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목생' 행운 박현경 "2초 동안 '망했구나' 생각했지만…"
(평창=연합뉴스) 권훈 기자 = "나무 맞는 소리 듣고선 2초 동안은 '아, 망했구나' 생각이 들긴 했죠"
30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맥콜ㆍ모나 용평 오픈 최종일 연장전 끝에 우승한 박현경은 두 번이나 숲으로 향하던 티샷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 쪽으로 들어오는 행운을 누렸다.
박현경은 3라운드 18번 홀(파5)과 같은 홀에서 치른 첫 번째 연장전에서 연거푸 티샷을 오른쪽으로 때렸다. 두번 모두 공은 나무를 맞고 다음 샷을 하기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곳으로 들어왔다.
연장전에서는 이 행운이 5m 버디 기회로 이어졌고 버디 퍼트를 넣은 박현경은 시즌 3승에 2주 연속 연장전 우승이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박현경은 "원래 18번 홀은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티샷을 쳐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오른쪽으로 딱 붙여서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면서 "그런데 처음엔 열려 맞았고 두 번째는 순간적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 공을 오른쪽으로 확 밀렸다"고 돌아봤다.
박현경은 "두 번 모두 행운이었다"면서 "처음에는 나무 맞는 소리에 '아, 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2초 뒤에 공이 보였다"며 웃었다.
지난 23일 BC카드ㆍ한경 레이디스컵 때 무려 4차 연장을 벌여 힘겹게 우승했던 박현경은 "2주 연속 우승은 상상도 못 했다. 꿈만 꿨던 일이었다. 기적 같은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그는 "상반기에만 3승 하고 보니 예전에 준우승만 9번 하던 시절 생각났다. 그때는 그렇게 우승하기가 힘들었는데 이렇게 편하게 즐기면서 치는데도 우승한다"고 활짝 웃었다.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다"는 박현경은 "겨울 전지훈련 때 6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키워 드라이버 거리를 10야드쯤 늘인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에 다승 공동 선두에 오른 박현경은 "늘어난 비거리 덕분에 더 짧은 클럽을 잡으면서 그린 적중률이 높아지고 (버디) 기회가 많아졌다"며 올해 눈부신 성적의 원동력을 비거리 증가라고 설명했다.
작년까지 KLPGA투어에서 퍼팅이 가장 뛰어난 선수였지만 올해는 퍼팅 실수가 많아졌다는 지적에 박현경은 "그린 적중률이 높아져서 버디 기회가 많다 보니 많이 놓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퍼트를 놓쳐도 그러려니 한다"면서 "퍼트 실패 때 데미지가 적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3라운드에서 3번 홀(파5) 3퍼트 보기로 불안했던 박현경은 "초반 짧은 퍼트가 들어가지 않아 보기를 했지만, 보약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파5인 10번 홀에서도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리고도 3퍼트 파를 한 게 흐름이 영향을 줬다"고 자평했다.
10번 홀부터 15번 홀까지 파 행진을 이어간 바람에 최예림에 1타차로 뒤진 박현경은 "중간에 리더보드를 봤다. 전혀 초조하지도 않고 조급하지도 않았다. 1타밖에 차이가 안 나니 곧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16번 홀에서 한뼘 거리 버디로 공동선두가 된 박현경은 18번 홀 3m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연장전에 끌려갔지만, 연장전에서는 5m 버디 퍼트를 넣고 우승을 확정했다.
박현경은 "3라운드 18번 홀 버디 퍼트는 내리막 슬라이스 라인이라 자신 있게 치지 못했다. 하지만 연장전 버디 퍼트는 마크할 때부터 자신 있었다. 올해 가장 많이 넣었고 가장 좋아하는 거리였다. (캐디인) 아빠와 의견이 맞으면 들어갈 확률이 아주 높은데 이번 퍼트 때는 의견이 딱 맞았다. 그래서 자신 있게 쳤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으로 연장전에서 4승1패의 승률을 기록한 박현경은 "연장전에서 강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지난 대회 때 연장전에서 우승하고는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다"면서 "2주 연속 연장전 우승이 KLPGA투어에서 처음이라니 다음번 연장전 때 좋은 기억으로 되살리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연장전에 나가면 이기거나 지거나 50대50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는 편"이라면서 "그 순간마저 즐긴다"고 연장전에서 강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현경은 "연장전 우승보다는 5타차 선두로 마지막 홀을 맞는 게 더 좋은데 뜻대로 안 된다"고 깔깔 웃었다.
2020년 2승을 따내 3명의 공동 다승왕 가운데 한명이었을 뿐 눈에 띄는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는 박현경은 "상금왕보다는 대상을 꼭 타고 싶다"고 거듭 대상 욕심을 내보였다.
시즌 상금이 8억8천만원을 넘었고, 통산 상금이 39억원을 돌파한 박현경은 "은퇴하기 전까지 통산 10승을 달성하고, 올해 상금 10억원과 통산 상금 40억원 돌파가 목표였는데 살짝 상향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소망을 밝혔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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