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에 김건희는 성역? 시청자위 "잠입취재 금지할 건가?"

김예리 기자 2024. 6. 30. 17: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잇단 보도 '삭제·축소·금지' 비판
"편집권 침해" "소주병 섬네일 왜 문제? 전혀 이해 안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5월13일자 YTN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달 YTN의 김건희 여사 특검 관련 보도가 윗선 지시로 축소되자 시청자위원들의 비판이 나왔다. 김응건 YTN 보도국장은 “의도를 가지고 축소 보도를 하려 했던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한 '돌발영상' 유튜브 삭제와 시청자위 프로그램 폐지 결정, 방통심의위원회 법정제재 대응에도 날선 지적이 제기됐다.

윤영미 YTN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소비자와함께 공동대표)은 지난달 25일 열린 5월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5월 초 YTN 보도국 간부의 일방 결정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 관련 보도를 축소했다는 데 대해 보도국장 설명을 요청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공추위)는 지난달 14일 '김백 사장 취임 후 김건희 여사에 불리한 뉴스가 사라지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공추위는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준 최재영 목사 녹취구성 삭제, 같은달 초 '김건희 명품백 수수 영상' 사용 불가 지시, 총선 이튿날 검찰의 김 여사 소환 관련 단신이 승인됐다가 취소된 사례 등을 들었다.

윤 부위원장은 “공추위 성명이 나오기 전 이달 초에 보도국 간부가 편집부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영상을 쓰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들었다”며 “일방적으로 간부가 이렇게 쓰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은 기자들 편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경위에 대해서 답변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응건 YTN 보도국장은 “내부적으로 그 영상(김건희 디올백 수수 영상)을 지속해서 쓰는 게 문제가 있지 않냐는 지적이 있어 부국장단을 포함해 보도국 차원에서 논의했다”며 “몰래카메라로 찍지 않은 영상도 존재하고 있고 굳이 일종의 불법성이 거론되는 그 영상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축소 보도를 하려고 했던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도 했다.

▲'서울의소리'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에 이상철 시청자위원(노무법인 이유 공인노무사)은 “영부인에 대한 잠입 취재가 불법 소지가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 앞으로 YTN은 잠입 취재라든가 동의받지 않은 영상을 찍었을 때 다 삭제되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김응건 국장은 “잠입 취재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항상 저희 취재 일선에서도 주로 많이 사용하는 취재 방법”이라면서도 “이런 부분들이 사회적 논란이 있고 또 불법성 논란이 있는 만큼 저희가 주의를 최대한 기울이면서 관련 보도를 계속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현식 시청자위원(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위원)은 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 관련 '돌발영상' 삭제 사태에 우려를 표했다. 김현식 위원은 “돌발영상 '자신감의 근거' 편이 방송 하루 만에 YTN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 유튜브에서 모두 삭제됐다”며 “데스킹을 거쳐 정상 방송됐고 동시에 유튜브에 올라갔는데 소주병 그림이 섬네일에서 삭제되더니 결국 영상 자체를 내려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 후 삭제됐다는 점 때문에 외압설이 제기됐다”고 했다.

돌발영상 담당인 보도제작국의 김승재 국장은 “한일관계 문제를 다루는데 본질적 내용과 관계없는 대통령 소주 발언과 소주병 이미지를 사용하느냐 이건 좀 적절치 않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었다”며 “삭제한 건 아니고 비공개 처리”라고 답했다.

▲방송됐다가 유튜브 비공개 처리된 5월13일 YTN 돌발영상 유튜브 섬네일

김현식 위원이 “섬네일을 수정해서 유지할 생각은 없으셨나? 또는 앞으로 섬네일을 수정해서 그 방송을 정상적으로 공개로 다시 전환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으신가”라고 묻자 김승재 국장은 “부서가 새롭게 꾸려지다 보니 섬네일 수정이 익숙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밝힌 뒤 영상을 복구할 계획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상철 위원도 “소주병 섬네일이 전혀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데 왜 이게 불방이 됐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 기사에서는 (YTN 측 입장으로) '대통령이 소주 거론한 게 문제가 됐다' 이러는데 저는 전혀 이해가 안 되더라. 시장 가서 해산물 보고 소주 발언하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2010년 연평도 피격 당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폭탄주 발언,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보온병 탄피 발언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정치인의 술 관련 발언을 담은) 이건 있는데 왜 최근 건 없어졌을까 의구심이 들어 약간 의아스럽다”고 했다.

당시 YTN은 연평도 피격 현장을 방문한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불에 탄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잘못 소개하고, 송영길 전 시장이 포격으로 그을린 소주병을 '진짜 폭탄주'라고 말하는 내용을 돌방영상으로 제작했다.

▲현재는 폐지된 YTN '시민데스크' 방영 화면.

YTN이 시청자위 회의 현장을 전하는 <시청자 비평 플러스> '시민 데스크'를 일방 폐지한 데에도 지적이 나왔다. 김현식 위원은 “옴부즈맨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다면 정식 안건 상정해 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발전안을 논의하는 게 기본 상식이며 합리적 절차”라며 “이 상황은 YTN 민영화 이후 벌어진 프로그램 불방이라든지 폐지 조치와 거의 비슷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김종균 보도본부장이 이 지적에 “더 추가로 말씀드릴 건 없을 것 같다. 이미 공식 입장을 냈다”라고 말하자, 이동욱 시청자위원장(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프로그램이 폐지된 만큼 그 시간을 시청자들을 위해서 더 좋은 프로그램 혹은 더 좋은 시간을 할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좀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재차 설명을 요청했다.

김종균 보도본부장은 “조금 급하게 결정돼서 제대로 설명을 못 드린 것 같다”며 “시간대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계속 미세 조정을 하는 상황이라서 위원장 말씀 반영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