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엔저 먹구름'

엔화값 38년만에 최저치 경신
높은 인플레에 경기둔화 우려
여전히 아시아 유망시장 분석도

최근 상승세를 구가하던 일본 증시의 기세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도한 엔저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우려에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30일 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 자금이 다른 경쟁 시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하반기 일본 증시의 상승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전문가 예상치 평균에 따르면 연말까지 닛케이225 지수는 약 4.8% 상승한 4만1489, 토픽스 지수는 약 2.9% 오른 289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닛케이 평균 지수는 지난 3월 말 4만88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기세가 줄어 종가 기준으로 한 번도 4만 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4~6월 등락률도 미국 S&P 500과 유로스톡스 600 등을 밑돌고 있다.

일본 증시가 제자리걸음 중인 가장 큰 요인으로는 역대급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값이 꼽힌다. 엔저 지속에 대한 우려가 시장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기업이 지출을 줄인 데다, 일본은행은 이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8일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한때 달러당 161엔 선을 넘어서며 38년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일각에서는 달러당 170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수석 시장 분석가는 "지금 시점에 일본 증시에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엔저는 일본 수출 기업들에 도움이 되지만 수입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일본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을 낮춘다.

환율 리스크와 경기 둔화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외에 다른 나라로 속속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시장에서 5주 연속 순매도세를 보였는데,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최장 기간이다.

다만 블룸버그는 그럼에도 블랙록과 같은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여전히 일본 증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MSCI 일본 지수의 주당 순이익은 향후 12개월 동안 1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