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에서 배우지 못하는 윤 정부…이젠 인태·유럽 전선까지

한겨레 2024. 6. 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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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서재정의 한반도, 한세상
문 정부 ‘연합훈련 재개’ 패착인데
횟수·규모 확대하며 전쟁위험 높여
3국 군사협력 확대, 대러 갈등으로
‘힘을 통한 평화는 허구’ 오랜 교훈
우리 군이 실패로 판단한 지난 26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다탄두 능력 확보를 위한 ‘성공적 시험이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

인간이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실수를 반성하고 그것에서 교훈을 얻으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는 있다. 잘못에서 배우지 못하고 잘못한 것을 고치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잘못이다.

공자는 수많은 제자들 중에서도 안회가 가장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심지어 자기보다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겠지만 “그는 노여움을 옮기지 않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다”는 평가에 함축적으로 들어 있다. 이 말은 안회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아무리 성인이라고 해도 노여움 자체가 없을 수는 없다. 기분이 나쁘다고 애먼 사람에게 짜증내고 화풀이하는 것이 진정한 잘못이다. 화가 났을 때도 판단력을 잃지 않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안회와 같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 잘못에서 배워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평화의 한반도’ 절호의 기회 놓치고

지금 한반도에서는 노여움이 노여움을 낳고 잘못이 잘못을 낳는 확대재생산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리석고도 위험한 일이다. 6년 전우리에게는 평화롭고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만들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화적인 양국 관계의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 비핵화에 합의가 이뤄졌고, 9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 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 관계 해소”가 합의됐다. 남북 간에, 북-미 간에 70여년 이어지던 전쟁 상태를 드디어 끝내고 평화를 만들어갈 역사적 합의가 이뤄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합의는 결국 이행되지 못했다. 그 책임은 남·북·미 정부 모두에 물어야 하겠지만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이 결정적 계기였다. 하노이 회담이 실패한 이유는 대북 경제제재의 해제 범위와 북핵시설 폐기 규모를 둔 의견 차이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은 2016년과 2017년에 부과된 경제제재 5건의 해제를 원했지만 미국은 북이 제재의 완전 해제를 원했다고 하면서 그런 합의는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핵시설에 대해서는 북이 영변의 원자력 시설을 해체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추가적 조처를 요구하면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서 재평가를 하자면 매우 아쉬운 지점이다. 북은 이후, 특히 코로나 기간에는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여 유엔 경제제재보다도 강하게 외부와의 경제 교류를 차단했다. 그 속에서 자립경제를 모색하여 그 성과들이 평양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영변의 핵시설들을 적극적으로 가동하여 핵물질을 생산하고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중단하고 있던 미사일 시험을 재개하여 다종다양한 미사일들을 시험하고 실전배치하고 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한 것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그 탄두부에 핵탄두 여러개를 탑재해 다수 표적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시험까지 실시했다. 물론 그 성공 여부를 두고는 논란이 있지만 다탄두 미사일 개발이 시험 단계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북한이 행동하지 않는다고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잘못은 없는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센토사 회담을 결렬시킨 결과 스스로의 안보를 저해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센토사 회담이 결렬됐어도 협상의 불씨를 살릴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북의 되풀이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2019년 8월 한국과 미국은 연합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이어서 문재인 정부는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5년 동안 29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서 대규모로 군비를 증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세를 개선할 마지막 불씨는 꺼지고 말았다.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총국은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미사일총국은 미사일 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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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에 ‘안회’는 없는가

그 뒤 남북관계는 개선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악화에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에서 배우기는커녕 오히려 잘못된 교훈을 도출해 더 큰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며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 것이 화근이었는데 오히려 군사훈련의 횟수와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전쟁위험을 제거하겠다고 합의하고도 군비를 증강한 것이 의심을 샀는데, 오히려 적대적 조처들을 강화하고 전쟁위험을 늘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특히 한·미·일 군사협력에 공을 들이며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 남북 긴장을 완화시키고 동북아시아의 분열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해도 모자랄 판에 한반도의 긴장을 동북아시아의 ‘신냉전’으로 심화시키고 세계의 분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일은 캠프데이비드에서 3국 군사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이제 삼각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한·미·일 군은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를 지난 27일부터 시작했다. 한·미 군사훈련 ‘프리덤 실드’와 미·일 군사훈련 ‘킨 에지’를 통합하여 3국 군사협력을 본격화한 것이다.

그런데 한·미·일 3국은 ‘프리덤 에지’를 시작하며 발표한 3국 성명에서 이 훈련이 한반도나 동북아시아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라며 군사협력의 지역 확대를 선언했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 지원 방식으로 개입할 의지가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은 인도·태평양과 유럽의 전선까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다.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타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 체계들이다. 북한군의 현대화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힘을 통한 평화’는 시나브로 ‘힘을 통한 불안’ 또는 ‘힘에 의한 전쟁 위기’가 되어 우리 옆에 바짝 다가와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오래된 잘못이기도 하다. 힘으로 평화를 만들겠다는 자는 힘으로 망한다. 역사의 교훈이다. 이미 무수히 잘못했으니 이제는 그 잘못에서 배워야 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핵무장론’을 공공연히 내세우며 오히려 화풀이를 하고 있다. 안회의 모습에서 배우는 것은 없는가.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시카고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국제관계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방문학자로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에 머물고 있다. 한반도와 국제관계에 대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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