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척척 내주더니…"이제 마오타이 안 받아요" 전당포 돌변, 무슨 일?[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2008년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 과정을 밟을 때, 중국 최대 증권사 중신증권의 쉬강 전무이사가 강연을 한다길래 가본 적이 있다.
그는 향후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오타이를 마시겠냐며 마오타이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당시 중국 상하이증시가 6124포인트를 찍고 급락하던 시절이라 코웃음 치고 말았지만, 쉬강 이사의 말은 사실이 됐다.
마오타이 주가는 2012년 11월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취임한 후 반부패 사정 정책을 펼치자 다음 해 100위안대까지 하락했지만 곧 상승 전환했다. 이후 마오타이 주가는 2021년 초 2600위안까지 20배 넘게 상승하면서 한때 시가총액 3조위안(약 570조원)을 돌파했다.
쉬강 이사의 말처럼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할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줄곧 오르면서 중국인이 너 나 할 것 없이 마오타이를 즐겼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인들은 마오타이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며 마오타이 사재기도 했다.
그동안 마오타이의 영업이익은 급증했다. 원화로 환산한 영업이익은 2009년 약 1조2000억원에서 2023년 약 19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14년 동안 16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다만 주가는 2021년 초 2600위안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한 후 이익 증가에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중국 본토 A주 시총 1위를 차지했던 마오타이는 시총이 1조8700억위안(약 355조원)으로 감소하며 3위로 밀렸다.
올해는 더 예사롭지 않은 일이 생겼다. 그동안 오르기만 했던 마오타이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즉, 마오타이 가격 체계는 공장 출고가(1169위안)→권장 소비자가격(1499위안)→도매가(2800위안)→소매가(3000위안)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올해 초만 해도 2700위안대에 머물던 도매가가 6월 25일 2150위안까지 하락했다. 특히 6월 들어서는 하락폭이 가팔라지며 월 초 2520위안이던 도매가가 2150위안으로 약 15% 급락한 것이다.
역대 6월 수치를 살펴봐도 마오타이 도매가는 줄곧 2700~2800위안선을 유지했다. 그런데 올해는 맥을 못 추고 2150위안까지 급락하자 중국에서는 마오타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중국 사금융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당포들이 마오타이를 안 받기 시작했다. 6월 초만 해도 53도 페이톈(飛天) 마오타이를 저당잡고 도매가 50%가량의 현금을 빌려줬는데, 가격 급락세가 지속되자 마오타이를 담보로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은 마오타이 가격이 줄곧 상승하면서 중국에서 마오타이가 하드커런시(Hard Currency·경화; 달러처럼 태환성이 높은 통화) 대접을 받아왔다. 금융기관마저 마오타이를 담보로 거금을 대출해줬을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구이양의 싱리백화점이 16만4404병의 53도 페이톈(飛天) 마오타이를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2억3000만위안(약 437억원)을 대출받은 건이다. 대출기한은 3년이며 담보가치는 병당 1399위안으로 권장 소비자가격(1499위안)보다 다소 낮지만, 공장 출고가(1169위안)보다는 높다. 싱리백화점이 맡긴 16만병이 넘는 마오타이는 구이양시에 있는 한 물류센터에 보관돼 있다.
중국의 한 마오타이 대리점주는 부동산·건설업종의 경기 하락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전에는 단오절이면 마오타이 200~300병을 팔아 치웠는데, 올해 단오절 연휴(6월 8~10일)에는 80~90병밖에 못 팔았다고 말했다. 또 마오타이를 4상자씩 사던 손님이 올해는 2상자만 사서 선물로 거래처에 돌리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마오타이는 매년 판매량을 소폭만 늘리는 등 공급을 엄격하게 관리해왔으며 그동안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가격이 치솟았다. 이 때문에 지금의 가격하락은 공급 증가보다는 수요 감소의 영향이 커 보인다. 중국 고급 바이주시장이 판매자가 가격결정권을 쥐고 있던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에서 구매자의 영향이 커지는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지식공유 플랫폼 즈후(知乎)에서 한 사용자는 마오타이 가격 하락에 대해 하층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이 상층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생필품 등 일반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하락이 지속되자 마오타이로 대표되는 상층부의 정치, 비즈니스 사교 활동도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오타이는 접대·선물용으로 주로 쓰이며 중국 고위 관료나 기업인들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다.
바이주 산업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주류 도매상 대부분도 향후 전망에 대해 비관적이다. 지난 18일 중국 주류업협회가 발표한 '2024년 중국 바이주(白酒)시장 상반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통업체와 소매업체의 60% 이상이 작년 동기 대비 재고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30% 이상이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으며 약 50%가 마진이 다소 감소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주 수출 비중을 보면 홍콩, 마카오가 각각 24%와 9%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으며 미국(8%), 일본(5%)이 3,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3%로 7위다.
향후 바이주의 해외수출은 늘겠지만, 경제성장 둔화와 소비 침체를 겪는 중국에서 마오타이가 다시 하드커런시 위치를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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