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TV 토론 ‘폭망’ 후폭풍에도 완주 의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민주)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공화)의 대선 TV 토론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론이 점화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사를 피력하면서 민주당 대선 전략을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으나 당내 선거 전략가와 고액 기부자, 당원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들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 자택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 참석자들에게 “트럼프는 국가에 진정한 위협”이라며 “훌륭한 밤(TV 토론)을 보내진 못했지만 나는 더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이날 뉴욕주 이스트햄프턴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서도 “트럼프는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고 난 지킬 것”이라며 “난 우리가 이 선거에서 이길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지지자들에게 다시 확신을 안겨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수 차례 말을 더듬거나 멈칫거리고 멍한 표정을 지어 81세 고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만 증폭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당 지역조직에선 중앙당이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조 살라사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콜로라도 위원은 “(제이미 해리슨 DNC 의장과 통화했으나) 수백만명이 TV에서 본 매우 심각한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AP통신에 말했다. AP는 해리슨 의장과 통화한 여러 지역위원들이 ‘당이 처한 곤경을 모르쇠하라’는 요청을 받은 것처럼 느꼈다고 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민주당 후보 교체는 가능하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8월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전에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전체 대의원 3937명의 대부분인 3894명을 확보해 전당대회의 공식 지명 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만약 그가 물러나면 이들 대의원은 자신이 원하는 다른 후보에게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그가 물러나지 않아도 교체할 방법이 없진 않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일레인 카마크 선임 연구원은 “본인 동의 없이 후보를 교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전체 대의원의 과반이 바이든이 대선후보가 될 자격이 없고 다른 사람이 더 낫다고 결정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현대 미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개방형 전당대회’가 펼쳐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를 말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토론 직후 공황 상태에 빠진 민주당의 고액 후원자들이 서로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질 여사와 만나거나 대화할 방법이 있느냐는 것이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질 여사도 완주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날 뉴욕 맨해튼에 모인 후원자들에게 “내 남편이 할 줄 아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는 맞고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며 그게 오늘 우리가 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현지 주요 매체는 사설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NYT는 지난 28일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에서 하차해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TV 토론에서 그는 4년 전의 바이든이 아니었다. 문장 하나를 끝마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미국인들이 바이든의 나이와 쇠약함을 두 눈으로 보고서도 눈감아주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길 희망하는 건 너무 큰 도박”이라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 애틀랜틱 등도 잇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https://www.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406281251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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