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에도 넘치는 달러...미국 금리인하 ‘희망고문’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4. 6. 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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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돈줄을 죄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은 갈수록 늘어난다.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이 어려울땐 미국에서 돈을 찍어내 경기를 부양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미국은 막대한 돈을 풀어 경기를 살렸다. 그만큼 돈을 푸는 것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2022년 미국은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막대한 돈을 풀었다. 미국은 이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직면한다. 그 때 미국 연준은 금리를 대폭 올려 인플레이션을 막았다. 금리를 올려 돈을 거둬들이면 경기침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 세계 돈이 미국으로 흘러가 미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전 세계에 풀린 달러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 경기를 띄우는 이중적이고 역설적인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 국제자본 데이터(TIC)를 살펴보면, 2024년 1분기(1~3월)중 미국으로 순수하게 흘러들어간 외국인 자금은 총 1,168억 달러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외국인의 미국 장단기 국채 및 공채, 미국 기업들의 회사채, 주식 및 은행 예금 등이 모두 포함된다. 미국 이외의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주식과 채권을 사기위해 미국으로 몰려갔고 미국 거주자의 일부는 미국 밖의 자산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런 행동들을 감안해 순수하게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돈의 양이 이만큼이란 얘기다. 외국인들이 금융자산 매입을 통해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돈은 매년 등락을 거듭했다. 1980년대 수십억 달러 규모에서 2000년대에는 수천억 달러 수준으로 규모가 늘었다. 그러다 코로나19 이후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이 긴축을 단행한 2022년 전후 매년 1조 달러 이상 외국자금 유입
2021년 해외에서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돈은 1조 1,043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이 규모가 1조 6,234억 달러로 더 크게 늘었다. 2023년에는 8,419억 달러로 그 규모가 다소 줄었지만 과거 평균 수준은 훨씬 넘어선다. 외국 자금의 유입 규모가 미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는 긴축정책을 단행한 2022년을 전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은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매월 9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시중에 파는 방식으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였다.

이 같은 정책으로 미국의 통화량은 줄어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미국의 통화량(M2기준)은 2022년 1,913억 달러 줄었고, 2023년에는 통화량 감소폭이 5,552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기간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물밀듯이 들어왔다. 미국은 돈의 양을 줄이는 정책을 폈지만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정책 효과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려도, 내려도 미국에는 돈이 넘쳐나는 이유다.

풍족한 달러 공급으로 경기 호황속 고물가 국면 ... 금리인하 딜레마
외국 자금의 유입은 미국 경제에 여러가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 내에 흘러 다니는 돈이 줄어들지 않으면 미국의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연 0.25%였던 기준금리를 5.5%까지 대폭 올렸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3%대를 기록 중이다.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온 달러가 늘어날수록 물가는 떨어지기 어렵다. 미국 금리인상- >국내 통화량 감소- >해외유입 자본 증가- >실질적인 유동성 증가라는 경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미국에 돈이 넘쳐나면 경기도 고공행진을 거듭한다. 미국으로 들어온 돈은 미국 기업과 개인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간다.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개인들은 소비를 늘린다.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면 기업들은 생산을 늘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 경기는 호황을 거듭한다. 금융시장에 돈이 흘러들어오면 주가와 채권 값은 상승한다. 금융자산 가격이 오르면 이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소비를 늘린다. 이런 경로도 경기를 띄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유럽 등 선진 각국이 금리를 내려도 성장 과실은 미국이 따먹는 ‘역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이 2.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의 성장률은 유럽(0.8%), 일본(0.9%), 영국(0.5%), 캐나다(1.2%)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은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고 미 연준이 나서서 돈을 공격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반면 유럽 캐나다 등은 금리를 내려 경기를 띄우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다른 나라 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상이 역설적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미국으로 몰려드는 외국 자금으로 미국에 항상 돈이 넘쳐흐르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내려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 외국 자본의 미국 유입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국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 금리를 내려 돈을 풀지 않더라도 외국자본의 유입으로 돈을 푸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시장을 전망할 때 금리인하 시기와 횟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런 국제자본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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