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베어링 '1등 DNA' 자신감 … 로봇부품·車섀시에 도전장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4. 6. 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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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 일진그룹 회장
3세대 휠베어링 점유율 35%로 세계 1위
철저한 품질관리와 납기, 고객확보 비결
BYD에도 납품 … 中에 베어링 파는 회사
2027년까지 연매출 6조원 달성 청사진

개당 10만원짜리지만 이 부품이 없으면 자동차 공장은 라인을 멈춰야 한다. 모터나 엔진에서 나온 동력을 차 바퀴로 전달하는 핵심 부품, '베어링' 얘기다. 내연기관차든 전기차든 모든차에 베어링이 여러 개 들어간다. '산업의 쌀'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베어링이라는 단일 부품을 주력으로 인수·합병(M&A) 한번 없이 총 연매출 3조원을 넘긴 일진그룹의 이동섭 신임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은 곧 성장이었다"며 담담하게 회사의 발전 과정을 이야기했다.

이 회장은 베어링 국산화를 이뤄낸 고(故) 이상일 일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이다. 지난 6월 회장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일진그룹은 일진글로벌을 핵심 축으로 일진베어링, 일진 등 자회사를 둔 글로벌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연매출 3조7600억원을 달성했다.

이 회장은 "창사 이래 지난 50년 동안 회사는 크고 작은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줄곧 성장했다"면서 "3세대 휠 베어링이 점유율 35%를 차지하며 2016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1위를 지켰던 건 오직 품질과 납기에 기반한 고객사 신뢰 덕분"이라고 말했다.

일진그룹의 완성차 고객사를 나열하면 열 손가락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일진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 1차 협력사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도로 위에서 일진의 베어링이 탑재되지 않은 차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글로벌 고객사도 보유했다. 7억원짜리 롤스로이스 팬텀부터 저가 중국차까지 모두 일진그룹 베어링을 쓴다는 이야기다.

비결은 품질·가격·기술·사후 대응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촘촘한 고객사 대응에 있다. 완성차 업계에서 부품사는 늘상 '을'이지만 기술 경쟁력으로 돌고 돌아 다시 '갑'이 먼저 찾아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타사 부품을 쓰다 품질 문제가 발생해 우리에게 가져오는 고객사, 짧은 기간 내 개발을 원하는 기업, 가격 합리화를 원하는 곳 등 여러 기업의 요구 사항을 일진그룹이 모두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고객 신뢰가 쌓이며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면서 "완성차는 조달 안정성을 위해 원래 부품사 한 곳에서 30% 이상의 물량을 받지 않는데, 일진그룹엔 그 룰이 깨져 우리 베어링을 90% 이상 쓰는 완성차 고객사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진그룹의 성장 원동력으로 임직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목표 달성을 위해 달리는 조직 문화를 꼽았다. 그는 "아이디어가 도출되면 이를 구체화하고 빠르게 실행으로 연결하는 것이 우리의 기업 문화이자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7000명에 가까운 전 세계 임직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내포하는 '얼라인(Align)'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최전방 영업직부터 공장 직원까지 정보의 막힘 없이 원활하게 소통하며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조직이 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핵심 기술의 상품화를 논의하는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여러 신사업에 도전하며 베어링 1등 DNA를 이식하겠다는 목표다. 한 분야에서 세계 1등을 해본 만큼 자동차 섀시, 차량 전동 액추에이터, 로봇 부품 등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목표다. 이 회장은 모빌리티 트렌드를 예의 주시했다. 부품 경량화가 주요 화두로 부상했으며, 주행 시 안전성과 안락함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사항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단순한 부품 제조 전문 기업이 아니라 고객에게 통합 단위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스템 기업으로 도약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2027년까지 연매출 6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베어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면서 신사업으로 뒷받침되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 숫자가 실제 수주에 기반한 보수적 목표라고도 부연했다.

이 회장은 "환경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생존과 번영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매출이 자동차에 의존해 있는데 앞으로 전동화를 포함한 새로운 모빌리티가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진그룹은 중국 등 신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에 이어 북미, 유럽 핵심 자동차 고객사를 연이어 뚫으며 성과를 낸 것처럼, 중국 고객사도 섭렵하겠다는 목표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 BYD를 고객사로 확보한 것도 최근 성과다.

이 회장은 "많은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우린 중국 조직을 더 키웠다"면서 "중국 시장을 미리 공략해놔야 나중에 이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본격 진출했을 때에도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도 베어링을 파는 회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고 말했다.

이동섭 회장

△1989년 영동고 졸업 △1993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1999년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 섐페인 캠퍼스 MBA △2003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2005년 일진 미국 법인장 △2011년 일진그룹 기획조정 및 전략기획 실장 △2018년 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 △2022년 일진그룹 부회장 △2024년 일진그룹 회장

[박소라 기자 /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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