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넘나드는 이성민·이희준의 명연기, 참 잘생긴 배우들일세('핸섬가이즈')
[엔터미디어=정덕현의 그래서 우리는] 이 영화 수상하다. <핸섬가이즈>라는 제목과 강렬한 인상을 강조한 이성민과 이희준의 예사롭지 않은 얼굴에 '왜 다들 우리집에서 죽고 난리야'라는 문구가 들어간 포스터를 보면 어딘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같은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섬뜩한 얼굴은 어딘가 피식피식 웃음이 피어나게 만든다. 도대체 저 섬뜩함을 뒤집어 얼마나 웃기려고 작정들을 한 걸까 하는 예감 때문이다.
그 예감은 영화를 보면 적중한다. 살벌한 인상과는 달리 너무나 순박하고 착한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그 강렬한 얼굴을 과장될 정도로 무섭게 드러내는 것으로 먼저 웃음을 만들어낸다. 마치 귀신의 집에 들어가서 오금이 저려 쩔쩔 매는 사람들을 보며 웃게 되는 전형적인 코미디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건 이 영화의 진짜 코미디가 펼쳐지기 전 일종의 깔아놓는 '몸풀기' 정도에 해당한다. 전원주택에서 살고픈 꿈을 갖고 도착한 귀신 나오게 생긴 집에서 못이 박힌 나무가 뚝뚝 떨어지며 아찔하게 머리 위로 지나갈 때, 섬뜩한 공포가 슬쩍 고개를 내밀고 그러면 또 그 긴장감을 슬쩍 슬쩍 풀어가며 영화는 이를 코미디로 만들어낸다.
그저 험하게 생긴 낯선 사내들이 시골마을에 들어와 겪게 되는 해프닝처럼 여겨지지만, 이야기는 또 거기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들과 귀신이 등장하는 오컬트 장르로 튀어나간다. 저렇게 상상력을 있는 대로 꺼내 끝까지 펼쳐내는 과감함을 어떻게 갈무리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오컬트 장르의 불가사의함과 그걸 B급 코미디로 풀어내는 방식은 이러한 갈무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공포를 뒤집어 웃음을 만들어내던 영화는, 이제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정반대로 너무나 순박한 재필과 상구의 모습을 통해 선입견을 뒤집고, 나아가 이러한 선입견이 만들어내는 오해와 그로 인한 폭력성 같은 메시지를 은근히 드러낸다. 물론 그러면서도 메시지에 주저앉기보다는 코미디와 오컬트 그리고 대중성과 B급 사이의 경계를 해체하면서 나오는 웃음을 향한 직진을 멈추지 않는다.
이처럼 경계를 타는 작품은 마치 줄타기를 하는 듯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균형을 맞춰야 오싹한 공포도 또 빵빵 터지는 웃음도 가능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작품은 연출도 그렇지만 연기자들의 연기력이 절대적이다. 지금껏 참 많은 작품들을 통해 다양한 역할들을 연기했지만 <핸섬가이즈>는 이성민과 이희준에게도 도전이었을 듯 싶다. 섬뜩한 인상을 드러내며 강렬하게 등장하지만 차츰 그 진면목을 꺼내면서 웃음을 주고, 진짜 터프가이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어설픈 순박함으로 이를 바꿔 놓는 이들의 연기 콤비는 '줄타기 명수'들처럼 장르적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성민은 <형사록> 같은 작품에서 노형사의 거칠면서도 노련한 모습을 연기한 후 <운수 오진 날>에서는 이와는 정반대의 소시민 역할을 소화한 바 있다. 또 이희준은 <살인자ㅇ난감>으로 살벌한 노인 사이코패스 연기를 소화했고 <지배종>에서는 또 이와는 너무나 다른 야망 가득한 국무총리 역할을 선보이기도 했다. 둘다 연기력으로는 이제 어떤 역할을 해도 믿고 보게 되는 배우들이다. <핸섬가이즈>의 장르를 넘나드는 난감한 연기에도 작품이 들뜨지 않고 끝까지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을 맞추게 된 건 이들의 연기력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작품을 보다보면 어째 이성민도 이희준이 점점 더 잘생겨 보인다. 그리고 이건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이 작품의 메시지를 이들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살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들뿐만이 아닌 박지환, 이규형, 임원희, 공승연, 박경혜, 우현 등 신스틸러들과의 앙상블이 든든한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핸섬가이즈>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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