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 코치와 킴콩조-백리장성의 케미는 특별해…“제자들은 나를 넘어설 수 있다”
배드민턴국가대표팀 이경원 여자복식 코치(43)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평생 닿지 못한 한이다. 각각 라경민, 이효정과 함께 나선 2004아테네올림픽과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복식에서 동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2번 모두 중국을 넘지 못했다.
스스로도 “난 대회마다 간절함과 두려움을 안고 임했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다. 두려움은 ‘겁을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겁이 나도 극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돌아볼 정도로 아쉬워 한다.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 황혜영-정소영 이후 가장 정상에 근접했기 때문에 2번의 실패가 더욱 쓰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금메달리스트 선수’가 되진 못했지만 ‘금메달리스트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 수년간 자신과 동고동락한 ‘킴콩조’ 김소영(32·인천국제공항)-공희용(28·전북은행·세계랭킹 7위)과 ‘백리장성’ 백하나(24·MG새마을금고)-이소희(30·인천국제공항·2위)가 2024파리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설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김소영-공희용과 백하나-이소희가 올림픽 결승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강경진 전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천칭천-자이판(중국·1위)을 격파하기 위해 두 조와 함께 연일 구슬땀을 흘리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천칭천-자이판과 상대전적에서 김소영-공희용은 5승11패, 백하나-이소희는 3승5패로 열세지만 최근 경기력은 대등했기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
김소영-공희용 조와 백하나-이소희 조도 이 코치의 한을 풀어주겠다고 다짐한다. 저마다 사연이 다양하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과거 장예나와 정경은, 김하나 등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도쿄올림픽에서야 첫 기회를 잡은 김소영-공희용 조는 2대회 연속 메달을 넘어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한다.
김소영은 “도쿄올림픽 당시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각오로 임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도전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그 사이 국민들의 기대가 더욱 커진 게 느껴지는 만큼 동기부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희용도 “(김)소영 언니와 한번 더 올림픽에 나설 수 있어 너무 좋다. 이 코치님의 말씀대로 우리 선수들끼리 결승에서 만나는 게 1차 목표”라며 “예선전부터 모든 경기가 늘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임하겠다. 과거 우리가 선배들에게 밀려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지만, 그 사이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후배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소희는 “지난 8년을 와신상담의 자세로 견뎠다. 그래도 견디다보니 올림픽에 3번이나 출전할 수 있게 됐고, 지금처럼 잘 견디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선수들의 경기력에 상관없이 우리가 잘 버텨내는 게 중요하다. 잘 버티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백하나도 “우리 못지않게 상대들도 부담이 클 것이다. (이)소희 언니를 잘 따라다니며 돕겠다”며 “사실 몇 개월 전만해도 설렘이 더 컸지만 지금은 걱정도 된다. 머리를 비우고 감사함만 안고 파리로 향하겠다”고 거들었다.
이 코치는 제자들의 출사표를 흐뭇한 표정으로 들었다. 그는 “김소영-공희용 조, 백하나-이소희 조 모두 한국배드민턴 역대 최고 조합이다. 힘, 스피드, 경기 운영, 수비 모두 이전 세대 이상”이라며 “제자들이 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도 ‘금메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눈물이 날 것 같은데, 실제로 제자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 펑펑 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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