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오를 줄 알았더니”...치솟던 ‘이 종목’ 숨고르기

박스권 갇힌 ‘AI 전력주’
현대일렉 5개월새 3배 급등
PBR도 10배까지 뛰어올라
영업익 2배 증가 전망에도
고점 우려에 차익실현 매물
LS일렉은 실적 전망 하향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급속도로 주가가 상승하던 전력 관련 종목들이 이달 들어 박스권에 갇혔다.

단기간 주가가 급등하면서 고평가 부담이 커졌고, 주가를 부양하던 AI 반도체 관련주가 고점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오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30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8만100원에서 6월 첫 거래일인 3일 29만1000원까지 올랐다.

이 종목은 시가총액이 11조원 이상으로 전력 테마 대장주로 불리는데, 불과 5개월만에 상승률이 263.30%에 달한 것이다.

하지만 6월 마지막 거래일인 28일 HD현대일렉트릭의 종가는 31만1500원으로 한 달간 7.0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 7일에는 주가가 26만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사실 증권가에서는 이 종목이 2분기에도 호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사가 제시한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평균 매출액 8298억원에 영업이익 1219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15%와 107.31%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한 탓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0.12배까지 오른 상태이고, 엔비디아 등 전력기기 수요를 이끌던 AI 반도체 관련주가 고점에 올랐다는 분석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국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HD현대일렉트릭에 대한 차익 실현이 이어졌다.

6월 3~28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는 해당 종목을 2011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국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각각 669억원, 8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는 6월 20일까지는 HD현대일렉트릭을 201억원어치 순매수했다가, 이튿날 하루 만에 730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매도세로 돌아섰다.

또 다른 대장주로 꼽히는 LS일렉트릭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종목은 1월 2일 7만3300원에서 6월 3일 21만3000원까지 올라 190.59%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6월 28일 22만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LS일렉트릭은 6월 들어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해당 종목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1조1121억원에 영업이익 866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46%와 17.45% 감소한 수치다.

이처럼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는 이유에 대해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S일렉트릭은 최근 초고압 변압기 공장 증설을 발표했는데 관련 실적은 내년부터 반영된다”며 “단기 실적은 국내 2차전지 업체의 북미 증설이 지연됨에 따라 부진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LS일렉트릭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계열사인 LS에코에너지와 가온전선 역시 박스권에 갇혀있다.

연초 2만원대에서 거래되던 LS에코에너지는 5월 한 때 4만원을 돌파했지만, 6월 들어 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가온전선도 연초 2만원대에서 5월에는 6만원을 넘어섰으나 6월에는 4~5만원을 오갔다. 이에 따라 지주사인 LS 주가도 연초 9만원에서 5월 초 18만원대까지 올랐다가, 이제는 14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른바 ‘전력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했던 중소형주 역시 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효성중공업, 대한전선, 일진전기 등 시가총액 1~3조원 안팎의 종목 대부분이 5월 중 고점에 올랐다가 6월 들어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