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육군은 분대급 ‘군마’(軍馬) 있다···‘M1301’ 병력·장비 신속전개[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6.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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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ZR2 상용트럭’ 기반 개발
차체 튼튼···90% 이상 부품 호환성
탑승자 보호 외부 장갑 과감히 포기
‘블랙호크’에 매달거나 ‘시누크’ 탑재
美 ‘M1301’ 보병분대차량. 사진 제공=미 육군
[서울경제]

현재 전장에서 육군에게 신속한 기동은 화력을 능가하는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힘을 제압하는 것은 속도다”라는 말처럼 전투 중에 기동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미 육군은 최소 단위의 부대인 분대(현재 미군 편제는 9명)에 높은 기동력을 부여하고자 분대원 전원이 탑승하고 거친 지형을 기동할 수 있는 보병분대차량(ISV·Infantry Squad Vehicle)을 운용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 육군이 전차와 일부 무기체계를 제외한 지상장비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2021년부터 실전배치가 진행 되고 있는 ‘M1301’ 보병분대차량’은 더 가볍고 빠르게 적을 공격하려는 미 육군 변화의 상징이다. 이 때문에 첫 배치 부대는 제82공수사단 제1여단이다. 미 육군 사단 중 전투태세가 가장 높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가장 먼저 북한에 투입되는 선봉대 부대다.

M1301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하게 ‘보병의 빠른 이동수단’에 집중해 설계한 것이다. 쉐보레 콜로라도‘ ZR2 상용트럭’을 기반으로 개발·설계부터 시험평가용 차량 생산까지 120일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다. 90% 이상의 부품 호환성을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튼튼한 차체와 엔진, 어떠한 환경에서도 빠르게 기동할 수 있는 바퀴와 구동장치를 채택한 게 강점이다.

따라서 높은 방호력을 갖춘 장갑 ‘험비’(HMMWV)나 ‘내지뢰매복방호차량’(MRAP) 등과는 정반대의 개념 형태로 제작된 ‘전술차량’이다. 이런 탓에 탑승자 보호를 위한 외부 장갑을 과감히 포기했다. 전문가들은 시험평가 과정에서 방호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미 육군은 M1301의 부족한 방호력을 신속한 기동을 바탕으로 유격전술 개념을 더하면 충분히 보완 가능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GM디펜스가 ‘콜로라도 ZR2 상용트럭’을 기반으로 제작한 美 ‘M1301’ 보병분대차량(ISV·Infantry Squad Vehicle). 사진 제공=GM디펜스

첫인상에서 바로 눈에 들어오는 M1301 외형은 뼈대밖에 없는 모습이다. 좌석 배치는 제1열과 2열에 전방을 향해 각각 2명과 3명이 앉는다. 제3열은 후방을 향해 2명, 좌측과 우측을 향해 각 1명씩 탑승하는 방식으로 탑승자 전원이 360도 전방위를 다 볼 수 있게 자석을 배치했다. 운전석 바람막이를 빼고는 창문도 문도 없다. 때문에 빠르게 승·하차가 가능하다.

이 덕분에 보병 1개 분대에 해당하는 최대 9명의 보병과 1451㎏ 중량의 각종 전투장비(보급물자)를 전투지역까지 빠르게 전개할 수 있는 장점 있다. 자체중량 1.5톤 수준의 M1301은 UH-60 블랙호크 헬기 외부에 매달수 있다. CH-47 시누크 헬기 내부에 탑재해 이동도 가능하다. C-130부터 C-17까지 미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송기에서 공중투하 가능해 육군의 소규모 전투팀의 신속한 전개에 반드시 필요한 군마(軍馬)로 통한다.

이 같은 장점으로 M1301에 대한 미 육군 지휘부의 기대감이 높은 것과 달리 일선 장병들의 평가는 여전히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인 경량화·기동화를 추구한 M1301은 승차인원을 보호할 수 있는 장갑이 아예 없어 적의 기습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 육군 지휘부의 입장은 강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지상장비 경량화로 기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전술적 개념으로 부각되고 있기에 그렇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중장갑과 최첨단 방어체계 보다 오히려 저렴하지만 기본 성능에 충실한 무기를 대량 확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개념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GM 디펜스는 미 국방부와 육군에 기본형 보병분대차량(ISV) 외에 중기관총과 박격포, 대전차 미사일 등 중화기 운용능력을 갖춘 화력 지원형(ISV-5 HCG), 2인승 혹은 4인승 다목적 화물차(ISV-2/4) 등 다양한 파생형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 제공=GM디펜스

한발 더 나아가 미 육군의 전술 교리에도 큰 변화가 왔다. 최근 발간된 미 육군 교범에서는 보병 여단 전투단의 역할을 ‘복잡한 지형에서의 하차 작전’ 개념으로 정의했다. 복잡한 지형은 도심지 및 또는 두 가지 이상의 제한적 지형 및 환경 조건이 있는 지리적 영역을 의미한다.

여기서 제한적 지형이란 소택지 옆의 작은 마을이나 돌밭 가장자리의 산업 단지, 숲 속으로 파여진 참호망 등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작전이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 따라서 기존의 MRAP이나 스트라이커 장갑차로 접근하기 어렵고 도보 또는 오프로드 차량으로만 접근 가능한 험지에서 작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대비한 작전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병분대차량 M1301은 이러한 지형에 1개 분대를 싣고 도보 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정차 후 보병이 하차해 은엄폐하고 곧바로 전투할 수 있게 해 주는 ‘전술차량’이라는 게 미 육군 지휘부의 판단이다.

일부에선 뼈대만 있는 외형만 보고 M1301은 일반 상용트럭을 기반으로 하는 ‘테크니컬 비이클’(Technical Vehicle)과 유사하다며 평가절하 한다. 하지만 엔진과 동력계통 주요 부품은 콜로라도 ZR2 상용트럭이 채택한 그대로 사용하거나 오히려 성능을 강화한 덕분에 더욱 뛰어난 험지 주행능력을 갖췄다.

안전띠를 매지 않아 탑승한 장병들이 차량 외부로 튕겨 나갈 것이라는 것은 우려에 불과하며 최대 72시간 동안 483㎞ 거리의 작전이 가능하다. 최대 275마력 출력의 GM 듀라맥스 2.8L 터보 디젤 I4(LWN) 엔진과 GM 하이드로-매틱 6L50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야전에서 60~80㎞/h의 속도로 기동이 가능하다. 물론 작전 상황에 따라 이 보다 더 빠른 속도로도 주행할 수 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미 육군이 최고 속도를 제한해 규정 속도로 작전을 수행한다.

GM디펜스가 ‘콜로라도 ZR2 상용트럭’을 기반으로 제작한 美 ‘M1301’ 보병분대차량(ISV·Infantry Squad Vehicle). 사진 제공=GM디펜스

게다가 주목할 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특수부대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던 테크니컬 비이클의 존재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특히 드론과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거미줄 같은 정보통신망 덕분에 이제 실시간으로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한 타격과 퇴출을 위한 기동력이 매우 중요하게 강조되는 추세다.

실제 미 육군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M1301을 위기 대응과 신속전개 등 주요 군사작전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제한적 환경에서 벌어질 전면전 상황에서 창끝 역할을 하는 미 육군 보병분대의 신속한 기동과 다양한 중화기 운반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M1301이라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이에 GM 디펜스는 미 국방부와 육군에 기본형 ISV 외에 중기관총과 박격포, 대전차 미사일 등 중화기 운용능력을 갖춘 화력 지원형(ISV-5 HCG), 2인승 혹은 4인승 다목적 화물차(ISV-2/4) 등 다양한 파생형을 제안하고 도입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GM디펜스는 ‘콜로라도 ZR2’ 기반의 중화기 운반 ISV 차량 버전을 공개했다.

일단 GM디펜스는 2020년 미 육군과 보병분대차량(ISV) 디젤 버전의 생산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총 2065대(2억1400만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오는 2024년까지 11개의 보병 여단 전투단(IBCT·Infantry Brigade Combat Team) 각각 59대씩 총 649대가 1차로 투입된다. 1차 계약금은 2억1430만 달러(한화 약 2960억 원) 규모다. 향후 미해병대 등에도 납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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