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단의 기술…있는 돌을 다 던진다, 몇 개는 맞는다

성한용 기자 2024. 6. 30. 07: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540
필요성 더 커진 검찰개혁
이재명 검찰 배너 컷_ 영상소셜팀 조정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12일 제3자 뇌물공여,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또 기소됐습니다.(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그냥 대표라고 쓰겠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동시에 4개의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첫째,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입니다. 대선 과정에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하고,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이 국토교통부 압력 때문이었다고 한 것이 허위사실이라는 혐의입니다.

둘째, 대장동, 백현동, 위례신도시, 성남에프시(FC) 사건입니다. 검찰이 두 차례로 나누어 기소한 것을 법원이 병합했습니다. 4개의 사건이 병합된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재판입니다.

셋째, 위증교사 사건입니다. 경기지사였던 2018년, 자신의 검사 사칭 관련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증인에게 허위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입니다.

넷째,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입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백현동, 위증교사,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검찰은 그 뒤 백현동, 위증교사 사건은 각각 기소했습니다. 대북송금 사건은 계속 수사한다는 이유로 쥐고 있다가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1심 선고가 내려지자 추가로 기소한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 대북송금 사건 기소를 계기로 언론과 정가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는 6월21일치에 “‘이재명식 성공’이 청소년 교육과 공동체 가치관에 미칠 영향”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이재명 문제’는 도덕성 각성 촉구 차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사법시스템이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유상범·주진우·최보윤 등 국민의힘 ‘이재명 사법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6월19일 대법원을 방문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속한 판결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의 주장과 행동에서는 재판으로 이재명 대표를 정치 무대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읽을 수 있습니다.

김건희·한동훈은 수사하지 않는 검찰

그런데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재명 대표가 무려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을 만큼 엄청난 범죄자,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재명 대표가 받는 혐의는 대부분 성남시장, 경기지사 직무나 선거와 관련이 있습니다.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고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받을 중대범죄도 아닌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재명 대표는 4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을까요?

이재명 대표는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0.73%포인트 차이로 패했습니다. 검찰의 기소는 모두 대선 뒤에 이뤄졌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가 이겼다면 검찰이 그를 기소할 수 있었을까요?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이 있습니다. 그래도 취임 전에는 기소가 가능합니다. 검찰이 이재명 당선자를 기소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없었다고 봅니다. 기소는 고사하고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가혹한 수사와 기소는 야당 탄압과 정치보복 성격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유무죄는 최종적으로 법원의 재판으로 가려질 것입니다. 추가 기소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모든 재판에서 모든 혐의에 무죄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도덕적으로 크게 비난받을 중대범죄는 아니라도 판사가 유죄로 판결할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억울하겠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이처럼 불합리한 현실은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검사 출신 어느 정치인이 오래전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윤석열 사단은 지나치게 가혹한 수사 방식으로 검찰 안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본래 검찰 수사는 표적수사일 수밖에 없다. 탈탈 털면 여러 가지 혐의가 나오지만, 그 가운데 경미한 것은 눈감아주고 주요 혐의는 승복을 받아낸다. 사실상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피의자도 검사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런데 윤석열 사단은 털어서 나오는 모든 혐의를 다 기소한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가 나오는 것은 괘념치 않는다. 돌을 수십개 던지면 그중에 몇개는 상대의 머리에 맞는다. 그게 그들의 기술이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왼쪽)와 황운하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청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4법’ 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사단의 표적이 되어 탈탈 털린 대표적인 사람 중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있습니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검찰이 개입하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 이후의 일은 우리가 다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윤석열 사단은 조국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 딸 조민씨를 기소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표현대로 한 가족을 ‘도륙’을 낸 것입니다.

물론 조국 전 장관, 정경심 전 교수, 조민씨가 처벌을 받아야 할 내용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사단의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는 아무리 봐도 과잉수사입니다. 지난 4·10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무려 12석을 확보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가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사단이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처럼 다른 피의자들도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공정성 시비는 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윤석열 사단은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등 ‘자기 식구’는 수사를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사단의 정의는 남들에게는 가혹하고 자신들에게는 관대한 ‘가짜 정의’였던 것입니다.

국힘 의총까지 통과했던 검찰 개혁안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검찰을 개혁해야 합니다.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합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해야 합니다. 지난 5월14일 미디어토마토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해 찬성 53.1%, 반대 29.6%, 잘 모르겠다 17.3%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국민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할 때가 됐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조국혁신당 제공

정가에서 검찰 개혁의 선봉은 조국혁신당입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6월26일 공소청법, 중대범죄수사청법, 수사절차법, 형사소송법 등 ‘검찰개혁 4법’을 발표했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을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이관하고, 검찰을 기소와 공소유지만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민주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단장 김용민 의원)도 검찰개혁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방안과, 검찰청을 유지하되 기소권만 갖도록 하고 수사권은 국가수사본부나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검찰개혁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쳐 곧 본회의에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개혁 방안이 올여름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찰 개혁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사람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2022년 3·9 대선 뒤 4월22일 여야가 검찰 개혁에 전격 합의한 적이 있습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이며 직접 수사의 경우에도 수사와 기소 검사는 분리한다.”

“검찰 외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는 사법개혁특위를 구성한다. 이 특위는 가칭 ‘중대범죄수사청’(한국형 FBI) 등 사법체계 전반에 대해 밀도 있게 논의한다. 중수청은 특위 구성 후 6개월 내 입법 조치를 완성하고 입법 조치 후 1년 이내에 발족시킨다. 중수청이 출범하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폐지한다.”

정치 개입하는 검찰 막으려면

어떻습니까? 놀랍지 않습니까?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입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발표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 기득권 세력과 보수 신문이 강하게 반발하고 윤석열 당선자가 슬그머니 반대로 돌아서면서 없었던 일이 됐습니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022년 4월22일 국회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 관련 국회의장 중재안에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에도 검찰 개혁 법안에 일단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국민의힘 안에는 2022년 4월 검찰 개혁안에 동의했던 의원들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들도 검찰이 지금과 같은 절대권력을 계속 갖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국회 본회의 재의결 투표는 무기명으로 이뤄집니다. 국민의힘이 과연 부결시킬 수 있을까요?

마무리하겠습니다. 검찰 개혁은 이 시대 최우선 과제입니다. 검찰을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으로 놓아두면 검찰이 앞으로도 계속 대한민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려 들 것입니다. 검찰에 맞서는 정치인은 누구든 이재명·조국 대표처럼 될 수 있습니다. 검찰 왕국을 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그들이 가진 칼을 빼앗아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