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존재 둘러싼 교회 논쟁에 비친 삶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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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덩이에 뛰어들어 동생을 구하고 죽은 소년이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옥으로 간다면? 대형 교회 목사는 "그런 지옥은 없다"며 지옥의 존재를 부정한다.
하지만 예수 믿고 구원받아야 천국에 간다고 확신하는 부목사는 목사의 설교에 반발해 하나둘 교회를 떠나고, 교인들은 혼돈에 휩싸인다.
연극에서 교인들은 지옥의 존재를 둘러싼 목사와 부목사의 견해를 놓고 투표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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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까지 두산아트센터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동생을 구하고 죽은 소년이 교회에 다니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옥으로 간다면? 대형 교회 목사는 “그런 지옥은 없다”며 지옥의 존재를 부정한다. 하지만 예수 믿고 구원받아야 천국에 간다고 확신하는 부목사는 목사의 설교에 반발해 하나둘 교회를 떠나고, 교인들은 혼돈에 휩싸인다. 두산아트센터 연극 ‘크리스천스’는 종교를 소재로 삼지만, 삶과 공동체의 근간을 이루는 신념과 믿음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무대는 극히 단출하다. 소품이라곤 스탠드에 꽃힌 마이크 두 개가 전부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도 없어 관객은 연극에 등장하는 교인들과 나란히 앉게 된다. 극장을 하나의 예배당처럼 꾸려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2018년에 이어 이번에도 배우 박지일과 김상보가 주연을 맡았다.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는 미시간주 대형 교회에서 2011년 실제 사건에 착안해 작품을 썼다. 미국의 권위 있는 연극상 ‘오비 어워드’에서 극작가상을 받았다.
연극에서 교인들은 지옥의 존재를 둘러싼 목사와 부목사의 견해를 놓고 투표를 벌인다. 처음엔 목사를 지지하는 쪽이 많지만, 차츰 교인들이 떠나고 아내마저 등을 돌린다. 연극 초반엔 목사의 설교가 논리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더욱 설득력 있게 여겨진다. 하지만 ‘완벽한 너그러움’을 설파해온 목사는 “나무가 더 잘 자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지치기도 필요하다”며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 끌어안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라는 아내의 지적에 목사는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다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응수한다. 교회 장로와 평신도, 목사의 아내가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는 동안 목사의 논리적 허점이 드러나면서 관객은 당혹감에 빠져든다. “당신이 말하는 그 ‘완벽한 너그러움’을 위해서는 결국 너그럽지 않은 사람들한테는 너그러우면 안 된다는 얘기잖아.” 아내의 이런 반문에 목사는 대답을 찾지 못한다.
지옥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과학적 입증의 영역이 아니어서, 믿음에 따라 생각이 나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명쾌하게 입증할 수 없는 막연하고 모호한 신념을 붙들고, 비슷한 딜레마에 빠진 이들과 부딪히고 충돌하며 살아간다. 종교극의 외피를 둘렀지만 이 연극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들을 떠올리게 한다. 민새롬 연출은 “교회뿐만 아니라 가족, 조직, 지역사회 등 크고 작은 다양한 공동체에서 겪게 되는 모순과 분열, 소통과 화합을 다루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두산인문극장이 올해 열쇳말로 내건 ‘권리’ 시리즈의 세번째 연극이다.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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