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5년간 AI·반도체에 100조 이상 투자"

장우진 2024. 6. 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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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대비 과도한 계열사 조정
화학·바이오 부문 리밸런싱 방침
자금마련·조직효율화 동시 추진
최태원(화상) SK그룹 회장이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SK그룹은 앞으로 2026년까지 확보한 80조원의 투자 재원을 포함해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에만 앞으로 5년간 10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2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면서 화학·바이오 분야는 군살을 빼는 '선택과 집중'에 나서기로 해 대규모 리밸런싱 작업을 통한 자금 마련과 조직 효율화를 동시에 꾀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30일 SK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열린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는 이튿날까지 20여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앞으로 2~3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생태계와 관련된 그룹 보유 사업 분야에만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면서 재원 마련과 투자 계획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중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SK그룹은 대규모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CEO(최고경영자)들은 앞으로 중복투자 해소 등의 과정에서 전체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하고, 각 사별 내부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SK그룹은 경쟁사에 비해 계열사 수가 과도하게 많다는 평이 나온다.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조사 결과 SK그룹의 계열사 수는 219개로 삼성(63개), 현대차(70개), LG(60개)를 크게 웃돈다.

이에 재계에서는 SK그룹이 비핵심 자산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단순 몸집을 줄이는 것이 아닌 계열사 통폐합 등의 조직 정비도 같이 이뤄져 '자금 마련'과 '효율성 극대화'라는 두 토끼를 모두 잡는 복안을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회의에서 "그린·화학·바이오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CEO들에게 당부한 것 역시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2019년 SK온·SK어스온은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해 출범하면서 몸집이 불어난 만큼, 포트폴리오 조정 가능성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가능성을 비롯해 배터리 분리막 제조업체인 SKIET 매각, SK온을 SK엔무브 등 다른 계열사와 합병해 상장을 추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2021년에는 SK지오센트릭 매각설이 떠돌기도 했다.

바이오 사업 역시 중간 지주사격인 SK디스커버리 산하에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SK플라즈마, 그리고 그룹 지주사인 SK㈜ 산하에 SK바이오팜·SK팜테코 등으로 산재해 있는 만큼 이들 계열사의 리밸런싱 작업도 관심사다.

SK의 바이오 계열은 SK디스커버리 부회장으로 있는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주도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최근 SK렌터카 매각을 통해 8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를 AI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데 투자해 2026년부터 성과를 낸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매각 문을 열었다.

SK그룹은 이번 경영전략회의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로 이어지는 주요 경영회의체에서 구체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각 계열사 별로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 논의 등을 거쳐 본격적인 '리밸런싱'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창원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우리에겐 질적 성장 등 선명한 목표가 있다"며 "각 사별로 진행 중인 운영 개선 등에 속도를 내 시장에 기대와 신뢰로 보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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