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 후폭풍 …"서울아파트 전셋값 하반기 더 오른다"

연규욱 기자(Qyon@mk.co.kr) 2024. 6.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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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가 51인 설문
신규 입주물량 10년래 최저
빌라 기피 겹쳐 불안 부채질
서울 전셋값 58주 연속 상승
도심 정비사업 꽉 막힌 상태
재초환 등 관련 규제 풀어야

전문가들 대부분은 올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주 물량 부족 현상은 당장 매매시장보다 전세시장에 더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월이 되면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 4년을 맞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는 요인도 있다.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는 정비사업장에 대한 지원책을 확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30일 매일경제가 컨설팅·학계·시행사·금융권 등의 부동산 전문가 51명을 대상으로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을 설문한 결과,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5%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45%로 다수를 차지했다. 매매가격은 1~3% 상승을 예측한 답변이 제일 많았는데, 전셋값은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 전세시장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하반기 5%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도 19.6%나 됐다. 보합 또는 하락을 예측한 전문가는 4%에 불과해, 이를 제외한 전문가 96%는 하반기 추가 상승을 전망한 것이다. 이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지난주까지 58주 연속 상승했다. 올해 연간 누적으론 2.19%(올 들어 6월 넷째 주까지) 상승했다. 전문가 대다수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전셋값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이는 최근 상승폭을 고려하면 충분히 현실적인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최근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최근 3주간 '0.12%→0.17%→ 0.19%'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전셋값 상승의 주된 요인은 역시 '공급(입주 물량) 부족'이었다. 실제 오는 7월만 해도 수도권 신축 입주 물량(2749가구)은 2013년 7월(2094가구) 이후 10여 년 만에 가장 적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에 집을 사지 않고 관망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데 반해, 전세 수요가 높은 신축 입주 물량은 적어 상승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전반적인 인구 감소에도 주택 수요 단위인 가구 수는 증가하는데, 입주 물량 부족 현상과 맞물리면서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전세사기 사태에 따른 '빌라 기피' 현상 역시 아파트 전세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란 의견도 다수 있었다.

여기에 임대차 2법 영향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다. 2020년 7월 시행된 주택임대차 2법은 4년이 돼 간다. 이제부터 첫 '2+2년' 만기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는 얘기다. 집주인들이 4년간 올리지 못한 전셋값을 한 번에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셋값 상승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년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아파트는 전셋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가장 요구되는 항목으로 '공사비 갈등 정비사업 현장 지원책 확대'(47.1%·복수 응답)를 꼽았다. 수요가 많은 도심 내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비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 재건축 규제 추가 완화'라는 응답이 43.1%로 뒤를 이은 점 역시 같은 맥락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외곽에 있는 신도시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구도심 정비사업 지원"이라며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그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도 "공급의 주요 주체는 공공이 아닌 민간이기에 민간의 활력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더 이상의 신규 택지는 불필요하다"며 "기존 사업장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갈등 중재가 정부의 실질적인 공급 노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도 공급 측면의 문제가 주로 지목됐다. 전문가 절반 이상은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상승 및 정비사업 지연'(58.8%·복수 응답)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PF 부실 문제'(43.1%) '신축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전세난'(39.2%)이 뒤를 이었다. '고금리'(19.6%), 'DSR 등 대출 규제'(15.7%)를 비롯한 수요 측면 요소를 지목한 응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에 따라 전셋값이 오르고, 이는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공사비 급등에 따른 PF 연쇄 부실이 이어지며, 이로 인한 공급 감소는 비단 부동산 가격만이 아닌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 대상 전문가 명단(가나다순)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 구명완 엠디엠플러스 대표,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 김기원 리치고 대표,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세원 내외주건 부사장,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장, 노지영 더피알 이사,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 박명주 부동산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 박준표 포애드원 본부장,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 수석연구위원,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 백준 J&K도시정비 대표,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소장,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 유선기 아르고대부투자연구소 대표,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이대열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사장, 이승철 유안타증권 수석부동산컨설턴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호상 대한주택건설협회 전략기획본부장,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 정경진 밸류맵 시장분석팀장,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지현배 한국감정평가사협회 정책기획실장,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 한문도 국제부동산정책학회 부회장,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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