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다음주 나토정상회의에 '베팅'… 아시아·중동 다 불렀다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6. 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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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일 워싱턴 정상회의
'아시아·중동판 나토' 논의
주요 아랍 동맹국들도 초청
북·중·러·이란 밀착에 대항
'나토+다자동맹' 확대할 포석
佛·英 등 동맹국 단속도 노려

'두 개의 전쟁', 자국 내 정치 불안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기념 정상회의에 아시아는 물론 중동 동맹국을 모두 집결시키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장기화 과정에서 군사 강대국인 러시아와 중국, 북한, 이란이 더욱 밀착하고 있는 만큼 다자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가 나토 정상회의에 이스라엘과 주요 아랍 국가 외무장관을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9~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 정상회의와 함께 초청 국가들과의 장관급 회담이 진행될 전망이다. FT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북미와 유럽 나토 회원국 31개국을 비롯해 한국·일본·호주가 초청을 받았으며, 미국의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아랍권 이집트, 요르단, 카타르,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초청을 받아 참석할 예정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집중해왔지만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테러에 이은 가자지구에서의 지상전으로 방위 전력이 분산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한정된 국방비와 군수품을 두고 역량 집중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미국이 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를 초청한 것은 주최국으로서 다자간 동맹의 이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중동 안보 책임자인 조너선 로드는 "중동판 나토 구축은 그동안 여러 미국 행정부의 오랜 야망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으로서는 중동에서 이스라엘 단독 초청에 따른 역내 반발 가능성을 잠재우고 미국 중심의 다자간 동맹 강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과시할 수 있는 기회다.

비회원 파트너국들은 나토 정상회의 공식회의에 참석하지 않지만 75주년 기념 만찬과 부대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나토 관계자는 "미 당국이 나토 파트너국 대표들과의 장관급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방안, 회원국 국방비 목표 달성안과 함께 파트너국들과 중동 가자 전쟁 대응 방안,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 강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이며, 오는 10월 나토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사전 데뷔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총선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회원국들의 동맹 약화 가능성은 미국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당장 30일 총선과 오는 7일 결선투표를 앞둔 프랑스에서는 극우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크라이나 지원금 삭감과 국방 지원 감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1당 등극이 유력한 프랑스 극우파 국민연합(RN)은 우크라이나에 군수품과 방어용 장비는 보내겠지만, 프랑스군의 파병이나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장거리 미사일 제공 등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조기 총선 결정은 프랑스와 유럽 정치권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날 폴리티코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선언하기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 80주년 기념식에 참석 차 프랑스 방문을 앞두고 있었으며, 바이든 측근들은 이 결정을 묘책이라며 긍정적으로 여겼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도 우파 연합은 지지율 3위에 정체되면서 묘책이라는 판단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프랑스에서 극우 정당의 승리는 유럽 내 새로운 분열을 초래하거나 기존 분열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기존 북미와 유럽 중심의 나토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아시아판 나토'와 '중동판 나토' 구축이 필요한 셈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는 러시아와 이란이 군사력을 과시하며 나토와 미국·이스라엘 동맹을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29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대규모 공격을 실시한 데 이어 러시아 본토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나토에 보란 듯이 중·단거리 미사일 재생산과 배치를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 "중·단거리 미사일 배치에 대한 일방적인 유예에 대해 추가 조치를 논의하겠다"며 "미국의 행동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987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따라 500~5500㎞ 핵·미사일 폐기와 개발·생산·배치를 금지하는 조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은 28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를 공격할 경우 '말살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28일 "이란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하겠다는 선전을 심리전으로 여기지만, 전면 군사 공격에 착수하면 '말살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모든 저항 전선(친이란 무장 세력)의 개입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경고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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