널·자체 브랜드 승부수
교구 강사 파견서비스 사업 준비

‘꿈을 크게 꾸라’는 이름의 회사 빅드림은 1995년 현대문구라는 영세한 가게에서 시작됐다. 서울에서 문구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여권연 대표(65·왼쪽)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경기 성남시 분당으로 이사한 게 계기였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민하던 여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문구 유통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기준으로 연매출이 20억원을 넘었다”고 밝힐 정도로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빅드림으로 법인 전환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크다(big)’는 의미에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어 ‘빅(vic)’으로 정한 회사 이름대로 빅드림은 2000년대까지 미국 월마트를 비롯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문구를 납품하며 사세를 넓혀나갔다.

 ‘온라인 유통’으로 체질 개선한 아들

2000년대 후반 온라인 유통이 오프라인 유통을 넘보기 시작하면서 빅드림은 위기를 겪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입점해 매출을 끌어올리는 주요 수익 구조가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2006년에 접어들며 빅드림의 위기는 한층 심해졌다. 경기 광주에 자사 소형 매장을 여는 등 비용이 늘었지만 주요 납품사인 월마트가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2005년과 비교해 매출이 35% 가까이 줄었다. 여 대표는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며 사업 모델을 어떻게 뜯어고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의 고민은 장남인 여상훈 경영혁신실장(38·오른쪽)이 2014년 회사 구원투수로 합류하며 실마리를 찾는다. 사업에 관심이 많던 여 실장은 다니던 공공기관을 나와 여 대표에게 먼저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 실장은 2015년 오프라인 유통 위주의 사업모델을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했다. 그는 “아버지를 도와 전국 곳곳을 발로 뛸수록 오프라인 유통망의 한계를 느꼈다”며 “온라인 유통망이 단 한 개도 없던 빅드림의 온라인 전환을 서두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빅드림은 2010년대 중반 30여 개 온라인 유통망을 확보했다. 현재는 쿠팡과 G마켓, 옥션 등 50여 개 온라인 채널에서 문구를 판매하고 있다.

 ‘교구’로 사업 확장…자체 브랜드 승부

문구를 주로 유통하던 빅드림이 교구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도 여 실장의 아이디어다. 그는 “유통업을 통해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니 미국에서 과학용 교구가 주목받는 흐름이 보였다”며 “국내에서 틈새시장으로 공략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0년엔 자체 교구 브랜드인 티처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 실장은 “남의 제품을 납품하기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출시하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브랜드는 2021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문화상품 대상을 받았다. 300곳이 넘는 초교에서 방과후학습 교구로 활용하고 있다.

2021년엔 경기 용인 처인구에 문구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분당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구 개발 인프라를 강화했다. 여 실장의 노력으로 빅드림의 매출은 지난해 58억원을 기록했다. 그가 회사에 합류한 2014년 매출 13억원과 비교해 4.4배 커졌다. 직원도 같은 기간 3명에서 20명으로 늘었다.

 “업종 변경해도 가업승계 혜택 줘야”

자체 교구를 활용해 교육 분야로 진출하며 점진적으로 사업군을 늘리는 게 여 실장의 구상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사업을 통해 교육용 로봇을 자체 개발하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초교에 교구를 납품할 때 전문 강사를 파견하는 교육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가업승계에 대해 여 실장은 “업종이 바뀌어도 가업승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구업체에서 시작해 교구로 업종을 변경한 빅드림은 현행법상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는 “신사업에 도전하며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가업승계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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