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아포짓 키우려면 인식부터 바뀌어야"...'토종 아포짓' 황연주가 밝힌 소신
(MHN스포츠 용인, 서예은 인턴기자) 국내 아포짓 스파이커의 부재로 V-리그에서 다른 포지션을 뛰던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임시로 뛰는 상황이다. 현 상황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토종 아포짓' 황연주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황연주는 명실상부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이다. 그는 2005시즌 V-리그 원년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하며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0-11시즌 현대건설로 이적한 후 현재까지 활약 중이다.
데뷔 시즌부터 신인선수상, 백어택상, 서브상을 받으며 V-리그를 제패했으며, 10-11시즌에는 현대건설의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서브상, 정규리그 MVP, 올스타 MVP, 챔피언결정전 MVP를 휩쓸었다.
2022-23시즌에도 건재함을 과시하며 부상으로 이탈한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메워 28경기에서 249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여자부 역대 1호 기록 다수를 보유한 최고의 공격수로, 서브 200개, 득점 3,000점, 서브 300개, 득점 5,000점 등의 기록을 최초로 달성했다. 또한, 총 4번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여자부 서브 1위(458개)와 득점 2위(5,786점)에 랭크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V-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아포짓의 자리를 채우고 있다.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인 황연주는 이에 대해 "국제 경쟁력으로 봤을 때는 조금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긴 한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지만 (아포짓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이 주로 차지하는 자리라는 인식 때문에 학교 체육에서도 아포짓 포지션을 수비형으로만 사용하고, 공격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본인이 잘하면 외국인 선수를 아웃사이드히터를 쓸 수 있다. 저는 외국인 선수 FA 시대에도 아포짓을 했다. 그때는 외국인 선수들이 돈을 더 많이 받고, 좋은 선수들이 왔는데도 제가 뛰었다"라며 아포짓에 대한 인식 변화를 다시금 강조했다.
나아가 아포짓 포지션의 발전뿐만 아니라 "세터들이 라이트 백토스를 못 하게 되어 세터들도 발전하기 어려운 악순환"이라고 현상황을 설명하며, "인식을 바꾸기란 당연히 어렵겠지만 좋은 선수가 나오면 충분히 아포짓도 토종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황연주는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도자 한 명이 해야 할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학교 체육부터 인식이 바뀌어서 그 자리 자체를 키우려고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현재 2군 리그와 관련해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선수 입장에서 이와 관련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2군 리그가 생기는 건 찬성이지만, 퀄리티 측면에서 걱정된다"고 입을 열었다.
황연주가 설명한 이유는 선수 풀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현재 "학교체육에서 올라오는 선수가 적고, 프로에 있는 선수들도 뛰는 선수들만 뛰고 지속적으로 교체"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이어 "(프로리그에서) 교체된 선수들이 프로에서 10년 정도 같이 있던 상태에서 2군 리그를 가면 퀄리티가 좋아질 것"이라며 "학교에서 바로 올라온 선수들이 2군 리그를 하면 고교 리그와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2군 리그를 해서 선수들이 프로에서 커야 된다"와 "밑(학교체육)에서 커서 와서 2군 리그가 좋아져야 되는 것" 등 어떤 방법으로 2군 리그의 퀄리티를 올려야 할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2군 리그가 생기면 "선수들을 더 데리고 있으려고 하기에 좋지만, 샐러리 캡이 올라가고 1군 선수들의 연봉은 올라가지만 2군은 적게 받아서 실업팀에 갈 수도 있다"라고 현실적인 문제를 털어놓았다.
황연주는 2010년부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에서 뛰고 있다. 어느덧 팀 내 최고참 선수가 되었는데, 그는 어떤 선배가 되고자 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세월적인 면을 세워서 팀의 위계질서를 얘기하기보다는 밖에 나가서도 하면 안 되는 행동"에 대해서만 얘기한다고 말했다. "배구할 때 혼내기보다 가르쳐주는 정도. 그 외에는 거의 터치를 안 한다"고 말하는 순간 인터뷰장 뒤로 후배 선수가 지나갔다. 이를 보고 황연주는 "하루에 한 번도 말 안 섞고 끝나는 경우도 많다. 제가 말을 안 걸면 저한테 말을 안 건다. 왜냐면 20년 차이 나니까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구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에티튜드를 가르치려고 하는지 물었다. 황연주는 '기술적인 부분'을 알려준다고 전했다. "세터, 센터, 리베로들한테는 크게 얘기할 일은 없다. 못하는 거에 대해서 가르쳐준다기보다는 가령 리베로들한테는 공을 받는 걸 가르쳐주는 게 아니고, 공이 나한테 거쳐서 갈 때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부드럽게 갈 수 있는지 알려준다. 그런 것들 말고는 공격수들한테만 기술적인 거를 얘기를 한다. 코치가 있으니까 (알려주는 비중이 적은 것 같다) 근데 먼저 와서 물어보는 선수들도 되게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황연주는 현대건설 선수 중 이다현과 양효진이 제일 많이 코멘트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둘은 경기 중에도 '방금 때린 거 어땠어요?', '세터랑 저랑 어떤 타이밍이 안맞아요?', '제가 때릴 때 상대가 어디로 가요?' 등 속공 및 블로킹 타이밍, 상대 수비 위치와 관련해 황연주에게 와서 물어본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기 중 황연주를 바라보면 웜업존에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제3자로서 코트 밖에서 보는 눈과 선수들한테 코칭해주는 것도 늘어났는데, 지도자의 길도 생각해 본 적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배구로 희로애락을 느낀 그는 "어릴 때는 운동을 그만두면 (배구 쪽은) 쳐다도 안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뒤에서 보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한편으로는 코트에 뛰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선수들이 제 말을 듣고 들어가서 잘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며 "그런 거에 있어서 지금은 (지도자) 생각이 없지 않다"고 마음이 바뀐 계기에 대해 설명했다.
끝으로 황연주는 돌아오는 시즌에 팬들에게 "여태껏 해왔던 거를 변함없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코트를 조금 더 많이 밟고 싶다. 은퇴하기 전까지 하던 그대로 기량이 유지된 모습을 코트에서 더 보여주고 싶다. '여전히 잘한다'는 말을 듣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사진= 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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