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배지’ 첫 등장···선대 후광 없애고 독자 체재 위한 ‘우상화’
북한 주민들 가슴과 가까운 곳에 ‘모시는’ 배지
김일성·김정일 대신 김정은 단독 얼굴 새겨
“적대적 두 국가론, 핵무력 고도화 강화할 것”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단독으로 새겨진 배지(초상휘장)를 북한 고위간부들이 부착한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기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얼굴이 함께 새겨진 배지가 바뀐 것이다. 지난달 선대와 나란히 한 김 위원장의 초상화가 등장한 데 이어, 김 위원장 우상화 정치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대내·외 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9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0차 전원회의 2일차 사진을 30일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회의에 참석한 모든 간부들이 김 위원장의 얼굴이 새겨진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었다.
김 위원장 배지가 공개 석상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권 초인 2012년에 김 위원장의 배지가 제작됐다고 알려졌지만, 집권 12년 차에 공식 등장했다. 김 위원장 배지는 순차적으로 당원과 주민들에게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배지는 선대와 비교해 일찍 등장했다. 김일성 주석의 배지는 집권 25년 차인 1970년 11월에 제작·보급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지는 집권 12년 차인 1992년 2월 등장했지만 고위 간부만 패용하다가 2000년대 들어 일반 주민에게 보급됐다. 이후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얼굴이 함께 새겨진 배지가 사용됐다.
김 위원장 배지의 등장은 선대의 후광을 지우고, 독자 체재를 강화하기 위한 우상화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 주민들은 왼쪽 가슴에 배지를 달아야 한다. 흔히 심장에 가까운 곳에 ‘모신다’고 표현한다. 지난달에는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초상화로 바뀐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의 관공서와 사무실, 가정 등에 걸린 초상화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북한 매체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을 ‘4·15’나 ‘4월 명절’로 낮춰 불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일성 주석은 배지 등장 2년 후 ‘수령’ 절대독재를 강화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배지 등장 1년 후 국방위원장으로 등극했다”며 “김정은 위원장도 배지 등장을 계기로 적대적 두 국가론 강화, 주석제 부활, 핵무력 고도화 등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예우 수준의 우상화 단계를 넘어, 신적인 단계로 절대화하려는 우상화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위원은 “올해 최고인민회의의 헌법 개정과 내년 9차 당대회의 당규약 개정에서 김 위원장을 신격화하는 내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8일부터 열리고 있는 당 전원회의에서는 5개 의제가 상정됐다. 북한은 그 내용을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29일 경제 전반에 “장애로 되는 일부 편향적 문제들을 지적”했다는 연설을 해, 올 상반기 경제 실적이 계획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19일 체결한 북·러 조약의 후속조치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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