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생 포니2·88년생 포니 픽업 도로를 달린다
이날 세계일보와 만난 차주 양지택(40)씨는 올해로 38살이 된 ‘포니2’와 36살이 된 ‘포니2 픽업’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포니는 현대자동차가 1975년부터 생산한 후륜구동 중형차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 모델 자동차다.
포니는 이후 1982년 2월 19일 포니2로 페이스리프트를 거친다. 포니는 단종까지 총 33만대가 생산되고 그중 9만대는 해외로 수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니는 1990년에 단종됐다.
대한민국 자동차 공업의 자립을 선언한 차종으로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포니가 지니는 상징성은 매우 큰데, 양씨도 이런 점에 매료돼 포니를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포니를 살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또 포니 동회와 클레식 카 동호회를 다니면서 부족한 부품을 수급했다. 부품은 이미 단종 됐고, 구하기도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노력은 80년대생 포니에게 새 삶을 부여했다. 이날 세계일보가 확인한 차량은 모두 주행이 가능했다. 외관 또한 부식조차 없이 말끔한 모습이었다.
양씨는 포니를 일상에서 이용하고 있다. 그는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포니를 타고 여행한다.
양씨는 “오는 8월 포니를 타고 제주도로 여행할 예정”이라며 “추후 포니를 타고 일본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가장 가까운 해외이기 때문이다.
양씨는 이렇게 포니와의 추억을 만들고 있다. 그는 첫째 아들에게 포니를 물려줄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걱정도 있다. 양씨는 “포니를 운행하며 가장 우려되는 건 사고”라고 말했다.
부품이 없는 건 물론이고 수리할 수 있는 곳도 극히 드물다는 게 양씨 설명이다.
워낙 오래된 차이다 보니 포니를 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정비소가 거의 없다. 양씨는 “일부 정비소는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수리 자체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간단한 기술정비는 직접 한다, 또 부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모든 걸 스스로 할 수 없어 일부는 전문 업체의 도움을 구한다.
양씨는 유지보수를 위해 약 2000만원에 달하는 부품을 미리 구매해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양씨가 이처럼 큰 노력이 필요한 포니를 타는 건 “유일한 취미”라고 한다.
이어 “포니와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며 “포니를 운행하는 건 불편한 게 사실이지만 그런 게 좋은 특이한 성격”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올드카를 타는 사람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단순 호기심에 올드카를 구매하는 건 말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씨는 또 포니를 운행하며 그 어떤 차보다 ‘하차감’이 좋다고 한다.
양씨는 “차에 타고만 있어도 큰 관심을 받는다”며 “‘질문 사절’이라고 차에 붙이고 다녀야 할 정도”라고 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포니는 승용차 8대, 픽업은 300여대로 알려졌다.
양씨의 포니 사랑은 아내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양씨는 “아내가 이런 사실을 아느냐”는 기자 질문에 “화를 내면서도 못 이기는 척 허락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 더 크면 1988년에 생산된 ‘구형 코란도 9인승’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한다.
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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