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종연 PD "대탈출과 비교 이겨내야죠"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넷플릭스 '미스터리 수사단'은 '대탈출' 시리즈(2018~2014)와 여러모로 비교됐다. 대탈출5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많지만, 정종연(48) PD가 2022년 CJ ENM을 퇴사해 제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탈출이 방탈출을 소재로 각종 퀴즈, 퍼즐 등을 푸는데 중점을 뒀다면, 미스터리 수사단은 기묘한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모험쇼로 확장했다. 넷플릭스와 손잡은 만큼 규모가 커졌고 출연진 연령대를 낮추는 등 변화도 시도했지만, '대탈출에 비해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완성도 측면에선 (미스터리 수사단 두 번째 에피소드) '심해 속으로' 만한 게 없다. 항상 대탈출의 고점과 싸우는 것 같다. 사실 사람들은 좋았던 것만 기억해서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실패한 건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다 잊지 않느냐. 본인에게 가장 좋았던 걸 기대하기 마련이라서 힘든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저점을 생각해주세요'라고 하면 치사하니까. 어떻게든 이겨 낼 거다. 앞으로 대탈출의 레전드 에피소드에 도전하는 편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미스터리 수사단은 그룹 '에스파' 카리나(24)의 첫 예능 도전작으로도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정 PD 전작인 '데블스 플랜'(2023)처럼 해외에서 큰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2위에 그쳐 아쉬움이 클 터다. "1위를 하면 당연히 좋지만, 모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잘 만든 드라마도 순위는 안 나올 수 있지 않느냐. 그보다 다음 시즌을 제작하는 게 더 좋은 게 아닐까 싶다"고 받아들였다. "데블스 플랜처럼 해외에서 반응이 확 오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전체적으로 체감하는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넷플릭스에선 재발견돼서 역주행 하는 게 흔하니까. 순위는 진짜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카리나가 출연해 호기심에 선택하는 해외 시청자들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적다. K팝 스타들이 엄청 유명해졌다고 해도, 아직은 대중적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해외 시청자를 겨냥한) 의도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글로벌 시청자들이 뭘 좋아하는지는 진짜 모르겠다. 우리나라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대탈출할 때 현실적인 요소에 오컬트가 들어가니 더 좋아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 장르를 조금 구체화 시켰다."
출연진 6명 모두 20~30대로 구성하는 변화를 줬지만, 기존 예능물에서 활약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코미디언 이용진(38)과 이은지(32), 가수 존박(35), 그룹 '걸스데이' 출신 이혜리(30)다. 배우 김도훈(25)의 활약이 신선함을 더했는데, 정 PD도 "20년 전 이승기를 보는 느낌"이라며 만족했다. "대탈출과 달리 이용진, 이은지씨 외에 직업적 예능인이 없었다"며 "전통적인 예능 공식의 쪼가 없었는데, 나이대가 어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것"이라고 짚었다.
"김도훈씨는 처음에 봤을 때 인상이 엄청 좋았다. 어리지만 예의가 없지 않고, 어른들과 이야기를 잘하더라"면서 "녹화 때 상상한 것 이상으로 몰입해 '다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꽤 들었다. 초반에는 사고 날 것 같아서 '시한폭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여전히 시청자들은 '신선한 캐릭터를 원하는 구나' 싶었다. 캐릭터 발굴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대탈출이 에피소드 7~8개로 구성했다면, 미스터리 수사단은 2개로 줄이는 대신 완성도를 높였다. '악마의 사제'와 심해 속으로를 3회씩 나눠 총 6회로 마무리했다. 심해 속으로는 잠수함에서 크리처의 위협 속 탈출하는 과정을 그려 몰입도를 높였다. "대탈출 때 딱 한번 미친 적하고 처음부터 세트를 만든 적이 있다. 돈이 많이 들고 힘도 들지만, 작업하는 게 편하더라. 완성도를 높이는 궁극의 방법이라고 생각, '밖에서는 구할 수 없는 어떤 걸 하자'고 마음 먹었다"며 "크리처물을 하고 싶었다. 원래 에이리언을 하고 싶었지만 우주, 무중력 등은 어려울 것 같아서 잠수함으로 결정했다. 재미난 도전이었다"고 돌아봤다.
"영화나 드라마는 찍어서 보여주지만, 우리는 출연자의 감각을 속여야 한다. 잠수함 안에 쏟아진 물은 짠물이다. 출연진 입에 물이 들어갈 수 있는데, (바닷물처럼) 짜면 얼마나 감동하고 몰입하겠느냐. 근데 아무 입에도 안 들어간 것 같다. 실제로 바닷물을 판다. 근데 돈이 아까워서 소금을 섞어 바다 성분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세트 방수 처리가 힘든데, 몰입을 높이기 위해 그렇게 준비했다. 잠수함 해치를 열 때도 가벼우면 느낌이 안 살지 않느냐. 영화에선 무거운 척 하면 되지만, 난 '실제로 무거워야 한다'는 주의다. 시청자들은 모를 수 있지만, 출연자를 각인시키는 리얼함을 좋아한다.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니까 '너도 열심히 해라'는 마음도 있다."
정 PD에게 넷플릭스는 가장 고마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방송사는 제작비가 한정 돼 있지만, "넷플릭스는 의미있는 곳에 쓰는 데 아끼지 않는다. '이런 거 하면 좋을 것 같다. 돈 주세요'라고 설득할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예전에는 넷플릭스 가면 돈을 엄청 준다고 했는데, 요즘은 현실적으로 바뀌었다"며 "넷플릭스 안에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느냐. 정산도 꽤 까다로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정 PD는 '더 지니어스'(2013~2015) '소사이어티 게임'(2016~2017) '여고추리반'(2021~2022) 등 주로 추리·서바이벌 예능을 만들었다.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도 있지 않을까. "남들이 안 하는 장르를 해보고 싶긴 하다"며 "이제는 서바이벌, 어드벤처 프로그램을 하는 PD들이 많아졌고, 나도 다른 걸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대탈출을 했을 때 (세상에) 없는 걸 했다는 보람이 컸다"고 털어놨다.
"연애 프로를 안 보다가 가족 이야기에 꽂혀서 '연애남매'를 봤다. 정말 잘 만들었더라. '환승연애'는 클립만 보고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진주 PD는 연애 이야기에서 안 그치고 확장을 잘 하더라. 인터뷰보다 더 진솔한 이야기가 나와서 신기했다. 이미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안 본다. 잘 나오면 배 아프고 스트레스 받으니가. 못 만들었으면 재미없다. 물론 여고추리반은 후배가 해서 열심히 봤다. (미스터리 수사단) 다음 에피소드 구상했냐고? 늘 그 생각을 한다. 근데 입금이 돼야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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