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특위` 출범 열흘에도 대화 물꼬 없어…의료계 내달 `대토론회` 연다며 또 `휴진` 압박
범의료계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가 출범한 지 열흘이 됐지만 기대를 모았던 의정대화의 물꼬는 터지지 않고 있다. 90%가 넘는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며 올 특위가 '반쪽짜리' 특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의료계가 물밑 협상만 계속하면서 공식적인 대화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잠시 주춤한 듯 보였던 의료계의 집단행동 움직임은 다시 커지는 모양새다.
3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와 올특위는 지난 열흘간 의정간 대화체 구성 등을 위해 물밑대화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인 대화의 시작은 알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과 환자들이 의료공백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기대하는 것과 달리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 대치 상태에서 대화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물밑 대화는 상시로 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대화를 시작할 단계는 아니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이 올특위에 참여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의 당초 계획과 달리 올특위에 전공의와 의대생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올특위에는 전공의 몫으로 공동위원장과 위원 3명 자리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몫 위원 1명 자리가 각각 마련돼 있지만 출범 열흘이 지났는데도 비어있는 상태다. 장기간 이탈과 수업거부 중인전공의와 의대생이 올특위에 참여하지 않는 한 의정이 어려움을 뚫고 극적인 타협을 이룬다고 해도 이들의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환자들이 기다리는 대화 소식은 들리지 않는 가운데 의료계는 계속 집단휴진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이 지난 21일 중단되고 의협도 휴진 계획을 보류했지만 세브란스병원의 연대의대 교수들은 지난 27일부터 다시 '무기한 휴진'을 벌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사들 역시 다음 달 4일부터 1주일간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
올특위는 29일 회의에서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제안한 휴진 방안을 논의한 뒤 '휴진이 불가피한 대토론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올특위는 "7월 26일 전 직역이 참여하는 '올바른 의료 정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전국적으로 개최한다"고 발표했고,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은 "공식적인 휴진 결의는 없었지만, 토론회에 오려면 휴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집단휴진을 계획하면서도 비판 여론을 고려해 '대토론회'라는 애매한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의정 간 대화 모색이 계속되고 정부가 수련병원에 복귀자와 미복귀자 분류를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지난 넉달여간 지속해온 '무대응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수련병원들에 이달 말까지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고 미복귀자에 대해서는 사직처리를 해달라고 했으나 수련병원과 전공의 모두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의 지난 26일 집계에 따르면 전국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출근율은 7.7%에 불과하다. 출근한 전공의는 전체 1만3756명 중 165명뿐이다. 지난 3일 1013명에서 고작 52명 늘었을 뿐이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사직 시점을 2월로 당겨주지 않으면 꼼짝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강하다"며 "정부가 이달 말까지 사직처리를 해달라고 방침을 주긴 했지만 버티는 전공의들이 많다"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 28일 전공의와 의대생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참석자수가 20명 안팎으로 많지 않았고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의정 간 대화에 진전이 보이지 않고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도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미복귀자에 대한 처분을 '결단'할 시점은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 주 중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중순까지 공고하게 돼 있는 하반기 인턴·레지던트 모집을 위해서는 이번 달 안에는 결원을 파악해 충원 인원을 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을 정해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유화책과 강경책을 함께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복귀자에 대한 행정처분 등 강경책이 나온다면 대화를 모색 중인 의정 관계가 다시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 그동안 기자회견이나 성명으로 의견을 밝혀온 환자단체들은 직접 거리로 뛰쳐나가 목소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다음 달 4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연다. 환자들의 거리 집회로는 전례 없이 많은 100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집회 계획을 알리며 "의료공백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태해결을 위한 협의는커녕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 삼아 서로를 비난하기만 하는 갈등 양상에 환자단체들은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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