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단백소실성장병증…장생검 진단 중요한 이유[고려앤벳]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장질환센터 증례 소개
[편집자주] 동물병원에는 질병 치료가 필요한 수많은 환견, 환묘들이 내원합니다. '뉴스1'에서는 작지만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의사(벳)들이 들려주는 반려동물의 질병 정보를 연재합니다. 가족처럼 지내는 애견, 애묘가 더욱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우리냥 행복하개'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서울=뉴스1) 최서윤 동물문화전문기자 박소영 수의사 = "말티즈(몰티즈)는 참지않긔."
작지만 당돌하고 자기 주장이 명확한 몰티즈 강아지의 성격에서 유행한 말이다.
필자가 만난 송이의 나이는 10살. 몰티즈의 당돌한 성격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순했다. 송이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이미 흉수와 너무 빵빵해진 복수로 인해서 호흡이 불편했고 거동조차 힘든 상태였다.
두 달 전부터 타 병원에서 심장약을 처방받아 먹었고, 처방전을 보니 이뇨제를 일정 수준 이상의 용량으로 복용 중이었다. 평소에는 3.3㎏라고 했지만, 흉수와 복수가 차면서 3.9 ㎏가 된 상태. 몸 안에 물이 차서 체중의 20%가 증가한 것이다.
우선 산소를 공급해서 환자의 호흡을 안정화시켰다. 혈액검사를 했더니 알부민 수치는 무려 1.2(정상범위 2.6~4.0)로 나타났다. 병원에 오는 동안 쇼크가 오지 않은 것이 용했다.
초음파로 간과 장을 검사한 결과 장은 부어있고, 장 점막에 손상이 확인됐다. 송이는 장으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 단백소실성장병증(PLE)으로 진단됐다.
PLE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췌장염으로 입원한 15살 삼식이도 입원 도중 PLE가 진행됐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작은 체구로 파보바이러스와 회충까지 먹여 살리고 있던 3개월 대포도 입원 도중 PLE가 발생했다.
중환자입원실을 구비하고 있는 중대형급 병원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PLE 환자(환견)들을 마주하게 된다. PLE 발병 원인을 명확히 알기 위해서는 여러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치료에 더욱 이로운 방향을 찾기 쉬워진다.
송이는 저알부민혈증 중증도 이상이었다. 이 때문에 알부민 단백질 (보충을 위한) 수혈을 받게 됐다. 수혈 전 한 일은 복수를 '안전하게 적당히' 제거하는 일이었다.
복수가 너무 많이 찼을 때 '알부민 수혈을 해도 되냐'고 묻는다면 필자의 대답은 "수치만 보고 알부민 수혈의 필요성을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이다. 알부민 주사는 환자를 살릴 수도, 사망하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알부민 수치를 급격하게 올리면 혈관 내 삼투압이 빠르게 증가한다. 저류돼 있던 체액은 혈관 내로 들어오게 된다. 체액이 적절한 속도로 간, 심장을 거쳐 콩팥으로 빠져나가줘야 비로소 수의사와 보호자가 원하는 복수가 빠졌다는 효과를 얻게 된다.
문제는 정맥순환의 속도와 림프순환의 속도가 환자들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간과 심장 기능이 다르고, 급성인지 만성인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알부민 수혈이 얼마나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주입할지가 환자들마다 다르다. 득이 많을지 실이 많을지 따져봐야 한다.
송이는 3일 동안 알부민 수혈을 천천히 진행했다. 빈혈, 황달, 흉수가 진행됐지만 모든 것은 예상했기 때문에 '설레발치지 않고 적절하게 wait and see' 할 수 있었다. 3일에 걸친 알부민 수혈 동안 환자는 스테로이드를 소량 사용했다. 저지방사료를 처방했으며 신약 주사제를 추가했다.
보호자를 설득해 장생검(조직검사)도 실시했다. 검사 결과 송이는 림프구성형질구성장염과 림프관확장증이 확인됐다. 결과에 따라 바로 중단하려고 했던 소량의 스테로이드는 한 달 동안 처방 후 중단했다. 신약주사는 하루 3회 주사하다가 3개월이 지난 지금은 하루 1회만 투여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 결과에 따른 적절한 처방 덕분에 송이의 알부민 수치는 증가했다. 심장 상태는 안정화됐고 이뇨제는 원래 먹던 용량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알부민 수치는 단순히 PLE 이외에도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혈액검사 수치 뿐 아니라 장생검 등 여러 항목을 함께 모니터링 해야 환자의 치료반응에 대한 좀 더 확실한 근거를 얻을 수 있다.
10살 심장병 환자 송이에게 안전하게 알부민 수혈을 하고, 장생검을 통해 확진을 내리고, 적절한 용법으로 신약주사를 쓰고, 스테로이드를 한 달 잘 쓰고 단약하고, 이뇨제를 절반정도 줄이는 것에 예전보다 불안해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동안 필자를 거쳐 간 많은 아이들 덕분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해서 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은 수의사로서 숙명이다. 송이를 통해 얻은 치료 경험을 기반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해피펫]
글=24시 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 박소영 난치성장질환센터장·정리=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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