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은 비싼데 쌀값은 왜 이러나

김양진 기자 2024. 6. 30. 07:5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쌀값 하락세가 심상찮다.

박흥식 전 전농 의장은 "쌀은 주식으로 식량자급기반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흉년이 오거나 수입이 안 됐을 때도 안정적으로 쌀 생산이 가능하도록 적정한 경지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매년 농경지는 2만ha씩 줄어들고,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 쌀이 많이 생산되면 풍년이라 좋은 일인데, 우리는 남아돌아서 쌀값이 폭락할 거라는 걱정을 해야 한다. 남는 쌀은 국외원조 등을 늘리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최근 일본이 '농업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각국이 농업의 가치를 중시하고 농민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며, 농업에 가용 예산을 총동원한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 큐레이터]

2022년 9월30일 전북 무주·진안·장수 농민회 소속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위한 근본 대책”을 촉구하며 가을걷이를 앞둔 논을 갈아엎고 있다. 류우종 기자

쌀값 하락세가 심상찮다. 정부가 5만t을 추가로 사들이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농업 현장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6월21일 “6월15일 쌀값(도매가)이 4만6794원으로 2023년 수확기 쌀값 평균(5만699원)보다 7.7% 하락한 데 따라, 2023년산 쌀 5만t을 추가로 매입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농협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판매촉진을 통해 10만t을 더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2023년 11월29일과 2024년 2월1일 각각 5만t을 매입했다.

애초 농협·농민단체는 재고량 등을 근거로 ‘15만t 매입’을 요구했다. 2024년 5월 말 기준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쌀 재고량은 평년 대비 31.7%(15만8천t) 많은 66만t이다. 김진성 김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장장은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이번 5만t 매입 결정은 시장에 ‘쌀이 남아돈다’는 신호를 줘서 오히려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4만7천원에 사들였던 신동진쌀 실제 거래가격이 4만원(20㎏ 기준)까지 떨어졌다. 쌀 투매(싼값에 팔아버리는 것) 현상까지 재현되려 한다”고 말했다.

강순중 전농 정책위원장도 “농협의 15만t 매입 요구는 합리적이다. 정부의 찔끔찔끔 매입으로 수확을 앞둔 2024년도 쌀값에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10만t을 농협에 떠넘기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찔끔찔끔 매입’은 쌀값 안정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농업계 판단이다. 실제로 2021년산 쌀에 대해 정부는 2022년 4·5·8월 3차례에 나눠서 14만·12만·10만t을 사들였지만 같은 해 9월 쌀값 폭락(전년 대비 24.9%↓)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45만t을 다시 사들여야 했다. 강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쌀값 20만원(80㎏ 기준, 20㎏당 5만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쌀값 하락을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소비 부진을 쌀값 하락 원인으로 꼽지만 농민단체는 애초에 정부가 정확한 수급 예측에 실패한 점을 먼저 든다. 정부는 2023년산 쌀이 9만7천t가량 남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미 15만t을 사들이고도 가격 하락은 잡히지 않고 있다.

쌀 생산을 식량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다. 박흥식 전 전농 의장은 “쌀은 주식으로 식량자급기반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흉년이 오거나 수입이 안 됐을 때도 안정적으로 쌀 생산이 가능하도록 적정한 경지면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매년 농경지는 2만ha씩 줄어들고, 이에 대한 대책도 없다. 쌀이 많이 생산되면 풍년이라 좋은 일인데, 우리는 남아돌아서 쌀값이 폭락할 거라는 걱정을 해야 한다. 남는 쌀은 국외원조 등을 늘리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최근 일본이 ‘농업기본법’을 제정하는 등 각국이 농업의 가치를 중시하고 농민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며, 농업에 가용 예산을 총동원한다는 점을 우리 정부가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업정책의 식량안보 목적을 명확히 하고, 농산물의 합리적 가격 형성 등을 내용으로 한 일본 ‘농업기본법’(식량·농업·농촌 기본법)이 2024년 5월29일 개정됐다. 우리나라 헌법(제123조)도 농수산물의 수급 균형과 농어민의 이익 보호를 국가의 기본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Copyright © 한겨레2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