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란드에서 율터백'으로... 광주 토박이 허율의 '낭만 이도류'[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4. 6.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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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상대의 골문을 노리던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이제 최후방에서 골문을 지키는 중앙 수비수로 변신했다. 시즌 중에 이뤄진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상황.

하지만 K리그 최고의 전술가 이정효 광주FC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광주 '최후의 보루'로 우뚝 선 허율(23)은 새로운 자리에서의 성장을 즐기며 축구 인생 2막을 산뜻하게 열었다.

스포츠한국은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허율을 만나 최전방 공격수에서 최후방 수비수로의 포지션 변경을 둘러싼 이야기와 앞으로의 다짐, '스승' 이정효 감독에 대해 들어봤다.

올 시즌 도중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해 연착륙 중인 광주FC 허율.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허율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장신의 왼발 스트라이커로서, 광주 유소년팀인 금호고 시절 백운기전국고교축구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의 활약으로 이름을 알렸다. 2020시즌 광주에서 프로 데뷔해 지난해까지 4시즌 내내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뛰었다.

하지만 허율은 22세 이하 의무출전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첫해인 올 시즌, 이건희와의 원톱 경쟁에서 다소 주춤하며 교체로 나오는 빈도를 늘려갔다. 여기에 광주의 수비 불안이 겹치면서 이정효 감독의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허율도, 광주 수비도 살릴 센터백으로의 포지션 변경이었다.

4월부터 간헐적인 센터백 출전을 경험한 허율은 지난 15일 김천 상무와의 17라운드 홈경기에서 센터백으로 선발 출격해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면서 '수비수 전향 후 첫 라운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193cm의 장신, 공격수 시절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버티던 힘은 아군 골문 앞에서 펼쳐지는 몸싸움과 공중볼 경합에서 큰 도움이 됐다. 공격수 출신이기에 상대 공격수의 심리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허율의 센터백 연착륙을 도운 '영업비밀'이었다.

광주FC 허율. ⓒ프로축구연맹

"아무래도 처음 말씀을 들었을 때는 의구심이 들었다. 더군다나 동계 훈련 기간도 아닌 시즌 중에 최전방에서 최후방으로 내려가는 거라 낯설었다. 전문 수비수로 뛰는 경험도 난생 처음이었다. 그런데 뭐든지 처음이 어렵더라. 이미 K리그에서 지도력으로 인정받으신 감독님 지시에 따라 훈련을 하다 보니 적응이 됐고, 스스로도 좋아지는 걸 느끼면서 자신감도 올라왔다."

허율은 이어 "공격수로 뛸 당시 상대 수비수가 나를 힘들게 했던 방법을 적용해봤는데, 생각보다 쉽게 돌파를 허용했다. 그래서 반대로 내가 공격수로서 상대를 곤란하게 했던 움직임을 상대에 대입하고 예측하는 수비를 해봤다. 그렇게 적용하니 확실히 도움이 되더라"며 '허율이 왼발 센터백으로 전향해 국가대표 승선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칭찬한 이정효 감독에 대해서는 "감독님은 항상 '수비수는 수비를 잘해야 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며 많은 피드백을 주신다. 나와 (변)준수의 2001년생 라인에게 기본을 많이 강조하신다. 광주의 공격적인 축구도 수비가 갖춰져야 가능하기에 열심히 배우고 있다."

이정효 감독은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까지 전술 연구에 몰두하고, 설명하려는 상황과 가장 유사한 경기 장면을 시각 자료로 찾아 선수들의 이해를 돕는 데 사용한다. 허율은 디테일을 강조하는 이 감독의 방식이 축구를 새롭게 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공격수 시절에는 공격을 하고 있더라도 곧바로 수비를 할 수 있는 포지션에 위치하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지금은 상대가 크로스를 올릴 때, 공이 날아오는 방향에 따라 어느 발로 막아야 하는지와 그 원리까지 알려주신다. 모르고 있었다면 몸으로 막고 편한 발로 막을 수도 있지만, 더 섬세한 지도를 받고 나니 납득이 되고 새로웠다.

광주FC 허율. ⓒ프로축구연맹

허율의 센터백 성장기가 더욱 기대되는 점 중 하나는 팀의 주장이자 프로 14년차 베테랑 수비수 안영규가 그의 파트너라는 것이다.

"(안)영규 형은 경험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무게감이 엄청나다.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수비 중심을 잡아주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운다. 아무래도 수비 라인 맞추자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한다. 골키퍼를 제외하면 내 뒤에 아무도 없다는 불안감이 들 때마다 뒤로 물러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영규 형이 잘 조율해준 덕에 좋아지고 있다. 10번의 기회 중 1번만 살려도 칭찬 받는 스트라이커와 10번의 위기 중 1번만 못 막아도 욕을 먹는 수비수의 책임감 무게 차이가 크다고 느낀다. 물론 K리그에서만 300경기 가까이(이날 제주전 전까지 278경기) 뛴 영규 형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웃음)."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광주FC에서 활약하고 있는 '로컬 보이' 허율은 광주 팬들에게 귀한 존재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노르웨이 공격수 엘링 홀란의 이름을 딴 '율란드'가 공격수 시절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의미를 담은 '율터백'으로 불린다고 한다.

"팬들도, 구단 스태프들도 이름 대신 '율터백'이라고 부른다(웃음). 다른 팀을 경험한 적은 없지만, 광주 팬들만큼 정과 사랑이 넘치는 팬은 없다고 생각한다. 유소년 시절에 광주 서포터즈와 함께 응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뵀던 팬들을 지금 운동장에서 만나면 반갑다. 서로 얼굴을 알다 보니 더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모습에서 큰 감사함을 느낀다. 그걸 보면 새로운 위치에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 든다."

광주FC 허율.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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