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정규앨범 낸 타카피 "방황에 마침표 찍고 싶었죠"
1997년 결성 1세대 펑크록 밴드…"전국민이 아는 노래 있으면 좋겠다"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치고 달려라'를 내고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행운을 누리니 교만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이제는 그 노래를 뇌리에서 지웠습니다."
1997년 결성된 1세대 펑크록 밴드 타카피(T.A.Copy)가 2008년 발매한 노래 '치고 달려라'는 야구에서 경기의 흐름을 뒤집는 적시타와 같았다.
프로야구 중계방송에 쓸 배경음악이 필요하다는 우연한 부탁을 받고 녹음한 이 곡으로 전성기를 맞이한 것이다. 해체 직전이던 밴드가 대형 음악 축제에 출연하기 시작했고 성취감도 컸다.
하지만 그 후 수년 사이에 밴드는 교만에 빠져 음악적 방황을 거듭했고 점차 '추억의 밴드'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타카피가 최근 11년 만에 정규 7집 '리저브'(reserve)를 내놓았다. 상황을 타개할 한 방이 필요하다는 절실한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리더 김재국은 지난 27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치고 달려라'는 양날의 검과도 같았다"며 "방황에 마침표를 찍자는 마음으로 한 곡씩 앨범을 만들어갔다"고 7집 제작 과정을 회고했다.
'리저브'에는 타이틀곡 '자각몽'을 비롯해 지하철 1호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묘사한 '다이나믹 1호선' 등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총 10곡을 실었다.
수록곡 '살아야겠다'에는 김재국이 방황하던 시기에 느꼈던 감정을 진솔하게 녹였다. 개인적인 악재가 연달아 터지며 삶의 의욕을 잃었던 그는 이 노래를 쓰며 다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재국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마음에 오랜만에 기타를 잡았는데 굳은살이 사라져 손가락이 아팠다"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간절함을 담아 노래를 쓰니 다른 곡들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리더의 남다른 각오는 결과물의 차이로 이어졌다. 금전적인 고민은 잠시 접고 빚을 내서라도 제대로 된 앨범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녹음과 후작업에 공을 들였다.
타이틀곡을 결정할 때는 베이시스트 신가람이 생업으로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직원들의 추천을 받았다.
김재국은 "록 마니아들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좋아할 노래를 타이틀로 삼고 싶었다"며 "6집보다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고,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장영훈은 "과거에는 형(김재국)이 급한 마음에 빨리 결과가 나오길 바랐다면, 이제는 뜸 들이는 법을 많이 배웠다"며 "동료로 같이 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작업해서 그런지 결과물도 잘 나왔다"고 평가했다.
몇 안 남은 1세대 밴드인 타카피는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서고 싶다는 의욕도 내비쳤다. 1990년대에 많았던 1세대 밴드 중 지금도 활동하는 팀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상황이다.
김재국은 "이제는 배경음악 말고 저희가 정식으로 낸 노래 중에 전 국민이 아는 노래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한다"며 "록 페스티벌 출연은 해봤으니, 오후 7시가 지나 무대 조명을 받으며 공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들은 실리카겔, 데이식스 등 후배 밴드들이 유행을 주도하는 것을 신선한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홍대 주변 클럽을 돌며 신곡으로만 공연하고 있다고 한다.
타카피는 "저희가 1호선이라면 젊은 밴드들은 신분당선, GTX쯤에 해당한다"며 "우리도 타카피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젊은 밴드들보다 더 열심히 활동할 계획이다. 앞으로 1년에 한 장씩 앨범을 내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밴드 활동 30주년을 앞둔 타카피는 다시 한번 치고 달릴 준비를 마쳤다.
"관객들에게 노래도 괜찮고, 아직 에너지가 살아있다는 것을 얼른 보여드리고 싶어요. '치고 달려라'로 오랜 기간 '얼굴 없는 가수'로 살아온 만큼 대기만성, 롱런하는 음악가로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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