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중·단거리 핵미사일 필요”…미·러 핵무장 경제 억제 수포로

“미국의 유럽·아시아 배치 대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화상으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중·단거리 핵 미사일을 다시 생산해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의 중·단거리 핵 무장 경쟁을 억제할 모든 장치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화상으로 주재한 국가안보회의에서 “중·단거리 지상 기반 미사일의 배치를 일방적으로 유예한 조처와 관련해 추가 조처를 논의하겠다”며 핵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미사일 생산과 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지난 2019년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을 상기시키며 러시아의 중·단거리 미사일 생산 필요성을 옹호했다. 그는 “미국이 이런 미사일 시스템을 생산할 뿐 아니라 이미 이를 이용해 유럽의 덴마크에서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얼마 전에는 이 미사일의 필리핀 배치를 밝혔다. 그들이 미사일을 그곳에서 철수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타격 무기의 생산을 시작해야 한다”며 다만 “이 무기를 어디에 배치할지는 실제 상황에 근거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의 이런 발언은 냉전 시절 미국과 러시아가 합의한 주요 핵무기 통제 조약 중 남은 부분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사거리 500~5500㎞에 이르는 지상 발사형 미사일을 폐기하는 ‘중거리 핵전력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에 따라 두 나라는 1991년까지 모두 2692기의 미사일을 폐기했다.

하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러시아가 이 합의를 위반했다며 조약 파기를 선언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9M729 순항 미사일을 새로 배치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 미사일 배치는 조약 위반이 아니라고 맞서는 한편 중·단거리 미사일 생산과 배치를 자체적으로 계속 유예하겠다고 밝혔었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해 2월 미국과의 핵기 통무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하지 않은 걸 내세우며 의회의 이 조약 비준도 철회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