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 붕괴로 아동병원이 `소아응급실` 역할까지 떠안아"… 응급환자 상급병원 이송 어려움

강민성 2024. 6. 3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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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의료체계 붕괴로 인해 중증·응급 진료 장비가 부족한 아동병원이 '3차 병원'에서 해야할 소아응급실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아동병원협회는 대형병원에서 소아 응급실을 폐쇄하는 등 전반적인 소아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응급·중증 진료 시스템이 구축돼있지 않는 아동병원이 소아응급실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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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동병원협회가 30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병원이 처한 현실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 제공.

소아의료체계 붕괴로 인해 중증·응급 진료 장비가 부족한 아동병원이 '3차 병원'에서 해야할 소아응급실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아동병원 10곳 중 7곳은 내원한 소아 응급환자를 소아응급의료센터 등 상급종합병원에 전원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아동병원의 현실을 공개했다.

아동병원협회에 따르면 이달 27일부터 29일까지 회원 아동병원 117곳 중 50곳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아동병원 90%가 소아응급실의 '대체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로 들어오는 매월 응급 환자 수가 5명 이하라고 답한 경우는 56%, 6∼10명 22%, 11∼15명 4%, 16명 이상 6%였다. 한 아동병원은 구급차로 이송된 소아 응급 환자가 120명에 달하기도 했다.

아동병원협회는 대형병원에서 소아 응급실을 폐쇄하는 등 전반적인 소아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응급·중증 진료 시스템이 구축돼있지 않는 아동병원이 소아응급실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동병원이 지난 한 달간 구급차로 이송받은 소아 환자 중 준중증 이상 환자는 5건 이하가 52%, 6∼10건 10%였다.

응급실이 없는 지역 아동병원이 준중증 응급 환자를 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의료사고 위험에 크게 노출되는 추세라고 아동병원협회는 분석했다.

구급차로 들어온 중증 소아 환자를 다시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기도 매우 어렵다는 응답이 72%에 달했다. 이들이 중증 응급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전원 시, 환자 한명당 연락해 본 병원은 몇 곳이냐는 질문에는 5곳 이하가 90%로 가장 많았다. 6∼10곳은 6%였다. 중증 환자 중 지난 한 달간 환자가 거주하는 지역을 벗어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는 비율은 50% 정도였다.

거주지를 벗어난 장거리 전원은 환자에게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소아 중환자 이송과 수용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아동병원협회는 꼬집었다. 정성관 아동병원협회 부회장(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아동병원은 응급 환자 이송이 안 될 경우 여러 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투입해야 하는 부담과 법적 책임까지 감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소아 응급환자가 구급차로 내원할 경우 일반 진료는 전혀 할 수 없어 일반 환자들의 진료가 밀리는 등 불만도 크다"고 토로했다.

정 부회장은 "아동병원 소아응급실화에 대한 법적, 제도적, 정책적 대책이 마련돼야 소아 응급환자도, 아동병원도 최상의 환경에서 최상의 진료와 진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소아 의료시스템을 회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한편, 아동병원에 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최용재 아동병원협회 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소아 응급환자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아동병원과 소방청의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소아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아동병원에 추가적인 인적·물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현재 빈사 상태인 소아 의료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말했다.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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