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은 돼야 로열계층… `그들만의 리그`

김경렬 2024. 6. 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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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패밀리 오피스 강남·압구정 밀집…불꽃 튀는 경쟁
증권·보험 등 非은행권도…"상담으로 고객DB 넓혀가"
지난 5월27일 열린 'KB GOLD&WISE 역삼 PB센터'·'KB STAR WM 프레스티지 라운지' 개소식에서 이환주(왼쪽 세번째부터)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 이재근 KB국민은행 은행장,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김성현 KB증권 대표이사, 이홍구 KB증권 대표이사, 오승원 KB라이프파트너스 대표이사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신한은행은 자산 10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 서울, 반포센터가 차례로 문 열었다. PWM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에는 전문 프라이빗뱅커(PB) 12명이 상주해 있다. 부동산, 세무, 법률 등 각 분야 전문가도 대기하고 있다. 방음설비, 음악감상실, 홈시어터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와인이나 주류 등 음료와 함께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상담을 하면 영화관이나 와인바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로열계층'의 상담 공간의 문을 열기 위해선 자산 100억원은 있어야 한다. 과거 고액 자산가의 기준인 10억원, 30억원 등은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이런 서비스의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많은 자산을 운용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담을 한 곳에서 제공한다는 편리함이 환심을 샀다. '그들만의 상담채널'이 열린지 10여년만에 일반 고객 상대로 제공되는 자산관리(WM) 서비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프리미엄 서비스로 진화했다.

금융사들이 초고액 자산가 유치 경쟁에 나선 것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다. VIP 서비스가 기존에는 공개된 금융재산을 기준으로 평가·설계됐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정보를 얻어내는 게 주안점이 됐다. 고객의 자산 정보를 끌어내 직접 관리하거나 그룹 내 사업 부서에 연결해주는 일은 수익으로 직결된다.

시중은행의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유가증권, 부동산 등 알 수 없었던 실제 재산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자산관리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고객 환심을 사는 종합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부동산 전망, 기업진단, 세무컨설팅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상담 시 알게 된 정보가 영업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서울 압구정과 강남을 주무대 삼고 있다. 70대 이상 전통 부자, 30~40대 영리치(젊은 부자), 50~60대 최고경영자(CEO)·임원·전문직 출신 등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 역량을 집중시킨 것이다.

은행들의 전략은 역시 '차별성'이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센터'에서는 은퇴·연금 전문 상담센터를 개설한 지 2년 만인 지난 2022년 9월 압구정에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GOLD&WISE the FIRST)'를 열었다. 초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특화 점포다. the FIRST는 투자, 세무, 부동산, 법률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종합자산관리를 위해 상담 후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민은행과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의 '최초'가 누구인지 경쟁하는 신한은행에서는 자산관리 전략을 세분화했다. 'PWM센터'를 통해 고액자산가를 모집해왔고, 지금은 'PWM 패밀리오피스센터'를 통해 초고액자산가 선점 경쟁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뱅커(PB)와 기업금융(IB)을 결합한 'PIB센터' 등이 신한의 고유 특화 채널 브랜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도 부유층을 겨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클럽원 PB센터'를 통해 30억원 이상 고객 채널을 운영 중이다. 고액자산관리 채널(PB 영업점)만 홍콩을 포함해 200개가 넘는다. 특히 2010년 4월부터 '하나리빙트러스트(Living Trust) 센터'를 설립, 가업상속의 새시대를 열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해 고객이 사후에도 원하는 사람에게 자산을 넘겨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기업 고객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은 것이다. 이후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분야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은행은 초고액자산가 대상 특화점포인 'TCE 시그니처센터'를 역삼에 열었다. 은행장 중심으로 사활을 건 영업전략이 집중되고 있다. 씨티은행에서 영입한 PB를 전진 배치했다. 자격증을 가진 업계 전문가도 적극 영입했다. 기업금융, 세무, 부동산컨설팅 등 다방면 전문가를 통해 절세 결과로 승부하겠다는 모습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을 비롯해 증권사, 보험사 등 여타 업권에서도 로열계층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더 편리하게, 더 전문적으로, 더 부유한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뺏고 뺏기는' 점유율 다툼을 하고 있다. 기업은행에서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지원WM센터를 개설하고 여기에 PB출신 전문 인력을 투입했다. 종합 상담 서비스 화력을 보탠 것이다. 올해부터 한국투자증권은 슈퍼리치 전담 조직인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GWM) 아래에 패밀리오피스부를 신설했다. 삼성생명에서도 삼성패밀리오피스를 통해 초고액 자산가 모시기에 나서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 부동산 종합 솔루션 플랫폼과 협업을 진행, 서비스 질을 높였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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