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 재현한 K팝 팬덤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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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병역을 마치고 곧 완전체로 돌아온다.
2년여 동안 이들은 또 다른 페르소나를 선사하면서 그들의 팬덤인 아미(A.R.M.Y)는 물론이고, 일반에도 강하게 각인되고 있다.
저자의 첫 소설이지만 출간 후 '팬덤과 환상에 대한 카프카식 열병이자, 모든 형태의 매혹에 관한 훌륭한 해부' '열망의 블랙홀에 빨려드는 낯설고 아름다운 작품' 등의 찬사를 받았다.
소설은 K팝을 통해 이 세계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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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BTS가 병역을 마치고 곧 완전체로 돌아온다. 2년여 동안 이들은 또 다른 페르소나를 선사하면서 그들의 팬덤인 아미(A.R.M.Y)는 물론이고, 일반에도 강하게 각인되고 있다. 모든 벽을 넘어 수많은 팬, 특히 여성 팬의 내면에 깊게 파고든 이유는 한류를 이해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미국 LA에서 태어나 지금은 독일 라이프치히에 사는 작가 에스더 이가 이 세계의 일부를 느낄 수 있는 《Y/N》을 출간했다. 저자의 첫 소설이지만 출간 후 '팬덤과 환상에 대한 카프카식 열병이자, 모든 형태의 매혹에 관한 훌륭한 해부' '열망의 블랙홀에 빨려드는 낯설고 아름다운 작품' 등의 찬사를 받았다.
《Y/N》은 소설 속 화자가 세계적 인기 보이그룹 '팩 오브 보이즈'의 멤버 '문(Moon)'에게 빠지는 데서 시작된다. 도달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한 허기에 사로잡힌 화자는 'Y/N(Your Name)'이라는 팬픽을 쓰기 시작하고, 돌연 문이 은퇴를 발표하자 그를 찾으러 서울로 향한다. 불가해한 꿈처럼 거듭 어그러지는 전개 속에서 현실과 환상은 어지럽게 뒤섞이며, 이야기는 존재의 공허 한가운데서 자신만의 고유한 욕망을 실험하는 철학적 무대가 된다.
누군가 예술에 매료될 때, 그 예술은 어떻게 그를 완전히 잠식하는가. 그러한 잠식의 늪에서 타인의 영혼에 불을 지른 예술은 어떻게 또 하나의 예술의 탄생으로 이어지는가. 《Y/N》은 온갖 매혹과 그 고통스러운 축복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랑과 불화하는 모든 매혹된 자들을 위한 꿈, 욕망, 탐닉의 텍스트다.
이 소설은 현대판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1960년대 말 문화와 2020년대의 시대적 배경이 다르듯 내면에도 전혀 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어떤 이들은 페미니즘으로 느낄 수 있고, 어떤 이는 대중문화에 대한 탐닉으로 보일 수 있다.
이야기를 써 내려갈수록, 화자의 상상 세계와 현실 세계는 구분되지 않으며 상호 침투하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화자와 문, 화자의 연인인 마스터슨과 문, 화자와 마스터슨의 전 연인의 정체성 또한 뒤엉키면서 인물과 캐릭터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진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고정된 정체성에서 달아나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연속'을 이루며 유령 같은 질량을 띤 채 텍스트 이곳저곳에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소설은 K팝을 통해 이 세계에 도전한다. 한국인을 부모로 뒀다고 하지만 미국과 독일 등을 거점으로 하는 작가가 한국 문화를 배경으로 썼다는 점에서 반갑다. 하지만 저자는 《Y/N》을 K팝이나 팬덤에 관한 것으로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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