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주》에서 북한 병사 열연한 이제훈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4. 6.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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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다”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이제훈이 영화 《탈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탈주》는 내일을 위해 탈주를 시작한 북한 병사 규남(이제훈 분)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북한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의 목숨을 건 추격전을 그렸다. 군사분계선 인근 최전방 부대에서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은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을 벗어나, 실패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곳으로의 탈주를 꿈꾸는 인물이다.

그간 이제훈은 보통의 공감을 자아내는 캐릭터를 그려내며 관객과 교감해 왔다. 성장기를 관통하는 불안과 아픔을 그린 《파수꾼》부터 서툰 첫사랑을 그린 《건축학개론》, 용기와 협기로 일제에 맞선 《박열》, 위안부 할머니의 상처를 어루만진 《아이 캔 스피크》, 과거와 무전을 주고받으며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시그널》, 악을 응징하는 대리 복수로 사이다 맛을 선사한 《모범택시》, 그리고 한국 수사물의 원조 드라마 《수사반장》 속 최불암 캐릭터의 젊은 시절을 그려낸 《수사반장 1958》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성실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탈주》는 우리가 보아왔던 이제훈의 강점과 함께 섬세한 감정, 절실한 액션, 강한 의지, 공감 등 그간 이제훈에게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규남의 간절한 심정과 처절한 몸부림을 표현하고자 했던 이제훈은 작품을 위해 체중 감량은 물론 끝도 없는 달리기와 거친 수풀과 진흙 늪을 지나는 힘든 촬영을 열정으로 소화해 캐릭터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뿐만 아니라 앞을 향해 내달리는 규남의 의지를 강렬하고도 단단한 눈빛으로 표현해 내며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했다.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은 이재훈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규남에게 탈주하고자 하는 눈빛과 집념이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결론적으로 이제훈 배우가 완벽했다"며 "몰입하고 집중하고 있는 이제훈 배우의 눈을 보고 정말로 규남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제훈은 "규남은 내일, 꿈, 희망이라는 가치를 향해 현실을 탈주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내일을 갈망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규남의 모습이 많은 분의 공감을 끌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제훈을 만나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와 근황을 들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도굴》(2020)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벌써 4년이 지났다. 큰 화면에서 좋은 사운드가 입혀지니 역시나 강렬하더라. 오랜만에 무대인사를 통해 만난 팬들에게 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액션의 레벨이 높다.

"캐릭터의 특징상 목숨을 걸고 헤쳐 나가는 난관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숲을 뛰고 철조망을 넘기 위해 굴을 파고 기어가야 했다. 그래서 매 컷 긴장된 상태에서 촬영했다. 규남의 마음이 그러했을 것이다. 규남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극한의 위기를 극복하고 목숨 걸고 탈주한다. 이 모든 상황이 휘몰아쳤다. 그럼에도 잘해 보고 싶었다.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도를 했다. 산꼭대기를 내달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뛰다 보니 '숨이 차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그래서 그런지 스크린 속에서 점점 체중이 감량되는 게 느껴지더라.

"먹는 걸 좋아한다. 평소 운동을 통해 몸 관리를 해왔는데 이번 작품은 먹는 부분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했다. 극의 내용 역시 탈주가 시작되고 2박 3일 동안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극한의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점심시간 촬영장 밥차에서 엄청 맛있는 냄새가 날 때마다 고통스러웠지만 절제하며 촬영에 임했다."

극 중 규남은 왜 탈출을 하려고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을 찾았나.

"촬영하면서 인간 혹은 배우로서 제 모습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규남은 자유를 꿈꾼다. 제가 과거에 배우라는 직업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 대부분이 응원보다는 걱정을 많이 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내가 열심히 한들 이룰 수 없는 꿈같은 것이었다. 20대 때 군대를 다녀온 뒤에도 특별히 경제활동을 못 했다. 그럼에도 배우라는 꿈을 접지 못하겠더라. 무일푼이었지만 꿈을 꿨고 맨땅에 헤딩을 했다. 그런 내 삶을 이 캐릭터와 연결하면 어떨까 싶었다."

단편영화 감독으로 연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이 배우로서 촬영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궁금하다.

"시간에 대한 소중함. 감독으로서 단편을 찍으면서 시간이 촉박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장의 변수가 많아 갑작스럽게 벌어지는 상황들 때문에 늘 시간에 쫓겼다. 현장에서는 우리가 목표한 대로 찍어내는 게 너무 소중하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모든 신에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탈주》에서 호흡을 맞춘 구교환이 "이재훈 배우가 영화를 사랑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제가 배우로서 사는 제 삶과 인간으로 사는 제 삶의 간극이 거의 없다. 쉬지 않고 일을 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도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한 행복감이 무척 커서 그렇다. 그것이 배우로서의 힘을 키우는 근간이기도 하다. 영화가 제 삶에 없으면 저를 설명하기 힘들고 앞으로도 제 인생은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행복만 주지는 않는다. 고통도 준다. 그렇지만 영화가 없으면 내 삶이 부정되는 것 같다."

배우로서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상상한 것 이상의 장면이 나왔을 때. 그 희열을 느끼려고 많은 사람이 모여 영화라는 공동의 작업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더 잘하고 싶다. 더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한다. 더 잘하게 할 수 있는 그것이 무엇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더 잘하고 싶다는 목표와 의지가 생긴다. 그런 것들이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아마도 가진 것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잘하는 선후배를 보며 자극을 받는다. 그런 제 성격 때문에 스스로 피곤할 때도 있지만 그 갈구가 저를 계속 연기하게끔 만든다."

차기작에 대해서도 소개해 달라.

"안판석 감독의 《협상의 기술》이라는 드라마를 촬영 중이다. 기업 간의 M&A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M&A 전문가 역할을 맡았다. 내년 초에 방영될 예정이다. 열심히 촬영하면서 《탈주》 홍보도 해야 해서 요즘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얘기지만 유튜브(제훈씨네)도 시작했다. 물론 시간이 없어서 못 찍고 있지만, 전국에 숨어있는 극장들을 직접 찾아가는 콘텐츠다. 바쁜 일정이지만 이 시간이 헛되지 않게 진심을 담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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