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존경-강단' 다있네... '정호연 2.0 버전'에 이정효 감독 미소 짓는다[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4. 6.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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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축구 금메달을 따는 데 일조한 미드필더 정호연(23·광주FC)은 이후 K리그1 영플레이어 수상, 생애 첫 A대표팀 데뷔 등 굵직한 성과를 내며 본인의 커리어를 수놓았다.

하지만 정호연에게 중요한 것은 상이나 감투가 아니었다. 이정효 광주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전술 이해도와 실행력을 보이는 이 미드필더는 한층 성숙해진 생각과 함께 자신의 꿈과 소신을 밀고 나갔다.

스포츠한국은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정호연을 만나 축구선수로서의 올바른 태도와 꿈, '스승' 이정효 감독에 대해 들어봤다.

광주FC 정호연.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해의 영플레이어, 국가대표 데뷔. 이러한 업적을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이뤘다면 어깨가 으쓱할 법도 하다. 하지만 정호연은 오히려 본인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며 겸손함을 유지했다.

"스스로를 대단한 선수라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광주의 일원으로서 꾸준한 기회를 받으며 성장했다는 점에 감사하다.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미드필더를 보고 있는데, 앞에서 더 단단하게 지켜주지 못해서 수비수들에게 미안하다. 리그 19경기 동안 기록한 4개의 어시스트 역시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공격수에게 패스를 줬을 뿐인데 잘 마무리해준 덕이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지난 25일 K리그1 19라운드 수원FC 원정경기서 0-1로 패배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 태도를 지적했다. "팀에 거품이 있다. 늦은 시간까지 연구하는 것은 안주하는 선수들에게 과분한 듯하다"는 등의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 광주는 해당 경기 패배로 19경기 7승1무11패(승점 22)의 8위에 그쳤다.

정호연은 선수단에게 쓴 소리를 전한 이 감독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며 왜 '이정효의 애제자'로 불리는 지를 보여줬다.

"감독님이 경기 계획을 수립하신다고 해도 결국 경기에 나서서 보여주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선수들이 잠시 안일하게 생각하면,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더라. 나를 포함해 경기에 계속 출전했던 선수들이 간절함에 있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선수도 사람이기에 경기 중에 실수하고 공을 뺏길 수도 있지만 그 다음 반응을 빠르게 가져가야 한다. 또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광주의 축구'를 해야 한다. 팬들은 공을 멀리 걷어내는 '뻥축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 것이 아니다."

광주FC 정호연. ⓒ프로축구연맹

정호연은 '그래도 광주가 선수단 연봉지출(2023년 K리그1 12팀 중 12위) 대비 성적을 내고 있는 편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이정효 감독은 이후 기자를 통해 정호연의 답변을 듣고 미소 짓기도 했다.

"선수가 현재 본인 연봉에 만족한다면 그 수준에 머무르면 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받는 선수, 팀과의 대결에서 이겨 노력의 성과를 보여준다면 능력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받는 돈은 과거의 커리어로 쌓은 것이지, 지금의 실력을 대변하는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감독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지난 3년 동안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로서 행복하다."

한편 정호연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K리그 타 팀들의 제안을 받는 등 엄지성과 함께 '광주의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여름 이적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광주 팬들을 안심시켰다.

"시즌 도중에 K리그 내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팀의 부진에 큰 책임을 느끼기에 더욱 그랬다. 물론 꿈꿔왔던 유럽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 역시 시즌 종료 후에 신경 쓸 문제다. 목표를 확실히 정해놓았기에, 그 밖의 잡음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광주FC 정호연. ⓒ프로축구연맹

이정효 감독은 자정을 넘긴 늦은 시간까지 전술 연구에 몰두하고, 설명하려는 상황과 가장 유사한 경기 장면을 시각 자료로 찾아 선수들의 이해를 돕는 데 사용한다. 정호연은 디테일을 강조하는 이 감독의 방식이 축구를 새롭게 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이정효 감독님은 내 데뷔 시즌 때부터 신뢰를 보내주시고, 축구에 대해 새롭게 알게 해 주신 분이다. 가르침을 따랐을 때 과정과 결과를 모두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굳게 신뢰한다. 감독님의 축구에서는 한두 발자국의 위치 차이가 큰 차이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독님의 훈련을 처음 접한다면 느끼기 힘들 수 있지만, 단 몇 발자국의 위치 차이가 위협적인 크로스의 각도 형성, 일대일 득점 기회 창출로 이어진다. 심지어 선수들이 해당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늦은 시간까지 유럽축구 경기에 나온 유사 장면을 찾아 팀 미팅 때 보여주신다. 선수들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시는 거다."

광주는 이날 오후 7시 제주 유나이티드를 홈으로 불러들여 후반기 포문을 연다. 정호연은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출사표를 던지며 인터뷰를 마쳤다.

"선수단 분위기는 다소 차분하다. 어차피 경기는 계속되고, 각자의 역할은 정해져있다. 선수로서의 의무를 경기장에서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게 가장 우선이다."

광주FC 정호연.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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