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관상동맥에 새 길 만들어주는 ‘관상동맥우회술’ 치료 효과 ‘탁월’

권대익 2024. 6. 3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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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임상현 아주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임상현 아주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관상동맥우회술은 자신의 혈관을 사용하므로 수술 후 장기간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수술 후 사망률이 1%에 그칠 정도로 안전한 수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아주대병원 제공

심혈관 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으로,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이 대표적이다. 심혈관 질환은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에 오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3,000여 명(2021년 기준)이나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18~2022년) 심혈관 질환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심혈관 질환 중 56.1%를 차지하는 허혈성 심혈관 질환자가 2018년 91만122명에서 2022년 102만7,842명으로 12.9%(연평균 3.1%) 증가했다.

‘관상동맥우회술 전문가’ 임상현 아주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임 교수는 “196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관상동맥우회술(수술)은 사망률이 1%에 그칠 정도로 안전하므로 환자가 너무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심혈관 질환을 설명하자면.

“심장은 대부분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심장근육이 수축·확장하는 펌프 작용으로 혈액이 우리 몸 곳곳에 보내진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소를 혈액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동맥이 바로 3가닥으로 이뤄진 관상동맥(冠狀動脈·coronary artery)이다.

심혈관 질환은 관상동맥이 50~70% 정도 좁아지거나(협심증) 막힌(심근경색) 것을 말한다.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혈관이 좁아지면 흉통이나 압박감 등이 생긴다.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는 심근경색이 생기면 발작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근경색은 자칫 돌연사를 일으킬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 발생하면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 주는 시술(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Percutaneous Coronary Intervention)을 하거나, 막힌 부위에서 우회 혈관을 만들어 혈액이 잘 흐르도록 만들어 주는 수술(관상동맥우회술·CABG·Coronary Artery Bypass Graft)을 시행한다.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풍선 혈관 성형술과 스텐트 시술)은 허벅지(대퇴동맥)나 손목(요골동맥) 등의 혈관을 경유해 접혀진 풍선이나 스텐트를 장착한 매우 가느다란 철선을 좁아진 관상동맥까지 밀어 넣은 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이다.

반면 관상동맥우회술은 몸속 다른 혈관(내흉동맥, 대퇴정맥, 요골동맥)을 떼내 막힌 관상동맥 아래에 이식해(새로운 통로 개설) 피가 잘 흐르도록 하는 흉골을 절개해 시행하는 개흉(開胸) 수술이다.

국내에서는 심혈관 질환 치료에 마취나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치료 효과를 곧바로 느낄 수 있고, 2, 3일 만에 회복할 정도 빠르기에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시술)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관상동맥우회술(수술)은 가슴을 열어야 하는 데다 과거 의료체계가 좋지 않았을 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수술받기를 적잖이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술 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관상동맥우회술은 가장 큰 관상동맥(좌주간지)에 문제가 생겼거나, 좌심실 기능이 떨어졌거나(구현율 35% 미만), 3개의 관상동맥 혈관이 모두 막히거나 좁아졌거나, 당뇨병이 있으면서 관상동맥이 2개 이상 막히거나 좁아진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특히 응급실로 오는 심근경색이나 ‘대동맥 박리(大動脈剝離·aortic dissection)’ 환자는 가능한 한 빨리 수술해야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대동맥이 찢어지면 가슴을 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데, 곧바로 수술하지 않으면 한 달 이내 90%가 사망한다.

또 초응급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흉통이 생겨 스텐트 시술을 할 수 없는 ‘불안정형 협심증’이라면 빨리 수술해야 한다. 그래서 심혈관센터 전문의들은 촌각을 다투는 초응급 심혈관 질환의 빠른 치료를 위해 24시간 365일 대기하고 있다.”

-관상동맥우회술 장점을 소개한다면.

“해외에서는 관상동맥우회술 평가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안전하고 치료 효과가 크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매년 18만 건의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하는데, 응급수술과 상태가 좋지 않은 심혈관 질환자를 포함해 98%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혈관’을 사용하기에 수술 후 장기간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흉 동맥 수술의 경우 15년 후에도 환자의 90% 이상이 막히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고, 다른 부위 혈관을 사용해도 최소한 10년 이상 문제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비교적 젊은 환자는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심혈관 질환이 재발해도 기존 혈관이나 이식 혈관 모두 스텐트 시술을 시행할 수 있고, 재수술로 막힌 혈관을 없애고 다른 혈관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

그러면 관상동맥우회술이 스텐트 시술보다 나은 치료법인지 궁금할 수 있다. 협심증은 수술이나 시술 모두 중요한 치료법이기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스텐트 시술은 환자가 비교적 거부감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데다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특히 응급 상황일 때 수술보다 훨씬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따라서 심장내과(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가 긴밀히 협진해 수술과 시술 중 어떤 치료를 사용할지 정한다.

다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을 살펴보면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 시행 비율이 4대 1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20대 1로 크게 차이가 난다.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관상동맥우회술의 장점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여 아쉽다.”

-심혈관 질환은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는데.

“그렇다. 심혈관 질환은 일교차가 심한 계절과 함께 지금 같은 더위가 지속되면 발생하기 쉽다. 폭염이 계속되면 몸은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린다. 이때 수분 섭취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탈수가 진행돼 혈액량이 감소한다. 심장은 우리 몸에 혈액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려고 더 많이 더 세게 뛰면서 심혈관 질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폭염이 지속되면 어린이·노약자를 비롯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병력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은 외출을 삼가고, 탈수되지 않도록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섭취해야 한다. 가만히 쉬고 있거나 편안한 상태에서도 흉통이 생기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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