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도 깜짝 우승자 탄생할까 [윔블던 여자단식 프리뷰]
6월 초 끝난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은 당초부터 우승자 예측이 매우 쉬웠다. 클레이코트, 그리고 프랑스오픈에 유독 강한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때문이었다. 시비옹테크는 예상대로 프랑스오픈을 무난히 차지하며 라파엘 나달의 여자 버전으로 확실히 등극했다.
그런데 오늘부터 본선이 개막하는 윔블던은 프랑스오픈과는 정반대로 여자단식 우승자 예측이 매우 어렵다. 하드코트, 클레이코트에 비해 월등히 속도가 빠른 잔디코트의 특성을 그간 장점으로 승화시킨 현역 선수는 없었을 뿐더러 잔디시즌은 한달 반짝하기 때문에 표본마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개인의 잔디코트 최다 경기 수는 9전의 케이티 볼터(영국, 7승 2패)와 디아나 쉬나이더(러시아, 7승 2패)로 10전이 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세계랭킹 10위 이내의 최상위권 선수 중 올해 잔디코트 대회에 가장 많이 출전한 선수는 7경기의 제시카 페굴라(미국, 5위)이다. 시비옹테크는 프랑스오픈 이후 거의 잠적한듯한 모습으로 올해 잔디코트 성적이 아예 없으며, 코코 고프(미국, 2위)는 3전 2승 1패,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3위)는 2전 1승 1패의 초라한 전적만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올해 잔디코트 최다 출전
9회 - 케이티 볼터, 디아나 쉬나이더
8회 - 레일라 페르난데스, 류드밀라 삼소노바,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 도나 베키치
7회 - 다리아 카사트키나, 제시카 페굴라
세계 1~10위의 올해 잔디코트 성적
01위 시비옹테크 : 전적 없음
02위 코코고프 : 2승 1패
03위 사발렌카 : 1승 1패
04위 리바키나 : 1승 1패
05위 페굴라 : 5승 2패
06위 본드로우쇼바 : 1승 1패
07위 파올리니 : 2승 1패
08위 정친원 : 1승 1패
09위 사카리 : 0승 2패
10위 자베르 : 4승 2패
더군다나 최근 2년의 윔블던 여자단식은 깜짝 우승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지금은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리바키나이지만 2022년 우승을 차지할 당시에는 23위, 17번 시드에 불과했다. 그리고 작년에는 부상에서 복귀했던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가 사상 최초로 비시드자의 윔블던 우승을 완성했었다. 올해 윔블던에서도 기존 강호들의 강세 대신 또 한번의 깜짝 스타 탄생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TOP 10 중에서는 사발렌카, 리바키나, 자베르
그럼에도 TOP 10 선수 중 주목해야 할 선수는 누가 있을까. 다른 대회와는 달리, 시비옹테크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시비옹테크는 클레이코트와 같은 느린 코트에서의 강점이 뚜렷한 반면 하드코트 중에서도 빠른 코트에서는 조기에 탈락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올해 윔블던에서도 시비옹테크는 기본은 할 것으로 보이나 이번 대회 중 연승행진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역시 주목해야 할 선수는 '위장병' 문제가 선결돼야 하는 사발렌카와 리바키나다. 사발렌카와 리바키나는 현역 여자 선수 중 대표적인 강서버다. 잔디코트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기본 능력이 갖춰졌다. 올해 그랜드슬램 초반 라운드에서의 사발렌카는 상대 선수들이 불쌍해 보일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준결승 이후 집중력이 무너지는 경기가 최근 1~2년 사이 많았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작년 윔블던 4강에서도 자베르에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했었다.
또한 프랑스오픈 8강에서 '급체'로 보이는 부상으로 인해 결국 패배하고 말았는데, 경기 중 부상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인 관리가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줬던 이번 사발렌카였다.
리바키나도 마찬가지다. 2022년 윔블던 우승 이후 리바키나는 언제나 윔블던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선수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올해 그랜드슬램에서는 기대보다 못한 모습으로 호주오픈에서는 2회전(상대 안나 블린코바), 프랑스오픈에서는 8강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을 것으로 보여졌던 자스민 파올리니(이탈리아)에 패하면서 이변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
무엇보다 위장병 이슈로 대회 중 기권, 대회 전 출전 철회가 3차례나 있었던 리바키나는 이번 대회에서 다른 것보다도 음식을 가장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유력한 선수는 자베르다. 2년 연속 윔블던 정상 문턱에서 넘어졌던 자베르는(2연속 준우승) 윔블던과의 궁합이 유난히 잘 맞아 보인다. 본인의 별명처럼 매지션과 같은 플레이를 최근 윔블던에서 보여왔다. 다만 2년 전 리바키나, 1년 전 본드로우쇼바를 깜짝 스타로 만들어 준 장본인으로, 결승까지는 잘 가지만 결승에서의 경기력 저하 문제는 올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영국, 47년 만의 자국 선수 우승을 가능할까?
영국 선수의 마지막 윔블던 우승은 1977년 버지니아 웨이드였다. 물론 그 사이에 영국을 대표하는 최상위권 여자 선수가 없었던 영향도 있다. 그런데 올해 다크호스를 꼽자면 영국 국적의 선수들의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인다. 특히 케이티 볼터와 엠마 라두카누를 주목할 것을 추천한다.
볼터는 올해 기량이 완전히 만개한 모습이다. 본인 최초로 WTA 투어 대회에서 2차례 우승하며 상위권 레벨에 도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입중했다. 그 중 한 대회가 잔디시즌 첫 주에 열렸던 로스시오픈(WTA 250)이었다. 본인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클레이시즌이 지나간 후 볼터는 본인의 홈코트에서 잔디코트 적응 훈련을 착실히 마쳤다.
이는 라두카누에게도 해당된다. 2023년 부상으로 반년 넘게 시즌을 날려 먹었던 라두카누는 올해는 그래도 성실하게 시즌을 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역시 본인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던 클레이시즌을 과감히 중단하며 일찌감치 잔디코트 적응에 들어갔고, 잔디에서 5승 2패의 성적을 거두며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둔 상황이다.
볼터는 대진표 같은 박스에 제시카 페굴라, 온스 자베르와 속해 있다. 어차피 본인의 최종 목적을 위해서라면 상위 시드자를 모두 꺾어야 함이 당연하나, 이번 시즌 컨디션이 그다지 않은 페굴라, 자베르와 같은 박스에 속해 있는 것은 다행이다.
라두카누는 1회전 고비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 와일드카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라두카누는 1회전에서 에카테리나 알렉산드로바(러시아)를 만난다. 세계랭킹 22위의 알렉산드로바는 작년 대회 16강을 기록했고, 올해 잔디에서는 5승 3패 중이다. 잔디코트 다전은 2위에 올라있다.
라두카누가 1회전 고비만 잘 넘긴다면 마찬가지로 상위 시드자 중에서는 최근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마리아 사카리(그리스), 정친원(중국)과 대진표 같은 박스에 들어 있다. 홈관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을 것이 분명한 라두카누는 올해 윔블던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다크호스임이 분명하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테니스코리아 구독하면 윌슨 테니스화 증정
▶테니스 기술 단행본 3권 세트 특가 구매
#종합기술 단행본 <테니스 체크인>
Copyright © 테니스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