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의류 수거부터 판매까지...이제는 패션 리세일 사업이 뜬다
친환경·지속가능 패션 성장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
“의류 리세일 시장 더 커질것”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매일경제 패션·뷰티·유통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포럼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유통업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유 대표는 이날 ‘패션기업의 ESG 전략, 리세일에서 답을 찾다’는 주제 발표를 통해 중고 옷을 매입·재판매하는 ‘순환 경제 모델(이하 순환 모델)’이 친환경 경영과 마케팅에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마들렌메모리는 패션기업에 리세일 솔루션을 제시하고 리세일 플랫폼을 운영 및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 코오롱FnC의 22개 브랜드 리세일 플랫폼인 ‘OLO릴레이마켓’을 운영중이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은 헌 옷 수출국”이라며 “전 세계 중고 의류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는 칠레 등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인데 현지에서 실제 유통되는 옷은 20% 남짓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방치된다”고 말했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패션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0%가량을 차지한다. 유 대표는 “이는 운송과 항공 산업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준”이라며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는 많은 석유가 사용되고 분해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려 심각한 오염을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패션업계에서도 천연소재·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옷을 만드는 등 생산단계에서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높은 투자비용으로 인해 실제적인 사업화까지는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았다. 유 대표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 추구가 수익 창출과 연동될 때 그 사업이 계속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패션기업 입장에서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잡을 수 있는 사업모델로 재판매(리세일)·대여·재활용·재사용을 통한 순환 모델을 제시했다. 실제로 순환 모델이 급성장할 것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패션 시장에서 순환 모델을 시행하는 기업들의 비중이 2019년 3.5%에서 2030년 2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순환 모델 중에서도 리세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69%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중고의류 유통기업 스레드업에 따르면 중고 리세일 시장에 진입하는 패션 브랜드는 2020년 9개에서 지난해 163개로 급증했다. 파타고니아, 발렌시아가, H&M 등 여러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중고 재판매 사업에 뛰어드는 실정이다.
유 대표는 “‘어떻게 만들까’에서 ‘이미 만든 상품을 어떻게 활용해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까’로 고민의 방향이 변하고 있다”며 “리세일은 한번 생산된 제품을 재활용해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니 패션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리세일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노스페이스와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을 언급했다. 노스페이스는 ‘리뉴드 프로그램’을 통해 중고품을 포인트와 교환해주고, 수거한 옷은 중고 시장에 내놓거나 새로 디자인해 판매하기도 한다. 영국 대형 백화점 셀프리지는 ‘리셀프리지’ 캠페인을 적극 시행하며 백화점 차원에서 명품을 재판매하고 있다.
리세일은 브랜드의 충성고객을 키우고 신규 고객을 추가로 끌어모으기도 한다. 유 대표는 “중고품을 매장에 전달하면 해당 브랜드 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화, 포인트, 쿠폰 등으로 교환하는 매커니즘으로 고객들을 자사몰에 잡아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렴한 중고 제품으로 해당 브랜드에 입문한 신규 고객들도 ‘나중에 되팔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제품을 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세일에 대한 국내 소비자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며 사업 기회 또한 넓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의류 거래액은 올해 5조6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며 2028년 10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16.54%에 달한다.
유 대표는 “리세일 프로그램은 대부분 고객이 온라인으로 어떤 품목을 팔지 신청하고 포장해서 집 현관문 앞에 내놓으면 업체가 수거해 포인트로 보상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유 대표가 운영하는 OLO릴레이마켓의 경우 고객으로부터 수거한 후 1년 안에 재판매로 소진하는 비율이 9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 관점에서도 리세일은 새로운 경험”이라며 “백화점에서 옷을 사는 것처럼 리세일 시장에서도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앞으로 패션업계의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패션·뷰티·유통 관계자들은 국내 리세일 서비스의 성장성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 송재용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은 “지속 가능성은 패션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이고 자라도 리세일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어 국내 시장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고객이 중고 이상의 가치를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범 현대백화점 패션사업부장(상무)은 “리세일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현대백화점도 향후 다양한 부문에 걸쳐 리세일 연계 가능성을 심도 있게 검토해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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